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임대관리업체에 전세보증금을 맡겼다가 만기에 돌려받지 못했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업체는 “곧 새 임차인이 들어오니 그 보증금으로 정산해 드리겠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니 다른 호실의 보증금을 끌어다 앞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버텨 온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 측은 “보증금은 계약대로 돌려주려고 했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돌지 않았을 뿐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반대로 임차인은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사기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형사 절차에서는 돌려막기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인정되지는 않고, 어느 시점에 무엇을 속였는지가 따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세 관련 사기 사건에서 기망의 대상과 시점, 그리고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되려면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엄격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돌려막기라도 사기가 되는 경우, 업무상횡령이 되는 경우, 형사 책임이 어려운 경우로 나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임대관리업체의 보증금 돌려막기가 어떤 경우에 사기로 이어지는지, 임차인이 무엇부터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돌려막기 그 자체는 죄명이 아니라 사기를 판단하는 정황입니다
돌려막기는 죄의 이름이 아니라, 기망과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 정황입니다.
임대관리업체의 돌려막기는 통상 이런 구조입니다. 업체가 집주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하거나 관리를 위탁받아 다수 호실을 운영하고, 새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을 그 호실의 집주인에게 전달하거나 보관해 두어야 하는데, 그 돈을 운영비·다른 호실의 만기 반환금·업체 대표의 개인 용도로 먼저 써 버립니다. 이후 만기가 도래한 임차인에게는 또 다른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돌려주는 식으로 구멍을 메웁니다.
형법상 “돌려막기죄”라는 별도 죄명은 없습니다. 이 행위는 사실관계에 따라 임차인에 대한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 보증금을 보관·관리하던 업체 대표의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 규모가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각각 다르게 구성됩니다. 어떤 죄명으로 가느냐는 돈이 누구 소유였는지, 임차인이 누구에게 무엇을 속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돌려막기를 “처음부터 돌려줄 수 없었다는 증거”로 봅니다. 신규 보증금 유입이 끊기면 곧바로 반환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라면, 계약 당시부터 정상적인 반환 능력이 없었다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업체가 평소 정상 영업을 하며 자산도 충분했다면 돌려막기가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습니다.
돌려막기는 그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을 속였는지와 처음부터 돌려줄 능력이 없었는지를 가르는 핵심 정황입니다.
2. 사기가 되려면 계약 당시 반환 능력과 의사를 속였어야 합니다
사기죄의 판단 시점은 만기가 아니라 보증금을 받은 계약 시점입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하고, 처벌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임차인이 업체에 보증금을 건넨 그 시점에, 업체가 만기에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면 기망이 됩니다.
실무에서 쟁점은 거의 항상 같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돌려줄 수 없는 구조였다”고 주장하지만, 업체는 “계약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운영했고 이후 시장이 나빠졌다”고 방어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계약 시점의 업체 재무 상태, 즉 보유 호실 수 대비 반환해야 할 보증금 총액, 계좌 잔액, 신규 보증금 유입 없이 기존 반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었는지를 거래내역으로 대조합니다.
이 판단에서 대법원은 전세 관련 사기에서도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요건을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고, 그 고지의무의 근거가 되는 거래의 내용이나 거래관행 등 거래실정에 관한 사실은 검사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2도16422 판결).
이 사건은 오피스텔 매수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 자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매도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것으로, 대법원은 그런 고지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상대방이 임차인이 아니라는 점은 다르지만, 침묵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믿고 있던 내용과 그 고지의무의 근거를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기준은 임차인 사건에서도 그대로 방어와 고소 양쪽의 핵심이 됩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사기로 고소할 때는 업체가 계약 과정에서 한 구체적인 말, 예를 들어 “보증금은 별도 계좌에 보관한다”, “만기에 전액 반환을 보증한다”, “우리 회사는 자산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설명과 광고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런 적극적 설명이 사실과 달랐다면 부작위가 아니라 작위에 의한 기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3. 사기와 업무상횡령은 보증금이 누구 돈이었느냐에서 갈립니다
업체가 집주인 대신 받은 돈이면 횡령, 임차인을 속여 받은 돈이면 사기가 문제됩니다.
임대관리업체가 어떤 지위에서 보증금을 받았는지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집주인과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임대차 계약을 대리해 보증금을 받은 경우에는, 그 돈이 집주인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돈이므로 업체 대표가 이를 임의로 쓰면 업무상횡령이 문제됩니다. 이때 피해자는 일차적으로 집주인이지만, 임차인에게도 반환 책임이 연결되는 구조가 생깁니다.
반대로 업체가 집주인에게서 주택을 통째로 임차한 뒤 임차인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이라면, 임차인은 업체를 임대인으로 알고 보증금을 건넨 것이므로 그 돈은 업체의 채무가 됩니다. 이 경우 대표가 돈을 어디에 썼는지와 상관없이, 계약 당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임차인을 상대로 한 사기가 문제됩니다.
이 구분은 임차인의 대응 순서에도 영향을 줍니다. 계약서에 임대인으로 적힌 사람이 누구인지, 위탁계약서가 있는지, 보증금이 입금된 계좌가 누구 명의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업체가 집주인을 대리한다고 안내했다면 집주인에게도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업체가 임대인이라면 업체 대표 개인의 형사 책임과 업체에 대한 민사 청구를 함께 보게 됩니다. 민간임대주택법상 주택임대관리업 등록 여부와 보증 가입 여부도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같은 돌려막기라도 업체의 법적 지위에 따라 사기와 업무상횡령이 갈리므로, 계약서의 임대인 표시와 입금 계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4. 피해 금액이 커지면 특경법으로 처벌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임차인 여러 명의 보증금은 합산되어 이득액이 계산됩니다.
임대관리업체 사건은 피해 임차인이 수십 명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이득액이 순식간에 커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임차인에 대한 반복된 기망이 하나의 범의 아래 이루어졌다면 이득액이 합산되어 가중 구간에 들어갈 수 있고, 업체 대표뿐 아니라 영업을 함께 기획한 직원이나 공범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공모 사실은 별도로 입증되어야 하며, 단순 고용 직원은 범행을 알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형이 정해지는 단계에서는 피해 회복 여부가 크게 작용합니다. 가해자 측 합의나 공탁이 있더라도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형에서는 유리하게 보는 경우가 있어 임차인으로서는 합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 조건을 서면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5. 고소부터 보증금 회수까지, 형사와 민사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는 증거 확보 수단이고, 보증금 회수는 민사와 보증 제도로 따로 챙겨야 합니다.
임차인이 사기로 대응하는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 추적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가 많은 사건은 사건이 병합되거나 한 수사팀으로 모이기도 합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민사에서 따로 움직여야 합니다. 만기가 지났는데 반환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명령(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할 수 있고, 형사 재판에서는 소송촉진법에 따른 배상명령을 신청해 별도 민사 소송 없이 피해액 배상 판결을 받을 길도 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결정 신청도 함께 검토합니다.
고소를 준비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으로 적힌 사람과 보증금 입금 계좌 명의, 위탁계약서·특약의 보증금 보관 관련 문구를 확인합니다.
계약 전 업체가 한 설명·광고·메시지, 만기 전후 반환 지연 사유에 관한 대화와 통화 녹취를 정리합니다.
등기부등본과 확정일자, 임차권등기 가능 여부, 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다른 피해 임차인 현황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보증금 반환청구, 임차권등기를 동시에 검토하면 자산이 흩어지기 전에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증금 돌려막기 문제는 “조금만 기다리면 새 임차인이 들어와 정산해 준다”는 말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업체의 자금은 더 흩어지고 피해 임차인은 늘어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계약 시점의 설명, 입금 계좌, 반환 지연 경위를 증거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형사 고소와 임차권등기, 민사 청구를 어떤 순서로 하느냐에 따라 회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를 받는 업체나 대표 입장에서도 “일시적으로 자금이 돌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시의 재무 상태와 보증금의 사용처, 반환을 위해 실제로 한 조치를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임대차 보증금을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시점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업체가 돌려막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인정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사기는 계약 당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속였는지가 핵심이고, 돌려막기는 그 고의를 보여 주는 정황으로 평가됩니다.
Q. 만기에 보증금을 못 받으면 바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고소는 가능하지만, 단순 지연이 아니라 계약 당시의 기망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어야 수사가 진행됩니다. 고소 전에 계약서, 입금 내역, 업체의 설명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임대관리업체가 집주인 대리인이라면 집주인에게도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대리권 범위 안에서 보증금을 받았다면 임대차의 효과는 집주인에게 귀속되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탁계약서와 계약서상 임대인 표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업체 대표가 보증금을 개인 용도로 썼다면 어떤 죄가 되나요?
A. 업체가 집주인 돈을 보관하던 지위라면 업무상횡령이, 임차인을 속여 받은 돈이라면 사기가 문제됩니다. 보증금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돈이었는지가 기준입니다.
Q. 피해 임차인이 여러 명이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그렇습니다.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보증금 반환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과 민사 청구를 병행하고, 형사 재판에서는 배상명령도 신청할 수 있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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