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하철, 화장실, 탈의 공간 등에서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가 곧바로 후회하고 영상을 지웠는데도 경찰 연락을 받았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찍자마자 바로 지웠으니 아무 일도 없던 것 아닌가”, “저장된 게 없으니 증거도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현장 CCTV, 목격자 진술이 확보되면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삭제한 파일이 복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때부터는 “지웠다”는 말이 오히려 증거 인멸 의심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촬영 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에 이미 성립하는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삭제했다는 사정은 범죄의 성립이 아니라 양형과 입증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아래에서는 촬영 직후 삭제한 경우에도 왜 처벌 대상이 되는지, 삭제한 파일은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리고 연락을 받았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범죄는 이미 성립합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영상이 저장된 시점에 완성되고, 이후 삭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조문 어디에도 “촬영물을 보관하거나 유포해야 한다”는 요건은 없습니다.
법원은 이 죄를 기계장치 속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입력된 상태에 이르면 기수가 된다고 해석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영상정보가 메모리에 입력되므로, 그 시점에 범죄가 완성됩니다. 그 뒤에 파일을 지우는 것은 이미 완성된 범죄 뒤의 사후 행동입니다.
그래서 “몇 초 만에 지웠다”, “갤러리에 남기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정은 구성요건을 깨뜨리는 항변이 되지 못합니다. 쟁점은 오히려 그 촬영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촬영된 대상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였는지로 옮겨갑니다.
촬영 직후 삭제했더라도, 영상정보가 저장된 순간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이미 성립한 것입니다.
2. 삭제했다는 사정은 처벌을 막지 못하고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삭제는 범죄를 지우지 못하며, 반성의 증거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정도에 그칩니다.
대법원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기수 시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필름이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입력된 상태에 이르면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도10677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영상이 한 번 저장장치에 입력된 이상, 이후에 지운 것은 이미 기수에 이른 범행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참고로 저장 전 단계에서 멈춘 경우는 같은 법의 미수범 처벌 규정이 문제되는데, 미수도 처벌 대상이므로 “실제로 찍히지는 않았다”는 주장 역시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다만 삭제 사실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포 없이 스스로 삭제했다는 사정, 촬영이 단발이었다는 사정,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같은 처분 단계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즉 삭제는 유무죄를 가르는 사정이 아니라 처분의 수위를 정할 때 보는 사정입니다.
반대로 수사 개시 뒤에 파일을 지우거나 클라우드 계정을 정리하는 행위는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인상을 주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지웠다”는 사정은 유무죄가 아니라 처분과 양형을 다룰 때 의미를 갖습니다.
3. 지운 파일도 포렌식으로 복구되고, 파일이 없어도 처벌은 가능합니다
촬영물이 남아 있지 않아도 진술·CCTV·목격자 등 다른 증거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사건 접수 후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거나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다음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합니다. 갤러리에서 삭제한 사진은 저장 공간에서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최근 삭제된 항목’이나 비할당 영역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클라우드 동기화가 켜져 있으면 별도 서버에 백업본이 남기도 합니다.
복구가 되지 않는 경우라도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촬영 순간을 담은 CCTV, 목격자의 진술, 촬영 직후 피의자의 행동 같은 정황이 모이면 법원은 촬영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촬영물 없이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에는 그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 보강증거의 유무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또한 피의자가 “촬영한 적 없다”고 부인했는데 포렌식으로 삭제 기록이 나오면, 앞선 진술의 신빙성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한 뒤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파일이 없다고 사건이 없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파일이 있다고 모든 촬영이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4. 유죄가 되면 형사처벌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 불이익이 따릅니다
벌금형이라도 선고 액수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 같은 불이익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14조 제1항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실무에서는 초범이고 유포가 없으며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벌금형이나 기소유예로 정리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죄를 반복하면 상습범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고, 촬영물을 반포하거나 판매하면 별도의 중한 처벌 조항이 적용됩니다.
더 큰 문제는 형량 외의 불이익입니다. 이 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될 수 있고, 같은 법에 따른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 취업제한 등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벌금 300만원 이하가 선고된 경우에는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정이 있어, 처분 단계에서 어느 수준의 결론을 받느냐가 이후 삶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공무원, 교사, 의료인, 군인 등 신분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나 자격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벌금 액수만 볼 일이 아닙니다.
같은 촬영 사건이라도 기소유예인지 벌금 몇 백만원인지에 따라 이후 불이익은 크게 달라집니다.
5. 수사 연락을 받았다면 이렇게 진행되고, 이 순서로 대응해야 합니다
첫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처분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불법촬영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신고 또는 현장 적발 → ②경찰 조사 및 휴대전화 임의제출·압수(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③검찰 송치 및 처분(수원지방검찰청) → ④기소 시 법원 재판(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휴대전화 제출 시점에 이미 포렌식 범위가 정해지므로 제출 전에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당황해서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어떤 장소에서, 몇 번, 어떤 대상을 촬영했는지 기억나는 대로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꾸미지 않습니다.
휴대전화·클라우드 계정의 파일이나 기록을 더 이상 지우거나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을 정하고, 피해자와의 합의 가능성과 방식을 검토합니다.
피해자와 직접 연락해 합의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2차 가해나 보복 우려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합의는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치며
촬영 직후 바로 지웠다는 사정 때문에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피해자 신고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그때는 이미 휴대전화 제출 요구를 받는 시점입니다.
촬영 사실이 있는 분의 입장에서는 삭제 사실을 방어 논리로 앞세우기보다, 재범 가능성이 낮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처분 수위를 낮추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는 촬영물이 삭제되었더라도 처벌과 증거 확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목격자·CCTV 등 증거를 빠르게 확보해 신고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 측과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 하나와 증거 대응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처분이 정해지기 전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찍자마자 1초 만에 지웠는데도 범죄가 성립하나요?
A.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영상정보가 저장장치에 입력된 순간 기수가 되므로, 이후 삭제는 범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다만 삭제 사실은 처분과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아예 저장되기 전에 취소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영상이 실제로 저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기수가 아니라 미수가 쟁점이 되며, 미수범도 처벌 대상입니다.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는 기기 기록으로 판단되므로 정확한 경위 정리가 필요합니다.
Q. 지운 사진은 경찰이 정말 복구할 수 있나요?
A. 상당수 복구됩니다. 삭제 항목, 저장 공간 잔존 데이터, 클라우드 백업 등이 대상이 되고, 복구가 안 되더라도 CCTV·진술 등 다른 증거로 촬영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이 죄는 합의로 공소권이 사라지는 범죄가 아니므로 합의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기소유예나 낮은 형량을 받는 데 중요한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Q. 벌금형이면 신상정보 등록은 피할 수 있나요?
A. 벌금 300만원 이하가 선고되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이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어 처분 단계의 결과가 매우 중요합니다.
Q. 경찰이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는데 거부해도 되나요?
A. 임의제출은 거부할 수 있지만, 거부하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출 전에 범위와 방식에 관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과 휴대전화 제출 방식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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