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이사에게 업무상 배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이사에게 업무상 배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
해결사례
횡령/배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이사에게 업무상 배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 

이주형 변호사

불기소

제****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중 한 직원과 대표 사이의 갈등이 형사상 업무상 배임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사건도 같은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이기도 하였던 고소인과 의뢰인 사이의 오해와 감정적인 갈등이 형사사건으로 이어진 케이스입니다. 다만 이번 케이스에서 의뢰인에게는 상당히 불리해 보이는 요소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검찰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의뢰인에게는 어떤 사실이 불리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진걸까요?


3줄 요약

사건: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가 문제된 사건

쟁점: 회사의 손해 발생 여부, 의뢰인의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배임의 고의

결과: 불기소 처분


변호사의 핵심포인트

1)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사실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유리한 사실관계만 주장하기보다는 불리한 사실관계에 대해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되도록이면 문제가 되는 사실관계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타임라인을 정리해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실관계들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3) 고의가 내심의 의사이기는 하나, 법리적으로는 이를 판단하기 위해 객관적인 사정들을 검토하게 됩니다. 피의자의 입장에서도 고의를 설명하기 위해 감정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요인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상담 당시만 해도 의뢰인에게 정말 불리한 사건으로 보였습니다.

전시관을 운영하는 대표인 의뢰인은 인근 도시에 있는 전시관의 대표로부터 고소를 당하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의뢰인이 전시관을 운영하기 위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였을 당시에는 고소인이 운영하던 전시관의 이사 또는 공동대표이사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새로 설립한 회사가 기존 회사와 마찬가지로 전시관 운영이라는 유사한 영업을 하였고, 비록 행정구역이 다르기는 하였지만 그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았습니다. 기존 회사의 대표인 고소인은 의뢰인이 전시관을 운영한 이후 기존 회사가 운영하던 전시관의 매출이 하락했다고 주장하면서, 의뢰인을 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고소를 하였습니다.

의뢰인은 고소인이 악감정을 가지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하셨지만, 눈으로 확인되는 정황으로는 의뢰인에게 상당히 불리해 보였습니다. 의뢰인이 기존 회사의 이사 지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였고, 유사해 보이는 전시관을 운영했다는 사실 자체는 반박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시간순으로 사실관계를 나누어 보니, 같은 사건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억울해서 절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뢰인을 위해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확인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고소인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들을 구분하고, 시간순으로 정리하여 타임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의뢰인이 제공한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정리하자, 사건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의뢰인이 당시에도 기존 회사의 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의뢰인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전시관 운영을 시작하려던 시점에는 기존 회사의 전시관이 휴관 중이었습니다. 기존 회사의 전시관은 상당 기간 휴관한 후 다시 운영을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즉, 고소인은 현 시점만을 기준으로 의뢰인이 이사 지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전시관을 운영하였으며 기존 회사 전시관의 매출이 하락한 사정을 주장하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 살펴보자 각 사실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 회사의 영업이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었던 적이 있을까?

타임라인을 새롭게 정리하자, 두 회사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고소인의 주장만 들었을 때는 두 전시관이 당연히 경쟁관계라고 전제를 했는데, 실질적인 경쟁관계가 있었던 적이 있을지도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간순으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의뢰인은 회사를 설립하고 곧바로 전시관을 개관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는 2년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의뢰인이 전시관을 개관한 시점에는 고소인이 운영하던 전시관은 이미 휴관 중이었고, 재개관이 된 것은 그로부터 약 2년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즉, 2년의 공백을 고려할 때 의뢰인이 처음부터 전시관을 운영하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나아가 고소인이 긴 시간 동안 전시관을 휴관한 탓에, 두 전시관이 동시에 운영된 기간은 최근 몇 개월에 불과했고, 오히려 고소인의 재개관으로 인해 두 전시관이 경쟁하게 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이해되던 사건들이 일자별로 정리를 하자 그 사이의 공백이 확인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 사이의 사실관계들이 모두 인과관계처럼 이어진 것으로 보였지만, 타임라인 위에서 다시 보자, 사실관계들 사이에 인과관계가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게 느껴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의뢰인이 회사를 설립하여 전시관을 운영한 것과 기존 회사의 매출이 하락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의뢰인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회사가 휴관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뿐 아니라 내부적인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까지 함께 고려하면, 재개관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원인이 의뢰인에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고소인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의뢰인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제3자에게 전시관을 매각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의뢰인의 전시관 운영과는 무관하게 고소인의 전시관이 영업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이었고, 고소인 주장에서 당연히 전제하고 있던 인과관계에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이 정말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의뢰인이 이사 또는 공동대표이사이기는 했지만, 이전 회사는 전적으로 고소인의 입김에 의해 운영이 되었습니다. 실무를 담당하던 의뢰인은 운영사항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로봇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버티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시관의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고소인은 이를 매각할 생각부터 하였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의뢰인은 새로운 회사 설립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의뢰인의 설명이 거짓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진심으로 로봇과 아이들이 로봇을 대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해 직업적 보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동기만으로 배임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의뢰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었던 부분은 의뢰인 역시 기존 회사의 주주였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의뢰인은 기존 회사의 이사 또는 공동 대표이사의 직위만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본인의 자본을 투자하고 진심으로 그 회사의 성공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고소인의 회사가 폐업을 하거나 매출 하락의 위기를 겪으면, 의뢰인에게도 경제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임의 고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뒷받침될 때 의뢰인이 설명하였던 로봇에 대한 애정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물론 주주라는 사정만으로 배임의 고의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의 객관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살펴볼 때, 기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한편 자신이나 제3자가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을 의뢰인이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

​결국 사건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꾸자, 결론도 달라졌습니다.

다행히 검찰 역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사실관계와 증거들을 종합하여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 배임의 고의 등을 검토한 후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불리한 사실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중요한 것은 불리한 사실이 존재하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그 사실들을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사실관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배열하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와 행위자의 의사를 차례로 살펴보면서 처음과는 다른 사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배열하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와 행위자의 의사를 차례로 살펴보는 것. 때로는 그것이 불리해 보이는 사건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첫 번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꼭 알아두세요

1) 회사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상배임의 손해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된 행위로 회사의 재산상 가치가 감소하였거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손해와 행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어떤 행위 이후 손해가 발생했다는 시간적 선후관계만으로 곧바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문제된 행위가 실제로 그 손해의 원인이 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3) 배임의 고의는 행위자의 개인적인 주장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과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따라서 피의자가 어떤 설명을 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이나 제3자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는지 등 객관적인 사정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주형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