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서 특약란에 “임차인은 권리금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가게를 넘길 때가 되어서야 당황하는 임차인분들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어쩔 수 없다”, “건물주가 싫다는데 새 임차인을 데려와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수천만 원의 시설비와 영업 가치를 그대로 두고 가게를 비우는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임대인분들은 “특약이 있으니 신규 임차인을 거절해도 문제없다”고 안심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기회를 임대인이 막지 못하도록 정하고, 이에 반하는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임대인이 이 기회를 막았는지,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사안별로 엄격하게 따져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권리금 포기 특약이 어떤 경우에 효력을 잃는지, 임대인이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리고 권리금을 회수하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포기 특약이 있어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은 계약서 문구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계약서의 포기 특약이 이 보호 규정을 사실상 없애는 내용이라면, 제15조에 따라 그 부분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먼저 정리할 점은 권리금의 구조입니다. 제10조의3 제1항은 권리금을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으로 정의합니다. 즉 권리금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주는 돈이 아니라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고, 법이 보호하는 것은 임차인이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특약의 문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애초에 임대인에게 권리금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법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반면 “임차인은 신규임차인에게서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거나 “권리금 회수에 관해 임대인에게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회수기회 자체를 포기시키는 문구라면 제15조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금을 포기한 것이 아니며, 그 특약이 회수기회 보호를 배제하는 내용인지가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2.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막는 행위는 특약과 상관없이 금지됩니다
제10조의4 제1항 각 호의 방해행위는 계약서에 포기 문구가 있어도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제10조의4 제1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네 가지입니다. ①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그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②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③ 조세·공과금·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④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③과 ④입니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기존 차임보다 크게 올린 조건을 제시하거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쓸 것”이라며 계약을 미루는 방식입니다. 다만 차임 인상이 곧바로 방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인상 폭이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조세·공과금 부담에 비추어 현저한 고액인지를 따져 판단하므로, 임차인은 주변 시세 자료를 함께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직접 주선한 사실, 즉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체결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은 임차인이 입증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포기 특약이 있다고 해서 이 입증 책임이 사라지거나 임대인의 방해 금지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방해 금지 의무는 법이 직접 정한 의무여서, 포기 특약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되지 않습니다.
3.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거절해도 책임이 없습니다
포기 특약보다 중요한 것은 임대인에게 법이 정한 거절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제10조의4 제2항은 임대인의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를 정하고 있습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차 목적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입니다.
또한 제1항 단서에 따라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 예를 들어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건물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이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건물의 철거나 재건축을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사유가 있는 임차인이라면 포기 특약의 효력을 다투기 전에 이 부분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구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에서 정하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는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후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임대인이 다른 사유로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한 후 사후적으로 1년 6개월 동안 상가건물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조항에 따른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다285257 판결).
즉 임대인이 거절 당시에는 다른 이유를 대고 나중에 정당한 사유를 끼워 맞추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다272346 판결은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시 그러한 사유를 들어 거절하고 실제로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소유권이 중간에 넘어간 경우에는 새 소유자의 비영리 사용기간과 합산하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위 판결은 개정 전 법률을 다룬 것이어서 권리금 보호 기간이 3개월로 되어 있지만, 현행 법에서 정당한 사유를 거절 당시에 들어야 한다는 법리는 그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특약 유무보다 거절 당시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가 권리금 회수 여부를 가릅니다.
4. 손해배상 액수에는 상한이 있고 청구 기한은 3년입니다
배상액은 신규 권리금과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하며, 종료일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제10조의4 제3항은 임대인이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배상할 책임이 있고, 손해배상액은 아래와 같은 기준을 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예를 들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6,000만원에 권리금 계약을 맺었는데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이 4,500만원으로 평가된다면, 배상액은 4,500만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권리금 계약서의 금액만 증명해서는 부족하고, 임대차 종료 당시 그 상가의 권리금이 얼마였는지도 입증해야 합니다. 이때 매출 자료, 시설 투자 내역, 감정 결과 등이 쓰입니다.
청구 기한도 중요합니다. 제10조의4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포기 특약이 있다는 이유로 가게를 비우고 소송을 미루다 보면 이 기한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이거나 국유재산·공유재산인 상가는 제10조의5에 따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포기 특약의 효력 이전에 보호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먼저 건물의 성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전통시장은 대규모점포여도 예외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5. 방해 정황을 남기는 순서가 소송에서 결과를 가릅니다
신규임차인 주선 기록과 임대인의 거절 기록을 시간순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권리금 회수 분쟁은 통상 ①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 → ②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요청하고 임대인의 거절·조건 제시를 문자·이메일·녹취로 확보 → ③내용증명으로 방해 중단과 계약 체결을 요구 → ④협의가 안 되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관할은 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에서는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포기 특약이 있는 임차인이라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의 포기 특약 문구가 임대인에 대한 권리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것인지, 신규임차인으로부터의 회수까지 포기한다는 것인지 정확한 표현을 확인합니다.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맺은 권리금 계약서, 지급 능력 자료, 임대인과 주고받은 연락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임대차 종료 당시 그 상가의 권리금 수준을 보여 줄 매출 자료, 시설 투자 내역, 주변 거래 사례를 모읍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가 임대차 분쟁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특약의 효력과 임대인의 정당한 사유 여부를 함께 검토해 회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권리금 포기 특약은 “이미 도장을 찍었으니 끝났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대차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확보할 수 있는 자료와 선택지는 줄어듭니다.
가게를 넘겨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특약 문구를 탓하기에 앞서, 신규임차인 주선 기록과 임대인의 거절 기록을 쌓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기록이 쌓일수록 손해배상 청구에서 방해행위를 입증하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신규임차인을 거절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특약이 있으니 괜찮다”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거절 당시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그 사유를 실제로 밝혔는지에 따라 책임 여부가 달라집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 분쟁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문구 하나보다 거절 경위와 증거 정리가 결론을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권리금 포기 특약이 있으면 새 임차인에게서도 권리금을 받을 수 없나요?
A. 특약의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 문제가 없지만, 신규임차인으로부터의 회수기회까지 포기시키는 취지라면 제15조에 따라 임차인에게 불리한 부분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임대인이 권리금을 직접 주는 것이 원칙인가요?
A. 아닙니다. 권리금은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고, 법은 임대인이 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입니다. 임대인에게 권리금 지급을 강제하는 규정은 아닙니다.
Q. 언제부터 언제까지 임대인의 방해가 금지되나요?
A. 현행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에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Q. 임대인이 새 임차인의 월세를 올려 부르면 모두 방해인가요?
A. 아닙니다.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인 경우가 문제됩니다. 인상 폭이 주변 시세 범위 안이라면 방해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월세를 3기 이상 밀렸는데도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제10조의4 제1항 단서에 따라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 즉 3기의 차임액에 이르는 연체 등이 있으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손해배상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며, 이를 넘기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배상액은 신규 권리금과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 상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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