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부 갈등 끝에 한쪽이 집을 나가 별거를 시작했다가, 상대방이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걸쇠를 걸어 두는 바람에 집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살던 집인데 내가 못 들어갈 이유가 없다”, “짐도 아직 그대로 있으니 들어가도 된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은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은 “이미 나가서 따로 사는 사람이니 남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신고했다가, 경찰에서 “공동거주자라 쉽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공동거주자 사이에서 주거침입죄가 어디까지 성립하는지 기준을 분명히 했습니다. 별거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주거침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다고 평가되는 순간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별거 중 원래 살던 집에 들어간 행위가 어떤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되는지, 그리고 분쟁 상황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자신도 거주하는 집에 들어가는 것은 주거침입죄의 대상이 아닙니다
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주거에 들어갈 때 성립하고, 공동거주자에게 그 집은 타인의 집이 아닙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호되는 것은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 평온이며, 따라서 침입의 상대방은 행위자가 아닌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여야 합니다.
부부가 함께 살던 집은 명의가 한쪽 앞으로 되어 있든, 임대차계약서에 한쪽 이름만 적혀 있든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주거입니다. 대법원은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거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실무에서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나갔든 내가 나왔든, 또 부부싸움 끝에 잠시 친정이나 부모님 댁에 머물고 있든, 아직 그 집의 공동거주자 지위가 남아 있다면 자기 집에 들어가는 행위를 곧바로 ‘침입’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별거 중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부 한쪽의 집 출입이 주거침입이 되지 않습니다.
2.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다고 평가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별거가 길어지고 생활 근거지가 옮겨졌다면, 더 이상 공동거주자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공동거주자였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그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했다면, 그때부터는 그 집이 ‘타인의 주거’로 평가되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이탈’일까요. 정해진 기준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개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주로 따져집니다.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별거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짐을 일부만 챙겼는지 아니면 사실상 전부 빼 새 거처를 마련했는지, 그 집의 열쇠나 비밀번호를 계속 알고 사용해 왔는지, 이혼소송이나 재산분할 협의가 진행 중인지, 생활비·공과금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지 등입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부 불화로 짐 일부만 챙겨 집을 나왔을 뿐인 남편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거나 지배·관리를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이미 이혼이 확정되었거나 새 집으로 살림을 모두 옮기고 상당 기간 돌아오지 않은 경우라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이 출입을 막아도, 공동거주자가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출입 금지에는 따를 의무가 없고, 문을 부수는 행위는 별개의 죄로 따로 문제됩니다.
실제 분쟁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장면은 상대방이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체인 걸쇠를 걸어 놓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대법원은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용인할 의무도 있다고 봅니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갔더라도 이는 사전 양해된 공동주거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걸쇠를 걸어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상대방 측에 대항해 걸쇠를 부수고 들어간 남편에 대해서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했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을 부숴도 괜찮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판결도 그런 행위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실제로 위 사건에서 문 걸쇠를 부순 행위는 재물손괴로 유죄가 인정되었고, 형법 제366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밀치거나 말다툼 중에 위협을 가했다면 폭행·협박 등도 별개로 문제됩니다.
주거침입은 면하더라도, 문을 부수거나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쓰면 다른 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4. 이혼 후이거나 이탈이 인정되면 처벌 수위와 후속 문제가 달라집니다
주거침입이 인정되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가정폭력 사건 및 이혼 소송에서의 불이익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다고 평가되어 주거침입죄가 인정되면 형법 제319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퇴거를 요구했는데도 나가지 않는다면 같은 조 제2항의 퇴거불응죄도 문제됩니다. 다만 초범인지, 침입 경위와 목적, 상대방과의 합의 여부 등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부부 사이의 주거침입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거침입죄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되므로, 경찰은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법원은 임시조치로 퇴거 등 격리나 접근금지를 명할 수 있으며, 사건이 가정보호사건으로 넘어가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집을 비운 사이 반복해서 들어가 물건을 뒤지거나 가져간 경우, 주거침입 성립 여부와 별개로 절도 등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고, 이혼 소송에서 상대방이 이를 혼인 관계 악화의 증거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한쪽의 일방적 행동이 위자료나 재산분할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일도 흔합니다.
별거 중 출입 문제는 형사 책임과 가사 문제가 함께 얽혀 움직이므로 처음부터 두 갈래를 모두 보아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출입 당시의 거주 관계와 정황을 입증할 자료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주거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신고 또는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현장에서 경찰이 출동한 경우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최초 진술이 조서에 남기 때문에 첫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별거 중 집 출입 때문에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민등록 등본·초본, 임대차계약서나 등기부, 공과금 납부 내역으로 별거 전후 누가 그 집에 어떤 지위로 살아 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출입 당시의 정황, 즉 도어락 출입 기록, CCTV, 메시지와 통화 내용, 상대방이 출입을 막았다면 그 경위와 이유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별거 합의 여부, 이혼소송·조정 진행 상황, 짐을 어디까지 옮겼는지 등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대응과 이혼·재산분할 등 가사 대응을 함께 설계하면, 불필요한 불이익을 줄이고 일관된 주장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별거 중의 집 출입 문제는 “내 집인데 설마”, 혹은 “이미 나간 사람인데 당연히 안 된다”는 감정이 앞서 초기 대응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들어갔다가 고소당한 입장에서는 아직 공동거주자 지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이 막혔는지를 구체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만 문을 부수거나 물리력을 쓴 부분은 별개로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집에 들어온 배우자를 신고하려는 입장에서도 “나갔으니 남”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탈 여부는 개별 사정으로 판단되므로, 상대가 사실상 새 생활 근거지를 마련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저는 부부와 가족 사이의 갈등이 형사 사건으로 번진 사안에서 고소한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별거 중인데 상대방이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거침입인가요?
A. 공동거주자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면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입장입니다. 다만 잠금장치를 부수면 재물손괴가 따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집 명의나 임대차계약서에 제 이름이 없는데도 공동거주자인가요?
A. 명의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실제 공동생활 여부로 판단합니다. 다만 별거 후 언제부터 누가 지배·관리했는지 같은 사정은 입증 자료가 중요합니다.
Q. 몇 달 이상 별거하면 공동거주자 지위가 없어지나요?
A. 기간만으로 기계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주민등록 이전 여부, 짐을 옮긴 정도, 이혼 절차 진행 여부, 열쇠·비밀번호 사용 여부 등을 종합해 이탈 여부를 판단합니다.
Q. 이혼이 확정된 뒤에 전 배우자의 집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요?
A. 이혼 후에는 공동거주 관계가 종료된 것이므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형법 제319조 제2항의 퇴거불응죄도 함께 검토됩니다.
Q.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하면 가정폭력 사건으로도 처리되나요?
A. 주거침입은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되어 있어 임시조치나 보호처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형사 절차와 가정보호사건 절차 중 어느 쪽으로 진행될지 달라집니다.
Q. 경찰에서 조사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탈 여부 판단의 기초가 되고, 한 번 조서에 남은 내용은 이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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