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등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시민의 신고로 현행범 체포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고, 체포 직후 경찰이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이 바로 피의자의 휴대전화입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현장에서 경찰이 보여달라고 해서 그냥 내줬는데 이게 증거로 쓰이는 건가요”, “영장도 없이 가져갔으니 증거가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으십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이 진행되면 “내가 낸 휴대폰이니 어차피 증거가 될 것”이라고 포기하거나, 반대로 “영장 없이 가져갔으니 무조건 무죄”라고 기대했다가 두 쪽 모두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을 휴대전화 같은 전자정보 압수에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행범 체포 현장의 압수는 법이 영장 없이 허용하는 영역이어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위법인지를 정확히 가려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몰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휴대전화를 제출한 경우 그 휴대전화가 어떤 경우에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는지, 그리고 배제되더라도 왜 안심할 수 없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현행범으로 체포되면 휴대전화는 영장 없이도 압수될 수 있습니다
체포 현장의 압수는 영장주의의 법정 예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1조는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하고, 제212조는 현행범인을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몰카 사건에서는 촬영하는 장면을 피해자나 목격자가 보았거나 촬영 직후 추적되어 붙잡힌 경우가 전형적인 현행범입니다.
사법경찰관이 이렇게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을 영장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몰카 사건의 휴대전화는 범행에 쓰인 도구이면서 촬영물이 저장된 매체이므로, 경찰은 체포 현장에서 이를 압수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현행범 체포 자체가 언제나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체포가 위법하면 그에 딸린 현장 압수도 함께 흔들립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범죄의 명백성뿐 아니라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같은 체포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범행 직후라는 시간·장소의 근접성이 유지되었는지를 따집니다. 범행 후 한참 지난 뒤 다른 장소에서 불러세워 체포했다면 현행범 요건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영장 없이 가져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법이 되지 않고, 체포 자체의 적법성과 압수 이후의 절차가 증거능력을 가릅니다.
2. 휴대전화를 ‘냈다’는 사정은 임의제출로 평가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임의제출로 인정되면 영장 없는 압수가 적법해지므로, 제출의 임의성이 핵심 쟁점입니다.
체포 현장에서 “휴대폰 좀 확인하겠습니다” 하는 말에 휴대전화를 건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경찰은 체포현장 압수가 아니라 임의제출물 압수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그래서 따져야 할 것은 건넨 행위가 진정한 자발적 의사였는지입니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안 내면 영장 받아서 가져간다, 더 불리해진다”는 말을 듣고 건넸다면 임의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제출서에 서명하고 ‘제출 의사 없이 가져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현장 영상(바디캠)이나 조서에 남은 경위가 임의성 판단의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임의제출이 적법하더라도 휴대전화 안의 모든 정보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할 때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압수 범위가 한정되고, 피의자에게 참여 기회를 주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신고된 범행과 무관한 별건 영상이 영장 없이 복제되었다는 이유로 그 부분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었습니다.
휴대전화를 낸 것이 곧 모든 정보에 대한 동의는 아니며, 제출의 임의성과 압수 범위가 각각 별개의 쟁점입니다.
3. 체포현장 압수 후 사후 영장 절차를 어기면 증거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영장 없이 압수한 물건을 계속 보관하려면 48시간 안에 영장 청구라는 시한을 지켜야 합니다.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를 계속 압수하려면,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에 따라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영장 청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해야 합니다.
사법경찰관은 제1항 또는 제216조제1항제2호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ㆍ수색영장을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 경우 검사의 압수ㆍ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
그런데 현장에서는 영장 청구 없이 휴대전화 안의 촬영물을 열람해 캡처하거나 포렌식 업체에 맡겨 복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사후 영장을 받지 않았거나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얻은 자료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조문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절차 위반이 곧바로 증거 배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지만,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 배제가 형사사법 정의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영장 청구 시한을 명백히 넘긴 경우와 단순한 서류상 미비는 평가가 다르므로, 체포 시각과 영장 청구·발부 시각을 기록에서 정확히 대조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후 영장의 시한과 압수 범위를 어긴 경우에는 휴대전화 속 촬영물이 증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증거에서 빠지더라도 처벌이 곧바로 면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 외에도 피해자 진술과 현장 정황이 유죄 증거로 남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촬영물을 소지·저장한 경우에도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휴대전화의 영상이 증거에서 배제되더라도 현장에서 촬영 장면을 본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체포한 시민과 출동 경찰관의 진술, 현장 CCTV, 그리고 법원이 이미 증거로 채택한 다른 자료로 촬영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서 파생된 2차 증거도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위 2007도3061 판결의 예외 법리가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따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증거 배제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유일한 방어 전략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촬영 대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 촬영 의도, 실제 촬영이 이루어졌는지(영상이 저장되었는지) 같은 구성요건 쟁점과 함께 다루어야 하고, 초범이고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체포 이후에 촬영물이나 클라우드 백업을 삭제하는 행위입니다. 증거인멸로 비춰져 구속 사유가 되거나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절대 임의로 지워서는 안 됩니다.
5. 체포부터 재판까지, 증거 다툼은 초기 진술 단계에서 정해집니다
제출 경위와 압수 시각을 초기에 기록해 두는 것이 증거 배제 주장의 출발점입니다.
몰카 현행범 사건은 통상 ①현장에서 현행범 체포 및 휴대전화 압수(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으로 인계) → ②경찰 조사와 피의자신문 → ③구속 여부 판단 및 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압수조서·임의제출서·압수목록에 적힌 시각과 경위가 증거 다툼의 기초가 됩니다.
체포되어 휴대전화를 제출한 직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포된 시각, 휴대전화를 건넨 시각과 경위(요구를 받았는지, 영장 얘기가 있었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날짜·시간순으로 적어 둡니다.
압수조서·임의제출서에 서명하기 전에 내용을 읽고, 사실과 다르면 그 점을 조서에 남기도록 요구합니다.
이후 열람·복제 과정에서 참여 기회와 전자정보 목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비밀번호 제공 여부는 변호사와 상의한 뒤 결정합니다.
이러한 확인을 바탕으로 체포의 적법성, 제출의 임의성, 사후 영장 시한, 압수 범위를 각각 점검해 증거 배제 신청 여부를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몰카 사건으로 현행범 체포되면 당황한 나머지 경찰이 요구하는 대로 휴대전화를 건네고, 이후 어떤 절차로 어떻게 쓰이는지 따져볼 여유 없이 조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증거 문제를 놓치고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혐의를 받는 분의 입장에서는 영장 없는 압수라는 사실만 붙잡기보다, 체포의 적법성과 제출의 임의성, 영장 청구 시한이 실제로 어땠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동시에 증거가 배제되더라도 남는 다른 증거가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보셔야 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도 수사기관이 절차를 어기면 중요한 증거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진술과 현장 자료를 빠짐없이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체포 직후의 사소한 절차와 진술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증거 문제는 체포 직후 며칠 안에 다툴 수 있는 범위가 가장 넓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현행범으로 잡혔을 때 경찰이 영장 없이 휴대폰을 가져가도 되나요?
A.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속 압수하려면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영장 청구가 있어야 합니다.
Q. 휴대폰을 제 손으로 내줬으면 증거 배제를 주장할 수 없나요?
A. 임의제출로 인정되면 영장 없는 압수가 적법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강요나 불이익 암시로 낸 것이라면 임의성을 다툴 수 있고, 임의제출이어도 혐의와 무관한 정보까지 열람한 부분은 별도로 문제됩니다.
Q. 휴대폰 속 다른 사진이나 영상도 증거로 쓰이나요?
A. 압수 범위는 원칙적으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한정되고,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은 별건 정보를 영장 없이 복제한 경우 그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별건 혐의에는 따로 영장이 필요합니다.
Q. 휴대폰이 증거에서 빠지면 무죄가 되나요?
A.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목격자 진술, CCTV 등 다른 증거로 촬영 사실이 인정되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고,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 체포 후 휴대폰의 영상을 지우면 어떻게 되나요?
A. 증거인멸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나 양형상 불리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지워서는 안 됩니다. 이미 지웠다면 복구 가능성을 포함해 변호사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Q. 경찰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꼭 알려줘야 하나요?
A. 진술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비밀번호 제공은 의무가 아닙니다. 다만 제공 여부가 수사와 구속 판단에 미칠 영향이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체포 직후가 가장 좋습니다. 제출 경위와 압수 시각 같은 증거 다툼의 단서는 초기에 확보해야 하고,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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