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기소가 되면 법원에서 공소장 부본과 함께 의견서 양식, 재판 안내문이 든 우편물이 도착합니다. 이 우편물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어차피 재판 날 가서 말하면 되니까 의견서는 안 내도 되겠지”, “빈칸에 일단 인정한다고 적어서 내면 선처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의견서를 아예 내지 않으면 재판 준비의 첫 기회를 놓치게 되고, 반대로 무심코 ‘인정’에 표시해서 내면 첫 공판부터 방어 전략이 좁아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의견서에 적은 내용은 이후 쟁점 정리와 공판 진행의 출발점이 됩니다. 제출 여부보다 무엇을 어떻게 적어 내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래에서는 의견서가 법적으로 어떤 서면인지,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인정 여부는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그리고 접수 후 절차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의견서는 법이 피고인에게 제출하도록 정해 둔 서면입니다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 이것이 의견서 제출의 기본 기한입니다.
법원은 공소가 제기되면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해야 하고, 늦어도 제1회 공판기일 5일 전까지는 송달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66조). 송달은 대개 등기우편으로 이루어지며, 송달을 받은 날이 기한 계산의 시작일이 됩니다.
이 부본을 받은 피고인에게 의견서 제출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2입니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66조의2 제1항).
조문상 의견서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 다른 하나는 공판준비절차를 포함해 재판을 어떻게 진행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입니다. 법원은 제출된 의견서를 검사에게 보내 양쪽의 주장이 어디서 갈리는지 미리 파악합니다(같은 조 제2항).
의견서는 재판 날 하는 진술을 대신하는 서면이 아니라, 재판 전에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법이 요구하는 서면입니다.
2. 제출하지 않아도 재판은 열리지만, 그 대가는 방어 기회의 상실입니다
의견서 미제출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은 없으나, 재판 초반의 주도권을 포기하는 결과가 됩니다.
제266조의2는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기한을 넘기거나 아예 내지 않았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거나 과태료·불이익 처분이 부과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의견서를 내지 않아도 지정된 공판기일에 그대로 재판이 열립니다. 이 점 때문에 “안 내도 된다”고 이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견서를 내지 않으면 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다투는지, 증거를 동의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첫 공판을 맞게 됩니다. 쟁점이 복잡하거나 증인 신문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일정을 촉박하게 잡거나, 첫 기일에서 의견을 확인하느라 기일이 한 번 소모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방어의 기회입니다. 의견서는 공판준비절차에 회부해 달라고 요청하고, 쟁점·증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입니다. 이 창구를 쓰지 않으면 검사가 정리한 틀 안에서 재판이 시작되기 쉽습니다.
제출하지 않아도 재판은 열리지만, 그 순간 방어의 주도권은 검사 쪽으로 넘어갑니다.
3. ‘인정’ 한 글자가 재판의 모양을 바꿀 수 있어 신중하게 적어야 합니다
인정·부인·일부 인정·진술 거부 중 무엇을 택하느냐가 이후 증거 절차를 좌우합니다.
의견서의 가장 중요한 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입니다. 전부 인정, 전부 부인, 일부만 인정(예를 들어 폭행은 인정하나 상해의 고의는 부인)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되고, 정말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면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가 보장하는 진술거부권에 따라 진술을 거부한다는 취지를 적어 낼 수 있습니다(제266조의2 제1항 단서).
‘인정’을 택했을 때 따라오는 제도가 간이공판절차입니다.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면 법원은 그 공소사실에 한해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하기로 결정할 수 있고(제286조의2), 이 결정이 있으면 전문증거에 관한 증거능력 제한 규정(제312조부터 제314조 등)에 대해 증거로 함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간주되지 않습니다(제318조의3).
즉 인정 취지로 의견서를 내고 공판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면 재판은 빠르게 끝나지만, 그만큼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는 길이 좁아집니다. 수사 단계 진술조서나 피해자 진술서의 신빙성에 다툼이 있는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인정’으로 못 박는 것은 위험합니다. 반대로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고 양형이 쟁점인 사건이라면 인정 취지를 밝히고 합의·반성 자료로 선처를 구하는 쪽이 합리적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의견서와 공판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의견서에서 인정한다고 했다가 공판에서 부인으로 돌아서면 번복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의견서는 제출 전에 사건 기록을 보고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견서의 ‘인정’은 형식적인 체크가 아니라, 재판 전략 전체를 고르는 선택입니다.
4. 의견서를 쓰기 전에 검사의 기록부터 확인하고 변호인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무엇을 다툴지는 기록을 본 뒤에야 정할 수 있고, 기록은 열람·등사로 확인합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제기 후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물건의 목록과 함께, 검사가 증거로 신청할 서류, 증인으로 신청할 사람의 진술 관련 서류 등에 대해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66조의3 제1항). 다만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있는 경우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신청할 수 있고, 등사는 변호인이 합니다.
검사가 국가안보나 증인보호 필요 등을 이유로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범위를 제한하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신청 후 48시간 안에 통지가 없거나 거부된 경우에는 법원에 허용 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66조의3 제3항·제4항, 제266조의4). 이 기록을 보지 않고 쓴 의견서는 수사기관이 가진 증거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인정 여부를 확정해 버리는 셈입니다.
변호인이 없는 상태라면 제33조에 따라 구속된 때, 미성년자나 70세 이상인 때, 심신장애가 의심되는 때,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합니다. 빈곤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청구해 국선변호인을 선정받을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의견서 제출 기한이 7일로 짧기 때문에 변호인 선임이나 국선 청구는 우편물을 받은 즉시 해야 합니다.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 인정 여부를 확정하지 말고, 변호인 조력이 필요하다면 의견서 기한 안에 움직여야 합니다.
5. 의견서 접수 후 재판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의견서에 적은 쟁점이 공판준비절차와 첫 공판기일의 진행 방향을 정합니다.
기소 후 절차는 통상 ①공소장 부본·의견서 양식 송달(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수원지방법원 안양·성남·평택·여주지원 등 관할 법원) → ②7일 이내 의견서 제출 → ③재판부가 의견서를 검토해 공판준비절차 회부 또는 첫 공판기일 지정 → ④공판기일에서 인정 여부 확인, 증거조사, 변론, 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구속 상태라면 구속기간이 정해져 있어 일정이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사건이 복잡하면 재판장은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칠 수 있고(제266조의5), 이때 법원은 공소사실·적용법조를 명확히 하고, 쟁점을 정리하며, 증거 신청과 채부 결정까지 미리 처리할 수 있습니다(제266조의9).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의 지정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제266조의7 제2항). 의견서의 ‘공판준비절차에 관한 의견’ 칸이 바로 이 신청의 통로입니다.
우편물을 받으셨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편물 수령일을 확인해 7일의 기한을 계산하고, 사건번호와 첫 공판기일이 적혀 있는지 봅니다.
검사의 증거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하고, 변호인 선임 또는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 여부를 정합니다.
기록을 본 뒤 인정·부인·일부 인정·진술 거부 중 하나를 정하고, 공판준비절차 신청 의견까지 적어 법원에 제출합니다.
이렇게 절차를 밟으면 재판 시작 전에 쟁점이 정리되어, 공판기일 한 번 한 번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소장을 받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의견서 기한을 놓치거나, 서둘러 빈칸만 채워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받아 보는 법원 우편물이니 당연한 반응입니다.
혐의를 다투려는 입장에서는 의견서가 쟁점과 증거에 대한 방향을 처음으로 밝히는 서면이므로,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 서둘러 결론을 적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려는 입장에서도 인정 취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증거 동의 범위와 양형 자료 준비가 달라집니다.
저는 공소사실을 다투는 사건과 인정하고 양형을 다투는 사건을 모두 맡아 온 변호사로서, 의견서 한 장에서 정해진 방향이 재판 끝까지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7일은 길지 않습니다. 의견서를 쓰기 전에 기록부터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소장을 받았는데 의견서를 안 내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의견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제재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쟁점 정리와 공판준비절차를 신청할 기회를 놓치게 되므로, 사건에 따라서는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7일이 지나서 의견서를 내면 받아주지 않나요?
A. 7일은 법이 정한 제출 기한이지만, 기한이 지났다고 접수가 거부된다고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첫 공판기일 전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제출하고, 늦어진 사정이 있다면 함께 적는 것이 좋습니다.
Q. 의견서에 ‘인정’이라고 적었다가 재판에서 부인하면 안 되나요?
A. 법적으로 번복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번복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기록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적어야 합니다.
Q. 진술을 거부한다고 적어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2 제1항 단서가 진술을 거부하는 피고인은 그 취지를 기재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피고인에게는 진술거부권이 보장됩니다.
Q. 변호사가 없는데 국선변호인을 받을 수 있나요?
A. 구속된 경우, 미성년자이거나 70세 이상인 경우,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합니다. 빈곤 등으로 선임이 어려우면 본인이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Q. 의견서를 쓰기 전에 검사 쪽 증거를 볼 수 있나요?
A. 공소제기 후에는 검사가 보관한 증거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있으면 등사까지, 없으면 피고인 본인은 열람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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