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상속포기를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생전에 집을 판 계약이 있으니 등기를 넘겨 달라”는 매수인의 연락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인분들은 “포기했으니 나와는 상관없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계약서에 부모님 이름이 있으니 내가 넘겨줘야 하나”, “일단 협조해 주면 조용히 끝나겠지” 하고 매수인의 서류 요청에 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의 안심은 포기의 효력이 언제 생기는지를 놓치면 무너지고, 뒤의 협조는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어 포기 자체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의 수리 심판이 당사자에게 고지된 때에 효력이 생긴다고 보고, 그 이전의 상속인의 지위와 관리의무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포기의 소급효는 인정되지만, 포기가 효력을 갖추기 전의 행동은 그대로 평가받습니다.
아래에서는 상속포기를 한 사람에게 매수인의 등기 요구가 어떻게 되는지, 포기 전후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매수인의 청구가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를 법 조문과 판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상속포기가 효력을 가지면 부모님의 매도인 지위를 이어받지 않습니다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부모님이 맺은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닙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집을 팔기로 계약했다면 매도인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사라지지 않고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매수인이 상속인에게 등기를 요구하는 법적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상속을 포기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민법은 포기의 효력을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1042조).
포기가 상속개시 시점, 즉 부모님이 돌아가신 때로 소급하므로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됩니다. 상속인이 아니면 부모님의 재산도, 부모님이 진 채무도, 매도인으로서의 등기 의무도 이어받지 않습니다. 매수인이 “아드님이니 해 주셔야 한다”고 요구하더라도, 포기한 사람에게는 그 의무가 없습니다.
이 효과는 부모님 집이라는 재산만이 아니라 이전등기 의무, 대금 반환 의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처럼 계약에서 비롯된 채무에도 똑같이 미칩니다. 상속포기는 재산과 채무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내려놓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포기가 유효하게 효력을 갖추었다면, 매수인의 등기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2. 포기 효력이 생기기 전에 등기에 협조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포기 신고만 했다고 끝이 아니며, 수리 심판이 고지되기 전의 처분행위가 포기를 무력화합니다.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하고(민법 제1019조 제1항), 법원이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여 이를 당사자에게 고지한 때에 효력이 생깁니다. 대법원 2021. 9. 15. 선고 2021다224446 판결도 이 법리에 따라, 수리 심판을 고지받을 때까지 상속인은 민법 제1022조에 따른 상속재산 관리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를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이 공백 기간입니다. 신고 후 수리 심판이 나오기 전에 매수인이 찾아와 “서류만 떼어 주면 된다”, “상속등기만 같이 해 주면 된다”고 하여 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법정단순승인입니다.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민법 제1026조 제1호).
부모님 명의 집을 매수인 앞으로 넘기는 데 협력하거나, 상속인 명의로 상속등기를 한 뒤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은 전형적인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입니다. 처분행위를 하면 포기를 했거나 하려던 사람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 부모님의 모든 채무를 떠안을 위험이 생깁니다. 포기 후에도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면 같은 결과가 됩니다(민법 제1026조 제3호).
실무에서 안전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매수인에게는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수리 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니 모든 연락은 서면으로, 변호사를 통해 받겠다”는 취지로만 답하고, 서류 제공·인감 날인·열쇠 인도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포기를 했더라도 수리 심판 전에 등기에 협조하는 순간, 포기가 아니라 단순승인이 되어 부모님의 채무 전체를 지게 될 수 있습니다.
3. 매수인의 청구는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모두 포기하면 상속재산관리인에게 향합니다
내가 포기해도 부모님의 매도인 지위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내가 포기했다고 해서 매매계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포기한 사람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에게 그 상속분 비율로 귀속됩니다(민법 제1043조). 예컨대 어머니와 자녀 둘이 상속인인데 자녀 한 명이 포기하면 그 몫은 어머니와 나머지 자녀에게 돌아가고, 매수인은 이 사람들을 상대로 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순위자 전원이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상속순위는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순이므로(민법 제1000조 제1항)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상속권은 다음 순위로 넘어갑니다. 이 때문에 포기를 한 사람은 가족 안에서 후순위 상속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 그분들도 3개월 안에 포기 여부를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포기해도 후순위 가족이 모르고 3개월을 넘기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그 가족이 빚과 계약상 의무를 지게 됩니다(민법 제1026조 제2호).
상속인 전원이 포기하여 상속인이 없게 되면, 매수인은 이해관계인으로서 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53조 제1항). 선임된 관리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내어 판결을 받고, 관리인이 그 판결에 따라 등기를 이행하는 순서가 됩니다. 관리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데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매수인의 등기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포기한 사람은 다음 상속인이 관리를 시작할 때까지 재산 관리를 계속할 의무가 있을 뿐(민법 제1044조 제1항), 매도인으로서 등기를 해 줄 의무는 지지 않습니다.
내가 포기해도 계약은 남아 있으므로, 매수인의 청구는 후순위 상속인 또는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4. 매수인이 대금을 이미 냈는지에 따라 쟁점이 갈리고, 한정승인이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포기와 한정승인은 매수인의 등기 요구에 대한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이미 모두 지급했다면, 부모님은 대금을 받고 등기만 넘기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때 매수인은 등기 청구를 하면서 동시에 이행이 불가능해지면 대금 반환과 손해배상까지 주장합니다. 상속을 포기한 사람은 이 반환 채무도 승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단순승인을 하게 되면 등기 의무와 대금 반환 의무를 모두 지게 됩니다.
대금을 일부만 받은 상태라면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계약금과 중도금만 받았고 잔금이 남아 있다면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하면서 등기를 청구하게 되는데, 이때 부모님 집의 가치가 매매대금보다 커서 상속재산이 오히려 플러스일 수도 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이 집이 실제로 얼마의 가치가 있고 부모님의 채무가 얼마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인은 승인이나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19조 제2항).
빚이 얼마인지 아직 모르겠다면 한정승인이 대안이 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는 제도이므로, 상속재산인 집으로 매수인의 등기 청구를 이행하고 남는 부분으로만 다른 채권자에게 변제하게 됩니다. 한정승인을 하면 내 고유재산으로 부모님의 채무를 갚을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도, 매수인과의 계약을 이행하는 구조가 되므로 가족이 집을 지키고 싶은 경우에 활용됩니다.
또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안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대금이 얼마나 오갔고 집의 가치가 얼마인지에 따라 포기가 유리한지 한정승인이 유리한지가 달라지므로, 결정 전에 계약서와 등기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5. 포기 신고부터 매수인 대응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3개월이라는 기한과 매수인 연락 대응 방식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상속포기와 매수인 대응은 통상 ①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부모님의 주소지가 수원이라면 수원가정법원) → ②법원의 보정 명령 대응 및 수리 심판 → ③수리 심판 고지 후 매수인에게 포기 사실 통지 → ④매수인이 후순위 상속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후순위 가족 안내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매수인이 수원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낼 경우 소송 상대는 포기자가 아니라 승계한 상속인이나 관리인이어야 하므로, 포기자는 소장을 받으면 즉시 포기 사실과 수리 심판 정본을 제출해야 합니다.
매수인의 연락을 받은 직후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속포기 신고서를 법원에 냈는지, 수리 심판이 고지되었는지를 사건번호와 날짜로 먼저 확인합니다.
매매계약서의 계약일, 대금 지급 내역, 부모님 명의 등기부를 확인하여 매수인이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 정리합니다.
매수인에게 서류·인감·열쇠를 건네지 않고, 포기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며 이후 연락 창구를 일원화합니다.
이러한 대응은 단순히 매수인을 막는 것이 아니라, 포기의 효력을 유지하면서 가족 전체의 법적 위치를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마치며
상속포기를 한 뒤에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게 되어, 매수인의 연락을 가볍게 받거나 서류 요청에 호의로 응했다가 포기가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기한 상속인 입장에서는 수리 심판의 고지 여부, 포기 전후의 행동, 후순위 가족에 대한 안내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서류를 건넸는지, 어떤 연락을 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을수록 단순승인 주장에 맞서기 쉽습니다.
반대로 집을 샀다가 등기를 받지 못한 매수인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상속인을 압박하는 것보다, 누가 실제 상속인인지 확인하고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이나 이전등기 소송의 상대방을 정확히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상속과 부동산 분쟁에서 포기하려는 쪽과 등기를 청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포기 전 한 번의 행동이 결론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속포기 신고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데 매수인의 연락을 받았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속포기를 했는데도 매수인에게 등기를 해 줘야 하나요?
A. 포기가 유효하게 효력을 갖추었다면 해 줄 의무가 없습니다. 포기자는 소급하여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매도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습니다.
Q. 포기 신고는 했지만 아직 법원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 매수인이 서류를 달라고 합니다.
A. 응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리 심판이 고지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데 협력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Q. 제가 포기하면 계약은 없던 일이 되나요?
A. 아닙니다. 계약은 유효하게 남고, 포기한 사람의 몫은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됩니다. 매수인의 청구는 후순위 상속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에게 향합니다.
Q. 상속인이 모두 포기하면 매수인은 어떻게 하나요?
A. 이해관계인으로서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청구하고, 관리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관리인의 처분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Q. 포기 대신 한정승인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므로 내 고유재산은 지킬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인 집으로 매수인의 등기 청구를 이행하는 구조가 되어 집을 지키려는 경우에 활용됩니다.
Q. 포기 기한을 넘겼는데 방법이 있나요?
A. 상속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시점 판단이 중요하므로 서둘러 상담을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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