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철에 넣은 합의서, 정말 끝일까요
권고사직 면담을 마치고 위로금을 지급했습니다. 합의서에는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넣어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 서류를 서류철에 넣는 순간, 이 일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끝난 것일까요?
담당자분들이 이 질문을 하시는 순간은 대개 비슷합니다. 서명이 있고 위로금도 나갔으니 더 챙길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때입니다. 그러나 먼저 확인할 것은 문구가 있는지가 아니라, 서명에 이르기까지 회사가 무엇을 설명하고 어떻게 진행했는지입니다. 서명과 위로금만으로 분쟁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합의서는 분쟁을 막는 장치이기 전에,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의 설명이 시험받는 문서입니다.
이 글은 징계 절차와 별개로 회사가 제안한 권고사직을 전제로 합니다.
이의 없음 문구가 미치지 못하는 범위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는 재판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중대한 효과를 가집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합의할 때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효력이 있다고 봅니다. 퇴직을 전제로 퇴직금이나 퇴직위로금을 받으면서 그와 관련해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합의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여전히 문언과 경위에 따라 따로 판단됩니다.
어떤 조항이 부제소 합의인지 불분명하면 법원은 합의가 없는 쪽으로 해석하고, 합의가 인정되더라도 범위를 넓게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소 제기까지 포함하는지는 문언상 분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떠한'이라는 포괄 표현을 썼더라도 서명 당시 근로자가 예상할 수 없었던 청구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취소되면 조항도 효력을 잃습니다
문구의 해석과 별개로, 서명 과정에 하자가 있으면 합의 자체가 취소될 수 있고, 그러면 이의 없음 조항도 함께 효력을 잃습니다. 민법 제110조 제1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109조 제1항은 중요 부분의 착오도 취소할 수 있게 하되,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하지 못하게 합니다.
사기를 이유로 취소하려면 고의적인 기망행위로 상대방이 착오에 빠졌어야 하고, 이를 증명할 책임은 취소를 주장하는 쪽에 있습니다. 회사의 설명이 서명 동기가 되었고 그 동기가 상대방에 의해 제공되었거나 유발된 경우에는, 동기의 착오라도 중요 부분의 착오로 보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리가 있습니다. 회사가 퇴직 사유와 조건을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쟁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근로자 스스로의 막연한 기대가 빗나간 것에 불과하면 착오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취소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합의의 효력을 처음부터 부정하겠다는 뜻이 드러나면 취소의 의사표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압박 속에서 서명했다는 주장은 강박이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다투어집니다. 회사가 위법한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직할 뜻이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쓰게 했다면, 그 사직은 무효이고 실질은 해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가 당시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응했다면 진의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합의서 문안, 이렇게 점검하십시오
서면 기록: 제안 경위, 면담 일시, 참석자, 근로자가 먼저 밝힌 의사, 조건 협의 경과, 회사 내부의 면담 지침과 회의 자료
설명 내용: 퇴직 사유, 조건, 거부 시의 처리에 관해 회사가 무엇을 설명했는지, 거부하면 징계나 해고로 이어진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검토 기간: 법적 요건은 아니지만 법원은 숙고 가능성을 판단 사정으로 봅니다. 서명을 당일 요구하지 않고 검토할 시간을 주었다는 사정을 남겼는지
포기 대상의 구체화: 포괄 문구가 아니라 포기하는 청구를 항목별로 적었는지,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시했는지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합의서는 과정으로 평가받습니다
합의서의 문구보다 서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먼저 다투어집니다. 권고사직을 제안하기 전에 설명할 내용, 거부 시의 처리, 포기 대상 청구의 범위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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