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세금까지 체납한 채 잠적하면서, 임차인이 사는 집 한 채가 공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임차인분들이 가장 억울해하시는 말씀은 “임대인이 집을 열 채 넘게 갖고 있는데, 밀린 세금은 왜 하필 내가 사는 집에서 다 걷어 가느냐”는 것입니다. 세무서가 체납세금을 한 채에서 몰아서 걷어 가면, 확정일자를 일찍 받아 놓은 임차인도 배당받을 몫이 사라져 “확정일자만 받아 두면 안전하다”던 안심이 무너집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체납 국세를 임대인이 가진 모든 주택에 가격 비율대로 나누어 징수하는 안분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나, 언제든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니고 신청 시한과 대상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원칙적으로 국세가 어떻게 걷히는지, 안분이 가능한 요건과 계산 방식은 어떠한지, 그리고 신청을 어디에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현행 법령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칙적으로 국세는 세무서가 정한 한 채에서 먼저 걷힐 수 있습니다
임차인에게는 어느 집에서 체납세금을 걷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원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은 국세와 강제징수비를 다른 공과금이나 그 밖의 채권보다 우선하여 징수한다고 정하면서, 일정한 예외만 두고 있습니다.
국세 및 강제징수비는 다른 공과금이나 그 밖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본문).
그 예외의 핵심이 같은 항 제3호입니다. 법정기일 전에 전세권·저당권이 설정되었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권이 있었다면, 그 임차권으로 담보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국세보다 앞섭니다. 반대로 임대인의 국세 법정기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앞서면 그 세금이 보증금보다 먼저 징수됩니다.
여기서 법정기일은 신고 납부 세금이면 신고일, 정부가 결정·경정한 세금이면 납부고지서 발송일입니다(같은 조 제2항). 문제는 이 순위 계산이 집마다 따로 이루어지고, 세금을 어느 집에서 받을지는 징수하는 세무서가 압류·공매 대상으로 삼은 재산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 전액이 임차인이 사는 그 한 채의 매각대금에서 우선 징수되면, 같은 임대인의 다른 집 임차인은 멀쩡한데 이 집 임차인만 보증금을 잃는 결과가 생깁니다.
즉 일반 국세징수 규정만으로는 “집마다 나눠서 걷어 달라”는 요구에 법적 근거가 없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다음에서 보는 특별법의 안분 제도입니다.
일반 법리상 체납세금은 압류된 한 채에서 전액 우선 징수될 수 있고, 임차인이 이를 나눠 달라고 할 권리는 특별법에서 비로소 생깁니다.
2. 전세사기피해자 특별법은 체납 국세를 모든 주택에 가격 비율대로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요건을 갖춘 임차인이 신청하면 체납 국세가 임대인의 전체 주택에 나뉘어 배정됩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3조 제1항은 세무서장이 임대인의 국세를 징수할 때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보유한 모든 주택에 각각의 가격 비율에 따라 안분하여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2개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것, 그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전세사기피해자 등의 임차권에 의하여 담보된 임차보증금반환채권보다 우선징수가 가능한 국세가 존재할 것, 전세사기피해자 등의 안분 적용 신청이 있을 것(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3조 제1항 각 호).
요건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임대인이 주택을 두 채 이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한 채뿐이라면 나눌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둘째,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먼저 징수할 수 있는 국세가 실제로 있어야 합니다.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늦은 세금이라면 애초에 보증금이 앞서므로 안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셋째, 전세사기피해자 또는 같은 법 제2조 제4호 나목의 임차인이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 자격도 따져 봐야 합니다. 특별법상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받으려면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추고, 보증금이 5억원 이하이며, 임대인의 파산·회생 개시나 경매·공매 개시(국세·지방세 체납으로 압류된 경우 포함) 등으로 2인 이상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예상되어야 하고, 임대인 등에 대한 수사 개시나 기망 등 보증금을 돌려줄 의도가 없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제3조 제1항). 임차인이 보증보험으로 전액 돌려받을 수 있거나 자력으로 보증금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제외됩니다(같은 조 제2항).
안분은 임대인이 두 채 이상을 보유하고, 보증금보다 앞서는 국세가 있으며, 피해자 등으로 결정된 임차인이 신청할 때 가능합니다.
3. 안분 금액은 주택 가격 비율로 계산되고, 세금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임차인이 사는 집의 시가표준액이 임대인 전체 주택 시가표준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만 그 집이 부담합니다.
안분 방법은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정해져 있습니다.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한 일반 국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는 고지 또는 신고 건별로 임대인이 체납한 세액 × 전세사기피해주택의 가격 ÷ 임대인이 보유한 모든 주택의 가격 합계액으로 계산한 금액이 그 집에 배정됩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소득세 3억원을 체납했고,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세 채의 시가표준액이 각각 3억원이라면, 임차인이 사는 집에는 3억원 × 3억원 ÷ 9억원 = 1억원만 배정됩니다. 안분이 없었다면 그 집 한 채의 매각대금에서 3억원 전액이 우선 징수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가격 기준은 “안분 적용 신청을 한 날이 속하는 연도의 직전 연도 과세기준일(6월 1일)”에 임대인이 소유하고 있던 주택의 시가표준액이고, 임차인이 사는 집의 시가표준액이 없으면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산정한 가액을 씁니다(시행령 제3조 제2항·제3항). 신청서를 받은 세무서장은 산정가액이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청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요청일부터 14일 이내에 산정·통지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따로 계산합니다. 위 계산식으로 구한 금액과, 해당 재산에 대하여 부과된 금액(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의 당해세) 중 큰 금액을 적용합니다. 당해세는 그 집 자체에 부과된 세금이라 다른 집으로 옮겨 나눌 수 없는 부분이 남기 때문입니다. 특별법 제23조 제2항도 안분 대상에서 해당 재산에 대하여 부과된 국세를 제외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세는 가격 비율대로 나뉘지만, 그 집에 직접 부과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나누지 못하고 해당 집에서 징수됩니다.
4. 안분을 받아도 보증금 전액이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분은 우선 징수액을 줄여 줄 뿐, 법정기일이 앞선 국세의 우선권 자체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특별법 제23조 제1항 후단은 안분된 국세의 우선권은 국세기본법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 예에서 임차인의 집에 배정된 1억원의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다면, 그 1억원은 여전히 보증금보다 먼저 징수됩니다. 안분은 “몰아서 걷는 것”을 막을 뿐, 세금이 보증금보다 앞서는 순위까지 뒤집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 집에 직접 부과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35조 제7항이 별도의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권으로 담보된 보증금반환채권은,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해당 재산의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의 우선 징수 순서에 대신하여 변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신 변제되는 금액은 우선 징수할 수 있었던 해당 세액의 징수액에 한정되고, 보증금보다 앞서는 저당권 등의 변제액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선순위 담보권입니다.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앞서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는 집은 안분 여부와 관계없이 그 채권이 보증금보다 먼저 배당됩니다. 국세징수법 제96조 제1항도 배분 순서를 압류재산과 관계되는 체납액, 교부청구를 받은 체납액, 전세권·저당권 담보채권,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등으로 나누어 두고 있어, 안분 후에도 배분 단계에서 나머지 채권과의 선후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안분 신청과 함께,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경매·공매 유예와 우선매수권 같은 다른 보호 수단을 함께 검토합니다. 특별법 제18조는 전세사기피해자가 국세 체납으로 압류된 주택에 대해 매각결정기일 전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매각절차의 유예 또는 정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제21조는 공매 절차에서 최고가 매수가격으로 그 주택을 우선매수하겠다는 신청을 할 수 있게 합니다.
5. 안분 신청은 매각결정기일 전까지 해야 하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매각결정기일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 결정과 신청서 제출을 동시에 서둘러야 합니다.
안분 적용 신청은 민사집행법 제104조, 국세징수법 제72조 또는 지방세징수법 제78조에 따른 매각결정기일 전까지 해야 합니다(시행령 제3조 제5항). 신청서는 관할 세무서장, 경매를 주관하는 법원, 또는 공매를 대행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중 어느 곳에 내도 됩니다. 법원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접수하면 그 사실을 즉시 관할 세무서장에게 통지해야 합니다(특별법 제23조 제3항).
흐름은 통상 ①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전세사기피해 접수창구(수원 지역 주택이라면 수원시)와 국토교통부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한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 신청 → ②매각결정기일 전 안분 적용 신청서 제출(수원세무서 등 관할 세무서·수원지방법원 경매계·한국자산관리공사 중 선택) → ③세무서가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에 산정가액 요청, 14일 내 통지 → ④배분기일에 안분 반영된 배분계산서 원안 확인 및 이의제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국세징수법상 배분계산서 원안에 대해서는 체납자 등이 배분기일 종료 전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결정 전에 매각이 임박한 경우를 대비해, 특별법은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을 신청한 자도 매각유예 신청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제18조 제3항). 안분 신청서에는 신청인의 인적사항과 전세사기피해주택의 소재지 등을 적도록 되어 있으므로, 아래 순서로 서류부터 갖추시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 전입신고·점유 사실, 임차권등기 여부를 확인해 전세사기피해자등 요건 충족 여부부터 점검합니다.
등기부등본과 세금 열람을 통해 임대인 보유 주택 수와 체납세금의 법정기일이 내 확정일자보다 앞서는지 확인합니다.
매각결정기일을 공매·경매 공고에서 확인하고, 그 전에 안분 적용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국세징수법 제109조는 임차인이 계약 전 임대인의 미납국세 열람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으므로, 이미 입주한 경우에도 신청 가능 시점이 지났는지 확인해야 하고, 지났다면 관할 세무서에서 교부청구·압류 내역을 확인하는 방법을 병행합니다.
마치며
임대인이 세금까지 체납한 상황에서는 “곧 해결되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공매 통지를 받고도 신청 시한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분은 매각결정기일 전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 제도라서 시기를 놓치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세금과 보증금 사이에서 피해를 입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확정일자, 법정기일, 임대인의 주택 보유 현황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안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배당표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으로서 임차인의 보증금 문제와 체납세금 문제가 겹쳐 형사 고소까지 걱정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체납 사실 자체가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 없이 계약을 이어 갔다면 사기 혐의가 문제될 수 있어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중요합니다.
저는 전세 보증금 사건에서 임차인 쪽과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세금 순위와 형사 책임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매각결정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안분 신청이 되나요?
A. 되지 않습니다. 특별법 제23조 제1항은 임대인이 2개 이상의 주택을 보유할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한 채라면 나눌 대상이 없어 안분 제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안분 신청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경매는 민사집행법 제104조, 공매는 국세징수법 제72조에 따른 매각결정기일 전까지입니다. 그 날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으므로 공고된 일정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Q. 안분 신청은 어디에 내나요?
A. 관할 세무서장, 경매를 주관하는 법원, 공매를 대행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중 어디에든 제출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받으면 관할 세무서장에게 즉시 통지됩니다.
Q. 안분을 받으면 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안분된 국세의 우선권은 국세기본법에 따르므로,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앞선 세금은 안분 후에도 보증금보다 먼저 징수됩니다. 선순위 근저당권도 그대로 앞섭니다.
Q. 종합부동산세나 상속세도 모든 주택에 나눠 걷나요?
A. 해당 집에 직접 부과된 부분은 나눌 수 없습니다. 시행령은 계산식으로 구한 금액과 해당 재산에 부과된 금액 중 큰 금액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그 집에 부과된 몫은 그 집에서 징수됩니다.
Q. 아직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받지 못했는데 매각이 먼저 진행되면 어떻게 하나요?
A. 특별법은 피해자등 결정을 신청한 사람도 매각유예 또는 정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결정 신청과 유예 신청을 함께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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