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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지운 뒤에 협박해도 촬영물 협박죄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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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지운 뒤에 협박해도 촬영물 협박죄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연인이나 지인과 헤어진 뒤 “그때 영상 아직 가지고 있다”는 말로 상대를 압박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쪽도, 들은 쪽도 정작 그 영상이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영상은 이미 지웠으니 협박해도 증거가 없다”, “지운 영상으로 겁만 준 건데 무슨 죄가 되겠느냐”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분들은 “영상을 지웠다고 하는데 정말 지워진 건지, 그래도 신고가 되는지” 확신하지 못해 대응이 늦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삭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이용한 협박을 별도로 처벌하고 있으며,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지웠더라도 복제물이 남아 있거나 영상이 있는 것처럼 겁을 준 사정이 있다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처벌 수위도 일반 협박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아래에서는 영상을 지운 뒤의 협박이 촬영물 협박죄로 이어지는 기준, 영상이 실제로는 없었던 경우의 책임, 그리고 가해·피해 양쪽에서 확인해야 할 순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영상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 촬영물 협박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휴대전화 속 파일을 지웠다는 것과 영상이 세상에서 없어졌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사람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복제물에는 ‘복제물의 복제물’까지 포함됩니다. 법이 원본 파일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파일이 옮겨 다니며 만들어진 사본 전체를 처벌 대상 범위에 넣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영상은 한 곳에만 있지 않습니다. 촬영한 휴대전화의 ‘최근 삭제된 항목’ 폴더, 구글 포토·iCloud 같은 클라우드 동기화 사본,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방의 전송본, 노트북·태블릿으로 옮겨 둔 백업, 상대방의 기기에 저장된 사본이 모두 복제물이 됩니다. 한 곳에서 지웠다고 해서 이 사본들까지 함께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죄는 촬영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는지와 별개로 성립 여부가 문제됩니다. 처음에는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이어도, 그 영상을 빌미로 한 협박은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을 지웠는지 여부는 협박 행위 자체를 없애지 못하고, 그 영상이 협박 당시 어떤 상태로 존재했는지를 따지는 출발점이 될 뿐입니다.

삭제는 파일 하나를 지운 것일 뿐, 이미 이루어진 협박과 남아 있는 복제물의 책임까지 지워주지 못합니다.


2. 협박 당시 영상이 존재했는지가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삭제 시점과 협박 시점의 선후, 그리고 복제물 존재 여부가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법 문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제14조의2제2항에 따른 편집물등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제1항).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협박 시점에 그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협박 메시지를 보낸 날 이후에 영상을 삭제했다면, 협박 당시에는 촬영물이 존재했던 것이므로 ‘이용’ 요건을 충족하는 쪽으로 판단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협박 이전에 모든 사본이 사라졌다면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삭제 여부는 당사자의 말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수사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휴대전화·PC의 삭제 기록과 복구 가능 여부, 클라우드 계정의 동기화 이력, 메신저 서버·대화방의 전송 기록을 확인합니다. “지웠다”는 주장은 이런 기록과 맞아떨어질 때만 방어 논리가 됩니다.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5조는 제14조의3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어, 상대방이 겁을 먹지 않았거나 요구가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형사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협박 당시 촬영물 또는 그 복제물이 존재했다면, 이후에 지운 사정은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3. 영상이 실제로 없었더라도 ‘있다’고 협박했다면 다른 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촬영물 협박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협박·강요·공갈죄가 남습니다.

영상이 정말로 한 점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영상 퍼뜨리겠다”고 한 경우라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이 적용되는지와 별개로 형법상 범죄가 문제됩니다. 협박죄(형법 제283조 제1항)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됩니다. 협박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성립하며, 고지한 내용이 실제로 실현 가능했는지가 아니라 상대방이 그 말을 듣고 해악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느낄 만한 상황이었는지를 봅니다.

더 나아가 그 말로 상대에게 만남이나 연락을 강요했다면 강요죄(형법 제324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돈을 받아냈다면 공갈죄(형법 제350조 제1항,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됩니다.

촬영물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더 무거운 규정이 적용됩니다.

제1항에 따른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 제2항).

결국 “영상이 없었으니 허세였을 뿐”이라는 항변은 촬영물 협박죄의 성립 범위를 다투는 데에는 쓰일 수 있어도, 협박 행위 자체의 책임을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어떤 죄명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의 하한이 달라지므로, 협박 당시 영상의 존재 여부는 처음부터 증거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영상이 없었다는 사정은 적용 법조를 낮출 수는 있어도, 협박한 사실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4. 영상 존재 여부에 따라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지고 상습이면 더 무거워집니다

촬영물 협박죄는 벌금형이 없고, 하한이 징역 1년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협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어서 벌금형으로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협박을 통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면 제2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올라갑니다. 같은 행위를 형법의 일반 협박죄(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로 의율하는 경우와는 하한부터 다릅니다.

상습으로 이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3항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여러 번에 걸쳐 같은 상대에게 영상을 언급하며 반복한 사정이 확인되면 상습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형량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은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정하고 있고, 제16조 제2항에 따라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이 함께 부과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초범인지, 협박의 횟수와 기간,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영상이 실제로 유포되었는지는 양형 단계에서 중요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협박 메시지와 삭제 흔적을 어떻게 보전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신고 접수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와 디지털 포렌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휴대전화 임의제출이나 압수수색으로 삭제 기록이 복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협박을 받은 쪽이든, 협박했다는 의심을 받는 쪽이든 아래 순서로 먼저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협박이 이루어진 메시지·통화 내용을 삭제하지 말고 원본 화면과 날짜·상대 계정이 보이도록 그대로 보전합니다.

  2. 영상이 언제 어디에 저장되어 있었는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지워졌는지 기기·클라우드·메신저 기록으로 시간순 정리합니다.

  3. 영상이 실제로 유포되었거나 유포될 우려가 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한 삭제 요청 절차를 병행하고, 수사기관에 그 사실을 알립니다.

이 순서로 자료를 모아 두면 피해자는 고소 단계에서 협박의 존재를 분명히 할 수 있고, 의심받는 쪽은 영상의 존재 시점과 삭제 경위를 일관되게 소명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 진술이 이후 단계 전체에 영향을 주므로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며

이런 사건은 “이미 지웠으니 괜찮겠지”, 또는 “지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삭제 기록과 메시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구하기도, 확보하기도 어려워집니다.

협박을 받은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믿고 기다리기보다 협박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먼저 보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영상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는 수사기관의 포렌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협박했다는 의심을 받는 입장에서도 “영상은 지웠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삭제 시점, 복제물 존재 여부, 협박으로 평가될 만한 표현이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과 형량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영상의 존재 시점과 삭제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삭제 기록과 증거가 남아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협박 전에 영상을 이미 지웠다면 촬영물 협박죄는 성립하지 않나요?

A.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클라우드·메신저·타인 기기에 복제물이 남아 있었는지가 먼저 확인되고, 복제물이 없었더라도 형법상 협박·강요·공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합의하에 찍은 영상으로 협박해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촬영 당시 동의 여부와 별개로, 그 영상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가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Q. 영상을 퍼뜨릴 생각 없이 겁만 준 것도 죄인가요?

A. 실제 유포 의사가 없었더라도 상대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해악을 고지했다면 협박이 문제됩니다. 미수범도 처벌 대상이라 상대가 요구에 응하지 않았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 처벌 수위가 일반 협박죄와 얼마나 다른가요?

A. 일반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지만, 촬영물 협박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Q. 상대방이 영상을 지웠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나요?

A. 기기 삭제만으로 복제물까지 사라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협박 내용을 보전한 뒤 수사 절차에서 포렌식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고소를 취소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협박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이지만, 촬영물 협박죄는 별도의 규정이므로 합의가 있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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