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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로 계약을 취소했더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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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로 계약을 취소했더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나 물품 공급, 용역 계약을 맺은 뒤 “계약 내용을 잘못 이해했다”며 취소를 통보했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깨져서 손해를 봤으니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을 받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착오였으니 취소하면 끝이다”, 혹은 반대로 “취소했으니 어차피 물어줘야 한다”는 두 가지 극단적인 생각 중 하나를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위약금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취소가 법적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책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착오 취소를 중요부분의 착오인지,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한편, 적법한 취소권 행사 자체는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취소가 인정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위약금 책임이 그대로 따라올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착오로 계약을 취소했을 때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경우와 생기지 않는 경우를 어떻게 가르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배상을 요구할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적법한 착오 취소는 그 자체로 손해배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취소가 법이 정한 요건을 갖췄다면, 취소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상 책임이 생기지 않습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다만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이 요건을 갖춘 착오자에게 취소권을 직접 부여한 것이므로, 그 권리를 행사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13023 판결은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고의·과실 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있어야 하는데,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거나 그 착오를 이유로 취소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상대방이 “당신이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내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이 허용한 취소권 행사에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취소의 효과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민법 제141조에 따라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되므로, 계약에 따라 이미 오간 계약금·대금은 서로 돌려주는 부당이득 반환 관계로 정리됩니다. 계약에 붙어 있던 위약금 조항 역시 계약과 함께 효력을 잃으므로,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상대방의 주장도 취소가 인정되는 한 근거를 잃습니다.

적법한 착오 취소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만들 뿐, 상대방에 대한 배상 책임의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2. 취소가 인정되는지는 ‘중요부분’과 ‘중대한 과실’ 두 문턱에서 갈립니다

착오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착오가 법이 보호할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배상 책임의 갈림길은 결국 취소가 유효한지에 달려 있고, 그 판단은 두 가지 문턱을 통과하는지로 정해집니다. 첫째는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판례는 표의자가 그 착오가 없었다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일반인도 그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정도여야 중요 부분으로 봅니다. 단순히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생각보다 쓸모가 적었다”는 사정은 대개 이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둘째는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합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 규정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같은 착오라도 표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은 사업자가 등기부등본이나 도면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기 쉽고, 일반 개인이 중개인의 설명을 믿고 계약한 경우와는 평가가 다릅니다. 다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해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의 취지에 따라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동기의 착오입니다. 계약을 맺게 된 동기가 틀렸던 경우에도,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면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법리입니다. 반대로 마음속으로만 품은 동기였다면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착오 취소는 ‘중요부분’과 ‘중대한 과실 없음’ 두 문턱을 모두 넘어야 하고, 이를 입증할 책임은 취소하는 쪽에 있습니다.


3. 상대방이 배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상대방이 내세우는 청구 근거가 무엇인지에 따라 방어 논리도 달라집니다.

내용증명에 “손해배상”이라고만 적혀 있더라도, 실제 청구 근거는 대체로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로, 앞서 본 대로 적법한 취소라면 위법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계약 체결 과정의 신의칙 위반에 따른 책임인데, 상대방이 취소자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했거나 계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착오에 빠졌다는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이자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취소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채무불이행 책임입니다.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계약은 유효하게 남아 있으므로, 이행을 거부한 쪽은 민법 제390조에 따라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예정액이 정해져 있었다면 그 금액이 기준이 되는데,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취소했는데 손해배상을 하라고 한다”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청구가 위 세 갈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불법행위만 내세운다면 취소의 적법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채무불이행을 주장한다면 취소가 실패할 경우까지 대비한 방어선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청구 근거가 불법행위인지 채무불이행인지에 따라, 취소의 적법성만 다툴지 감액까지 준비할지가 정해집니다.


4. 취소가 인정되지 않으면 계약금 포기나 위약금 감액이 현실적인 출구입니다

취소 요건이 약하다면 해약금 해제와 위약금 감액으로 책임 범위를 줄이는 쪽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착오 취소의 요건이 불확실하다면 다른 길도 함께 열어두어야 합니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주고받은 경우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방법은 착오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고, 책임이 계약금 상당액으로 한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했다면 이 길은 닫힙니다.

취소 통지를 한 뒤 이행 의무를 거부하다가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면, 그때는 손해의 범위가 문제가 됩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실제로 입은 손해, 예를 들어 약정 대금과 재매각 대금의 차액이나 계약 준비에 쓴 비용 같은 사정을 따져 배상액을 정하고, 위약금 약정이 있다면 앞서 본 감액 규정을 적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기죄 고소가 함께 거론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속일 생각이었던 것 아니냐”며 고소하겠다고 하는 경우인데,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무거운 범죄이지만, 계약 당시 상대방을 속여 재물을 받으려는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계약 후에 착오를 알게 되어 취소한 경우에는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계약 체결 당시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계약 전후의 대화·문자 기록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취소와 해약금 해제, 위약금 감액을 단계별로 준비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책임 범위를 계약금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5. 취소 통지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취소 의사표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가 이후 분쟁 전체의 출발점이 됩니다.

착오 취소 분쟁은 통상 ①취소 의사표시를 상대방에게 내용증명 등으로 통지(민법 제111조에 따라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 발생) → ②상대방의 계약금 반환 거부 또는 손해배상 청구 통지 → ③협의 또는 소송 제기(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관할 지원) → ④판결에 따른 계약금 반환·배상액 확정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하므로(민법 제146조) 기간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 요구를 받았다면, 바로 합의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계약서와 특약, 계약 전후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이메일을 확보해 어느 부분을 어떻게 오해했는지, 그 오해가 계약 내용에 표시되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2. 취소 통지가 이미 이루어졌다면 통지 일자와 방식,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아직이라면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냅니다.

  3.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했는지, 계약금 포기 해제가 가능한 시기인지, 위약금 약정이 과다한지를 따져 취소 외의 대안까지 함께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약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취소의 유효성과 책임 범위를 동시에 점검해 불필요한 배상을 피할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착오로 계약을 취소하는 분들은 “내 실수인데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에 상대방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대응 시기를 놓쳐 취소권 행사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소한 쪽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해명보다 어떤 사정이 중요부분의 착오이고, 왜 중대한 과실이 아닌지를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 전후의 기록이 쌓일수록 취소의 유효성을 다투는 데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쪽에서도 “상대가 취소했으니 무조건 배상받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취소가 적법하다면 배상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고, 취소가 부적법하다면 어떤 손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계약 분쟁에서 취소한 쪽과 배상을 요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착오로 계약을 취소했는데 상대방이 정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취소가 요건을 갖춰 유효하다면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적법한 착오 취소를 위법한 행위로 보지 않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취소가 인정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서명했는데도 취소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계약서를 읽지 않은 것은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으로 평가되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한 사정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계약금을 이미 줬는데 취소하면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취소가 유효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가 되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취소가 인정되지 않으면 계약금 몰취가 문제될 수 있어 해약금 해제 등 다른 방법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취소하겠다고 말로만 했는데 효력이 있나요?

A. 취소는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있고 형식 제한은 없지만,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도달 사실과 일자를 입증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취소 사유까지 적어 보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상대방이 사기로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처벌받나요?

A. 사기죄는 계약 당시 기망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계약 후에 착오를 알게 되어 취소한 것만으로는 처벌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가 진행되므로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 변호사를 찾아가야 하나요?

A. 취소 통지를 보내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통지 내용과 시점이 이후 분쟁 전체의 방향을 정하고, 취소 요건이 약하다면 해약금 해제 같은 대안을 먼저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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