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합의, 사업장도 예외 아닙니다
수급 중이라는 직원에게 현금으로 일당을 주고 일을 맡겼는데, 혹시 우리 사업장도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요? 이렇게 묻는 인사담당자가 적지 않습니다.
사람이 급하게 필요했고 직원도 현금을 원했다면, 그 자리에서는 서로에게 편한 합의였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합의가 나중에 직원에게 도착한 부정수급 통지와 함께 사업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현금 지급 합의가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사업장이 직원의 수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사업주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고, 공모가 인정되면 사업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공모와 방조, 사업주 책임의 두 갈래
수급 중 근로 사실의 신고 의무는 1차적으로 수급자격자(실업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고용보험법 제47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69조 제1항에 따르면, 수급자격자는 실업인정대상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면 그 이후 최초의 실업인정일에 제출하는 실업인정신청서에 그 사실을 적어 신고해야 합니다. 이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급여를 받으면 고용보험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같은 조 제1항이 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신고 대상이 되는 근로의 범위는 넓습니다. 무급이나 임시직이라도 업무의 성질과 내용, 대가성, 반복·계속성 같은 객관적 형태에 비추어 취업으로 볼 여지가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월 60시간 이상 근로하기로 정한 경우, 일용근로로 일하는 경우,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경우를 취업의 기준으로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사회통념상 취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업주에게 근로 사실 신고 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사업주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업주가 수급 사실을 알면서 근로를 제공받았다면 공모 또는 방조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쉽게 만드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말하고, 민사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인정됩니다.
형사 책임은 별개로 문제됩니다. 고용보험법 제116조 제1항 제2호는 사업주와 공모하여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자와 공모한 사업주를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공모 없이 부정수급한 경우에 적용되는 같은 조 제2항 제2호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무겁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실질 사업주가 공모하여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하게 한 사건에서 이 조항을 적용해 처벌했습니다. 다만 공모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됩니다.
부정수급 처분이 사업장에 닿는 경로
부정수급이 인정되면 지급받은 구직급여의 반환명령과 함께 부정수급액에 상당하는 추가징수가 이루어집니다. 사업주와의 공모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추가징수 배율이 더 높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처분 전에 자진신고 안내나 서면조사서 제출 요청이 이어지고, 사업주가 아무 의견도 내지 않아도 처분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수사 결과를 협조받아 혐의가 확인된 사업주에게 처분 절차를 진행하되, 불기소 사유가 혐의없음 등인 경우에는 처분에서 제외하는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이 절차와 기준은 사업주의 직업능력개발훈련비 부정수급 사건에서 확인된 것으로, 실업급여 사건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으나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사 절차에서 사업주가 갖는 진술 거부권 같은 구체적 절차상 권리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사안별로 따로 살펴야 합니다.
임금이 늦게 지급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근로 제공 시점이 기준입니다. 법원은 임금을 언제 받았는지가 아니라 근로를 제공한 사실을 신고했는지로 판단합니다. 다만 임금 지연 지급이 부정수급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고, 대법원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려면 허위·기만·은폐 같은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단기 근무도 신고 대상일 수 있습니다
수급 중인 직원을 채용하거나 단기 근무를 맡기기 전에 먼저 수급 여부와 근무 형태가 신고 대상 근로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월 60시간 기준에 못 미치는 단기 근무라도 일용근로이거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한다면 취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지급 방식, 지급 시기, 합의 경위는 서면이나 메시지로 남겨 두어야 하며, 현금 지급 합의는 사업장이 수급 사실을 인식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수급 사실을 알게 된 시점과 이후 대응도 날짜별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급 방식을 정하기 전에 확인하십시오
수급 중인 직원과의 근로 관계는 근무 형태와 지급 경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라면 법률 전문가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채용이나 지급 방식을 정하는 단계에서 법률 자문을 받으시면 추가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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