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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앞뒤를 막아 못 빼게 한 것도 재물손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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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앞뒤를 막아 못 빼게 한 것도 재물손괴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내 땅, 내 건물 앞에 남이 차를 세웠다는 이유로 그 차의 앞뒤를 물건으로 막아 버렸다가 형사 입건되는 이른바 ‘보복 주차’ 분쟁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차에 흠집 하나 낸 적 없다”, “그냥 치우면 되는 물건을 갖다 놓은 것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차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면, 차를 부수지도 않았는데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고 “주차 위반한 쪽이 잘못 아니냐”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승용차의 앞뒤에 구조물을 놓아 운행할 수 없게 만든 사안에서, 차량이 물리적으로 망가지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보는 ‘효용’은 겉모습이 아니라 쓸 수 있느냐입니다.

아래에서는 차량 앞뒤를 막아 못 빼게 한 행위가 어떤 경우에 재물손괴죄가 되는지, 다른 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입건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차를 부수지 않아도 재물손괴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죄의 핵심은 파손이 아니라 ‘효용을 해했는가’입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이 ‘손괴’만이 아니라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효용을 해한다는 것을,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풀이해 왔습니다. 물건의 형태를 부수는 경우뿐 아니라, 숨기거나 막아서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같은 범주에 들어갑니다. 자동차의 본래 용도는 이동과 운행이므로, 차를 뺄 수 없게 만들었다면 차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오해는 “차에는 손도 안 댔고 나중에 물건만 치우면 원래대로 돌아가니 손괴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정은 범죄 성립을 막는 사유가 아니라, 효용 침해의 정도와 양형에서 따져볼 사정에 가깝습니다.

차량이 물리적으로 멀쩡하더라도, 본래의 용도대로 쓸 수 없게 만들었다면 재물손괴죄의 ‘효용을 해한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2. 앞뒤를 막아 차를 빼지 못하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차 앞뒤에 구조물을 놓아 약 18시간 운행하지 못하게 한 행위가 재물손괴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이 판단한 사안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평소 굴삭기를 세워 두던 공터에 다른 사람의 승용차가 주차된 것을 보고, 그 차의 앞쪽에 높이 약 120cm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뒤쪽에 굴삭기 부품을 놓았습니다. 차 주인은 차를 가지러 왔지만 빼낼 수 없었고, 경찰관이 출동해 함께 옮기려 했으나 이마저 실패해서 다음 날 아침 장애물이 치워질 때까지 약 18시간 동안 차를 운행하지 못했습니다.

1심은 차량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효용을 해하는 것에 포함된다고 보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습니다.

구조물로 인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고 보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것입니다(대법원 3부, 2021. 5. 선고 상고기각 확정 사례의 취지).

이 판단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법원이 차량의 외관이 아니라 실제로 운행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차주가 스스로 빼내려 했고 경찰관과 함께 옮기려 했는데도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효용 침해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앞뒤를 막아 차주가 스스로 빼낼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면, 시간이 짧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모든 ‘막기’가 손괴인 것은 아니고,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효용 침해 여부는 막은 방법, 지속 시간, 치우는 데 드는 노력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법원은 효용을 해했는지를 하나의 공식으로 가르지 않고, 재물의 본래 용도,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행위의 목적과 의도, 방해가 계속된 시간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막았다’는 행위라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주가 잠깐만 노력하면 쉽게 치울 수 있는 가벼운 물건을 놓았거나, 연락이 닿으면 곧바로 이동시켜 줄 수 있는 상태였다면 효용 침해의 정도가 약하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 힘으로 옮기기 어려운 구조물, 다른 차량, 중장비 등으로 차를 완전히 가두었다면 이용 불가 상태가 분명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또한 연락처를 남겼는지, 차주가 요청했을 때 곧바로 치워 주었는지, 막은 시간이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도 고의와 효용 침해의 정도를 가르는 사정입니다.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자리를 떠나 차주가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면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불법 주차를 했다”는 사정은 형사책임을 없애 주는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불법 주차에 대한 대응은 견인 요청이나 신고 같은 정당한 절차로 해야 하고, 스스로 물건을 놓아 막는 것은 자력구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은 방법과 시간, 치울 수 있었는지 여부가 손괴 성립의 갈림길이므로, 사실관계의 구체적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4. 장소와 방법에 따라 일반교통방해·업무방해·강요 등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만이 아니라 막은 장소와 목적에 따라 다른 죄명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막은 장소가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도로나 통로였다면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사유지 내부의 주차 공간이라면 공공성이 부족해 일반교통방해는 어려울 수 있지만, 공용 통로를 막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또 상가 건물 앞에서 영업용 차량이나 손님의 차를 막아 영업을 못 하게 했다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차를 빼 주는 조건으로 돈이나 사과를 요구했다면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여부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죄명이 여러 개 걸리는 경우에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처리되는지 별개의 범죄로 보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초범인지, 피해 차량 소유자와 합의했는지, 피해가 얼마나 지속됐는지는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재물손괴만 생각하고 대응하면 안 되고, 막은 장소와 목적에 따라 다른 죄명이 붙을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5. 입건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초기 확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진술 전에 사진·영상·통화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피해 차주의 112 신고 또는 고소(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 → ②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약식명령 또는 정식 재판(수원지방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가 당연히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서는 중요한 양형 자료이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입건되었거나 신고를 받았다면 감정적인 변명보다 아래 순서로 사실관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무엇으로 어떻게 막았는지, 사람 힘으로 치울 수 있는 물건이었는지를 현장 사진과 CCTV 영상으로 확인합니다.

  2. 막은 시각과 해제한 시각, 차주와 주고받은 통화·문자 내역을 정리해 지속 시간과 연락 경위를 확인합니다.

  3. 해당 장소의 소유·점유 관계와 불법 주차 여부, 그리고 차주와의 합의 가능성을 파악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의 여부와 효용 침해 정도를 다투거나,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합의와 반성 자료로 처분 수위를 낮추는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첫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세워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주차 분쟁은 “내 땅인데”, “너무 얄미워서”라는 감정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그래서 형사 문제라는 인식 없이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가 막혀 곤란을 겪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막힌 시간, 현장 사진, 신고 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장애물의 크기와 차를 빼려 시도했던 경위가 구체적일수록 효용 침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차를 막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된 입장에서도 “상대가 불법 주차를 했으니 당연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오래, 어떤 방법으로 막았는지, 곧바로 치워 줄 의사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이런 생활형 분쟁에서 차를 막은 쪽과 막힌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작은 사실관계 하나가 결론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앞뒤에 물건만 놓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66조는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도 포함하므로, 차를 뺄 수 없게 만들었다면 차에 흠집이 없어도 재물손괴죄가 문제됩니다.

Q. 몇 시간 정도 막아야 재물손괴가 되나요?

A. 정해진 기준 시간은 없습니다. 막은 방법, 치우는 데 드는 노력, 연락 여부, 지속 시간을 종합해 판단하며, 차주가 스스로 빼낼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Q. 상대방이 불법 주차를 했는데도 제가 처벌받나요?

A. 불법 주차는 신고나 견인 요청 같은 정당한 절차로 대응해야 합니다. 스스로 막은 행위는 상대방의 위법 여부와 별개로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차주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재물손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당연히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Q. 재물손괴 외에 다른 죄도 적용될 수 있나요?

A. 막은 장소가 공용 통로라면 일반교통방해, 영업을 방해했다면 업무방해, 금전이나 사과를 요구했다면 강요죄가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고의와 효용 침해 정도에 관한 판단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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