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충청·전라 지역 부대에서 복무하던 병사가 선임의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로 군검찰 조사를 받게 되어, 처음 적용된 절도 혐의를 재물손괴로 바꾸고 합의 노력을 이어 간 끝에 2024년 9월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된 사건입니다. 전 소속 법무법인 재직 당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사건이며, 군 복무 중 형사 사건에 연루된 병사와 가족들께 군 사건 대응의 특수성이 참고가 될 것 같아 정리합니다.
군 형사 사건은 일반 사건과 달리 피해자와 직접 연락하기 어렵고 형사조정 같은 합의 절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합의가 되기 전까지의 노력 자체를 기록으로 남겨 양형 자료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의뢰인은 20대 초반의 병사였습니다. 2024년 6월 불침번 근무 중 신발장을 점검하다가 선임병의 군번줄과 그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했고, 그동안 선임으로부터 받아 온 모욕적인 언행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쌓인 감정이 순간적으로 폭발해 그것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사건이 드러난 뒤 의뢰인은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징계를 받아들였습니다.
군검찰은 처음에 절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절도는 재물손괴보다 법정형이 무겁고 전과로 남을 때의 무게도 다릅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물건을 가지려 한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었습니다.
쟁점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가지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물건을 가지거나 쓰려는 생각 없이 버리거나 못 쓰게 만든 것이라면 절도가 아니라 재물손괴가 문제됩니다.
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지배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성립하고, 그런 의사 없이 물건을 버리거나 효용을 해친 경우에는 재물손괴가 문제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의 과제는 의뢰인의 행위가 물건을 취득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설명해 죄명을 바로잡는 것이었고, 그다음 과제는 피해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인의 대응
수사 초기에 사건 경위를 정리한 의견서를 내어, 의뢰인이 물건을 숨기거나 가져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버렸다는 점, 범행 뒤 물건으로 어떤 이익도 얻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소명했습니다. 군검찰은 혐의를 재물손괴로 변경했습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즉 선임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상명하복 관계 속에서 쌓인 감정이 우발적으로 터진 것이라는 점을 조서 내용과 함께 설명했습니다.
합의는 쉽지 않았습니다. 부대 간부를 통한 사과 자리는 피해자가 거절했고, 군검찰에는 형사조정 절차가 없었으며, 직접 연락도 거부되었고, 공탁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시도한 과정을 단계별로 날짜와 함께 기록해 "합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양형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동료 병사들의 탄원서를 모아 의뢰인의 평소 태도와 반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의뢰인이 전역한 뒤 피해자에게 장문의 사과를 전했고, 2024년 9월 피해 회복을 포함한 합의가 이루어져 처벌불원 의사를 받았습니다. 합의 진행 상황을 즉시 군검찰에 알렸습니다.
결과
군검찰은 2024년 9월, 의뢰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범행이 우발적이고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초범인 점을 고려해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의뢰인은 군사재판을 받지 않았고 전과 없이 사회로 돌아갔습니다.
이 사건에서 참고할 점
첫째, 죄명을 먼저 보십시오. 같은 행위라도 절도인지 재물손괴인지에 따라 법정형과 처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수사 초기에 행위의 성격을 정확히 설명해 죄명을 바로잡는 것이 뒤의 모든 절차에 영향을 줍니다.
둘째, 군 사건은 합의 수단이 제한됩니다. 피해자가 같은 부대에 있어 직접 연락이 어렵고, 군검찰에는 형사조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과를 시도한 과정 자체를 시간순으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합의가 안 되었더라도 노력의 기록은 양형 자료가 됩니다.
셋째, 전역이 합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대를 떠나면 직접 사과와 연락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역 시점이 임박했다면 그 점을 수사기관에 알려 처분을 서두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넷째, 합의서에는 지급 조건과 처벌불원 의사를 명확히 적어야 합니다. 합의금을 조건으로 효력이 생기는 구조로 만들어 두면 뒤에 다툼이 생기지 않습니다.
위 사례는 해당 사건의 개별 결과이며, 유사한 사건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사건은 전 소속 법무법인 재직 당시 담당변호사로 수행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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