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님이 오랫동안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어 살던 땅이 알고 보니 남의 명의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상속이 이루어진 뒤에야 알게 되어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버지가 15년을 쓰셨고 제가 8년을 이어서 썼으니 합치면 20년이 넘는다”, “우리 땅처럼 쓰고 세금도 냈으니 당연히 우리 땅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유자가 소송을 걸어오거나 등기를 넘겨받으려 하면, 아버지가 처음 그 땅을 쓰게 된 경위가 어떠했는지, 중간에 점유가 끊긴 적은 없는지가 문제되어 “합산이 안 된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취득시효에서 점유의 승계와 자주점유 여부를 점유자의 내심이 아니라 권원의 성질과 점유 전반의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점유를 합산할 수 있는지 역시 이 기준에서 결정되므로, 합산 가능성만 따로 떼어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아래에서는 부모님이 점유한 기간을 합쳐 시효취득을 주장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경우 합산이 막히는지, 그리고 실제로 등기를 받기까지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부동산 점유취득시효는 20년의 점유와 등기까지 마쳐야 완성됩니다
20년을 채웠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이 생기지 않고, 등기를 해야 소유권을 취득합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점유 20년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를 만들 뿐이고, 실제 소유권은 등기를 마쳐야 넘어옵니다.
여기서 요건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 즉 자주점유여야 하고, 둘째 평온하고 공연한 점유여야 하며, 셋째 그 상태가 20년간 계속되어야 하고, 넷째 등기를 해야 합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점유자가 유리한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반대로 소유자가 이 추정을 깨뜨리는 사정을 입증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사이에 소유자가 제3자에게 땅을 넘겨 등기를 마쳐 버리면 이미 20년을 채웠더라도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시효가 완성된 뒤에 소유자가 바뀌었다면 새 소유자에게는 시효취득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등기 절차에 곧바로 착수해야 합니다.
점유 20년은 소유권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고, 등기를 마쳐야 비로소 내 소유가 됩니다.
2. 부모님의 점유 기간은 상속이나 양도로 이어받으면 합산해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점유를 승계한 사람은 자기 점유만 주장하거나 앞사람의 점유를 합쳐 주장하는 것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민법 제199조는 점유자의 승계인이 자기의 점유만을 주장하거나 전(前)점유자의 점유를 아울러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점유자의 점유를 아울러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도 함께 승계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점유자의 승계인은 자기의 점유만을 주장하거나 자기의 점유와 전점유자의 점유를 아울러 주장할 수 있다. 전점유자의 점유를 아울러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도 승계한다(민법 제199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자녀가 상속한 경우에는 별도의 인수 절차 없이도 점유가 이어진 것으로 보아 합산을 주장하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부모님 생전에 증여나 매매 형식으로 점유를 넘겨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합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아버지가 쓰던 땅을 어머니가 이어서 썼고 이후 자녀가 이어 쓰는 식으로 여러 단계를 거쳤다면, 각 단계에서 점유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을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결국 합산 주장은 선택일 뿐 의무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점유에 약점이 있고 내 점유만으로 20년이 된다면 내 점유만 주장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반대로 내 점유가 짧다면 부모님 기간을 합쳐야 합니다. 이 선택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하자의 승계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점유는 상속·양도로 이어받아 합산할 수 있지만, 합산을 선택하는 순간 앞사람 점유의 하자도 함께 떠안게 됩니다.
3. 부모님의 점유가 자주점유가 아니었다면 합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남의 땅인 줄 알고 빌려 쓰던 점유였다면, 그 성질은 자녀에게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합산 주장이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바로 하자의 승계입니다. 대법원은 선대의 점유가 타주점유인 경우, 선대로부터 상속으로 점유를 승계한 사람의 점유도 상속 전과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75. 5. 13. 선고 74다2136 판결). 소유자에게 빌려 쓰거나 소작으로 부치던 땅을 자녀가 이어받았다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취득시효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주점유 여부는 점유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권원의 성질과 점유에 관한 모든 사정에 따라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됩니다. 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민법 제197조의 추정이 있더라도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않을 태도를 보였다면 그 추정은 깨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유자에게 사용료를 내거나, 땅이 남의 소유임을 알고 허락을 구하거나, 매수 협상을 하며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행동을 했다면 불리한 사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타주점유를 자주점유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점유를 시킨 사람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음을 표시하거나, 새로운 권원으로 다시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점유를 시작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소유자에게서 땅을 매수했는데 등기를 못 했다거나, 상속 과정에서 그 땅이 처음부터 자기 재산으로 다뤄졌다는 사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합산은 점유 기간만이 아니라 점유의 성질까지 함께 가져오는 것이므로, 부모님이 어떤 경위로 그 땅을 쓰기 시작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4. 점유가 끊기거나 소유자가 시효를 중단시키면 합산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20년은 계속 이어진 점유여야 하고, 중간에 점유를 잃거나 소송을 당하면 처음부터 다시 세어야 합니다.
점유가 중간에 끊긴 기간이 있으면 그 앞뒤를 합쳐 20년을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님이 입원하시거나 이사를 가면서 땅을 비워 두었더라도 점유 자체를 잃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제3자가 그 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점유를 상실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땅을 비워 두었다는 사정이 곧바로 점유 상실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울타리·경작·건물 보유 같은 점유의 흔적이 계속 남아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민법 제247조 제2항은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를 취득시효에도 준용합니다. 따라서 소유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땅의 인도나 건물 철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점유자가 소유자의 권리를 승인하는 경우에는 시효가 중단되어 그때까지의 기간이 쓸모없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소유자에게 “땅을 쓰게 해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편지나 각서를 써 준 사실이 있다면 이를 소유자가 증거로 꺼내 올 수 있습니다.
합산할 점유의 기산점도 임의로 고를 수 없습니다. 점유가 시작된 시점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 자료가 있어야 하므로, 항공사진·토지대장·건축물대장·세금 납부내역·이웃의 진술 같은 자료를 연도별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20년은 점유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사실까지 증명되어야 채워지는 기간입니다.
5. 소송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면 판결을 받아 단독으로 등기할 수 있습니다
시효취득은 소유자에게 등기를 청구해 판결로 받아내는 절차이므로, 증거 정리가 결과를 정합니다.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사람은 등기부상 소유자를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통상 ①소유자 확인 및 내용증명 발송 → ②소송 제기(부동산이 수원에 있다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관할 지원) → ③점유 시작 시점·계속 여부·자주점유 여부에 관한 증거조사 → ④승소 판결 확정 후 등기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승소 확정판결이 있으면 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사망했다면 그 상속인 전원이 피고가 되므로, 먼저 상속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토지대장·등기부등본으로 현재 소유자와 점유 대상 범위, 지번, 면적을 확인하고 실제 점유 경계와 일치하는지 측량으로 확인합니다.
부모님이 점유를 시작한 경위와 시기를 정리하고, 돌아가신 뒤 자녀들 사이에서 점유를 누가 이어받았는지 상속관계서류로 확인합니다.
항공사진, 재산세 납부내역, 건물 보존등기, 이웃·이장의 확인서처럼 점유의 시작과 계속을 보여 주는 자료를 연도별로 모읍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상대방의 항변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빌려준 땅이다”라고 주장하면 그 점유가 처음부터 자주점유였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상대 주장이 무엇인지 파악해 반박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마치며
부모님 때부터 써 온 땅이라는 이유로 “설마 우리 땅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정리를 미루다가, 소유자의 상속인이나 매수인이 나타난 뒤에야 서둘러 상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유를 이어받아 시효취득을 주장하려는 입장에서는 합산할 기간의 길이보다 부모님 점유의 성질과 연속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먼저입니다. 항공사진, 세금 내역, 이웃의 확인이 쌓일수록 소송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땅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소유자 입장에서도 오래 비워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점유가 타주점유였는지, 중간에 시효가 중단된 사정은 없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취득시효와 소유권 분쟁에서 점유를 주장하는 쪽과 소유권을 지키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점유의 시작 경위 하나가 결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가 12년, 제가 8년 점유했는데 합치면 시효취득이 되나요?
A. 민법 제199조에 따라 합산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점유가 자주점유였고 중간에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며, 합산하면 아버지 점유의 하자도 함께 승계됩니다.
Q. 아버지가 소유자에게 땅을 빌려 쓰셨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선대의 점유가 타주점유라면 상속으로 이어받은 점유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가 될 수 없습니다. 소유의 의사를 새로 표시하거나 새로운 권원으로 점유를 시작했다는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Q. 형제가 여럿인데 그중 한 명만 땅을 써 왔다면 누구 소유가 되나요?
A. 실제로 점유를 이어 온 사람이 합산을 주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른 상속인들이 이를 다투면 상속재산 분할과 얽혀 쟁점이 복잡해집니다. 점유 경위와 형제 사이의 합의 여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Q. 20년이 지났는데 소유자가 제3자에게 팔아 버렸다면요?
A. 시효 완성 후 소유자가 바뀌어 등기가 넘어가면 새 소유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완성을 알게 되면 지체하지 말고 등기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Q. 재산세를 오래 냈으면 자주점유로 인정되나요?
A. 세금 납부는 소유자처럼 행동했다는 유리한 정황이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점유의 시작 경위, 소유자와의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소송 전에 소유자와 합의로 해결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합의 과정에서 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문구를 쓰면 시효 중단이나 타주점유의 증거로 쓰일 수 있으므로, 서면 작성 전에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