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가주택이나 공장, 시골 주택처럼 땅은 빼고 건물만 사들였다가, 땅 주인으로부터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비우라”는 내용증명이나 소장을 받았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건물을 산 분들은 대개 “건물 등기를 내 앞으로 가져왔으니 내 재산이다”,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물인데 설마 허물라고 하겠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땅 주인은 “내 땅에 허락 없이 서 있는 건물이니 철거하라”며 소유권에 기한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하고, 건물을 산 분은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의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제도가 지금도 유효한 법규범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모든 건물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방패가 아니라 성립 요건이 분명히 정해져 있어, 내 건물이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철거를 막을 수도, 그대로 철거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건물만 산 사람이 땅 주인의 철거 요구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철거를 막을 수 있는지를 판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건물 소유권이 있어도 땅 사용권원이 없으면 철거 청구를 받습니다
건물 등기와 토지 사용권은 별개이며, 사용권원이 없으면 땅 주인의 철거 청구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건물과 토지는 민법상 각각 독립된 부동산입니다. 건물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을 쓸 권리까지 함께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땅 주인은 민법 제213조(소유물반환청구권)와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에 따라 정당한 권원 없이 자기 땅을 차지한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거 요구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내가 이 땅을 쓸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입니다. 토지 임대차계약, 사용대차, 지상권 설정, 앞선 소유자와의 사용 약정, 그리고 뒤에서 설명할 법정지상권이 그 후보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인정되면 철거 청구는 막히고, 하나도 없다면 건물 소유권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또한 건물을 철거하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땅 주인은 대체집행으로 건물을 허물고 비용을 건물 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시작된 뒤에야 권원을 찾는 것은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 소유권은 땅을 쓸 권리가 아니므로, 사용권원이 없으면 철거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2. 땅과 건물이 원래 한 사람 것이었다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토지와 건물이 같은 소유자에게 속했다가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졌다면, 건물 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합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① 처분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을 것, ② 매매나 강제경매 등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을 것, ③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자기 땅 위에 지은 건물만 따로 팔았다면, 건물을 산 사람은 그 땅을 계속 쓸 수 있는 지상권을 법률상 당연히 얻습니다. 등기가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이 이 제도의 특징입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2022년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법은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
이 요건 중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동일인 소유”를 언제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입니다. 매매의 경우 매매 당시 땅과 건물이 같은 사람 소유였는지가 기준이고, 강제경매의 경우에는 압류 시점부터 매각대금 완납 시점까지의 소유 관계가 문제됩니다. 처음부터 남의 땅 위에 지어진 건물을 샀다면 이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또한 건물을 사면서 “건물은 철거한다”거나 “토지에 대한 권리는 주장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정을 했다면 법정지상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성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약서의 특약 조항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와 건물이 한 사람 소유였다가 갈라진 경우에만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고, 그때에야 철거를 막을 수 있습니다.
3. 법정지상권이 있어도 땅 주인에게 지료를 내야 하고, 밀리면 소멸될 수 있습니다
철거를 막았다고 공짜로 쓰는 것이 아니며,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지상권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더라도 건물 소유자는 토지 사용의 대가인 지료를 땅 주인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지료는 당사자가 합의해 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토지 가격과 이용 상황 등을 감정해 정합니다. 땅 주인이 지료를 청구하면 소송에서 금액이 확정되고, 그 확정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연체가 됩니다.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은 때 토지 소유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소멸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건물 소유자는 사용권원을 잃어 다시 철거 청구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지료 지급이 시작됐다면 이체 내역을 남겨 연체 사실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상권의 존속기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당사자 사이에 정한 바가 없는 경우 민법 제281조에 따라 견고한 건물이면 30년, 그 밖의 건물이면 15년, 공작물은 5년 동안 존속하는 것으로 봅니다. 기간이 만료되면 건물 소유자는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땅 주인이 거절하면 민법 제283조에 따라 건물을 시가로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정지상권은 철거를 막아줄 뿐 지료 의무까지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4. 지상권 등기가 없으면 땅 주인이 바뀌었을 때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등기 없이 성립한 법정지상권은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려 할 때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법률 규정에 의한 물권 취득이라 등기 없이도 생기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려면 먼저 지상권 등기를 해야 합니다. 건물만 다시 팔 경우 매수인이 지상권까지 승계받으려면 매매계약에 법정지상권 양도 약정을 넣고 소유권 이전과 별도로 지상권 이전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건물만 사면서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 등기만 가져오고 토지에 대한 권리는 챙기지 않은 상태에서 땅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팔면, 새 땅 주인이 철거를 요구하는 분쟁이 시작됩니다. 새 땅 주인에게도 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는 건물 소유자가 요건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건물 취득 시점의 등기부, 토지·건물 소유자 변동 이력, 매매계약서를 한꺼번에 확인해 법정지상권 요건 충족 여부를 서면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소송에서 요건을 입증할 수 있고, 협상에서도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상권 등기와 승계 약정을 챙기지 않으면 법정지상권이 있어도 분쟁에서 불리해집니다.
5. 철거 요구를 받았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시점부터 권원 입증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소송 결과를 좌우합니다.
땅 주인의 철거 요구는 통상 ①내용증명 발송 → ②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청구소송 제기(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 ③법정지상권·사용권원 항변과 지료 감정 → ④판결 및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 중에는 점유 이전이나 건물 처분을 막기 위한 가처분이 함께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철거 요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건물 등기부등본을 모두 발급받아 과거 소유자 변동 이력을 정리하고, 한 사람 소유였던 시점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건물 매매계약서에 철거 특약이나 토지 사용권 포기 문구가 있는지, 반대로 토지 사용을 허락한 합의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땅 주인이 요구한 지료·임대료 수준과 인근 시세를 비교하고, 지급했다면 이체 내역을 정리합니다.
이렇게 자료를 정리한 뒤 부동산 분쟁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의하면, 철거 소송에 대한 항변과 함께 지료 조정, 토지 매입 협상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건물을 샀다가 철거 요구를 받은 분들은 “이미 큰돈을 들여 샀는데 설마 허물겠나”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을 산 쪽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구조인지, 계약서에 철거 특약은 없는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등기부와 매매계약서가 갖춰질수록 철거를 막는 논리가 단단해집니다.
반대로 땅 주인 입장에서도 무조건 철거를 요구하기보다, 상대에게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사안인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요건이 갖춰진 사안에서는 철거 청구가 기각되고 지료만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토지와 건물을 둘러싼 분쟁에서 건물 소유자 쪽과 토지 소유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소유자 변동 경위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철거 요구를 받았다면, 소송이 시작되기 전이 대응의 선택지가 가장 넓은 때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물만 샀는데 땅 주인이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법정지상권이 생기나요?
A. 땅 주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처분 당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는지가 핵심입니다. 처음부터 남의 땅 위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Q. 등기를 하지 않았는데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요건이 갖춰지면 등기 없이도 성립합니다. 다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려면 지상권 등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Q. 매매계약서에 “건물을 철거한다”는 문구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건물 철거 특약이나 토지 사용권 포기 약정이 있으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구의 위치와 내용, 체결 경위에 따라 판단이 갈리므로 계약서 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Q. 땅 주인이 지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요구하는데 따라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감정을 거쳐 지료를 정합니다. 다만 확정된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지상권 소멸청구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Q. 철거 판결이 나면 바로 건물이 허물어지나요?
A. 판결이 확정된 뒤 땅 주인이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도 합의나 토지 매수 협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어, 판결 직후에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철거 요구 내용증명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소장을 받기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 시기에 권원 자료를 정리하고 협상 방향을 잡아야 소송에서 불리한 진술이나 자료 누락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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