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찍힌 장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CCTV에 찍힌 장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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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힌 장면,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이주형 변호사

“CCTV에 다 찍혀 있다는데, 그러면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

형사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영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의 결론이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반대로 CCTV만 확인하면 자신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도 영상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CCTV에 다 찍혀 있으니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하시고, 어떤 분은 ‘CCTV만 확인하면 제 결백이 밝혀진다’고 하십니다. 정반대의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두 말은 같은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사건의 결론을 정해 준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영상은 수사나 재판에서 상당한 증명력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의 기억보다 정확해서 내용에 대한 다툼이 적고, 진술처럼 번복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을 진행해 보면 영상이 생각만큼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보여주지만, 그 일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결정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형사사건을 진행하면서 확인되는 영상증거들에 대해서 실무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쟁점들이 발생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영상은 장면을 보여주지만, 그 장면의 의미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영상에 남는 것은 물건의 위치, 사람의 행위, 행위의 시간적 순서입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영상이 확보된 순간 사실관계의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서 영상에서 보이는 움직임을 어떤 행위로 해석할 것인지는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좁은 복도에서 부딪히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영상만으로 그것이 폭행인지, 단순히 지나가다가 몸이 닿은 것인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 옆에서 물건이 넘어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상만 보고서는, 그 사람이 일부러 넘어뜨린 것인지, 그전에 이미 넘어지는 과정에서 물건도 함께 밀쳐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영상에서는 알 수 없는 주변 정보들을 결합해야 의미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영상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만 판단하지 않습니다. 영상 속 장면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해석하는 작업까지 필연적으로 포함됩니다. 즉, 영상 자체는 소재만 제공할 뿐, 그 소재를 두고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그 영상을 본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영상을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사람이 갖는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② 그 장면의 앞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해석하는 방법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과정 중 하나는, 문제가 되는 장면 이외에 전후의 사정을 살피는 것입니다. 만약 영상만으로 전후 사정을 파악할 수 없다면, 최대한 주변 정보들을 결합해 영상에 보이는 일의 이전과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해 보려고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영상을 통해 눈으로 보이는 장면은 같을 수 있지만, 전후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좁은 복도에서 두 사람이 부딪힌 경우, 그 직후 바로 사과를 하거나 손에 들고 가던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린다면 실수로 부딪힌 것이라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인식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딪힘이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가려고 하거나 추가적인 폭행이 이루어진다면, 부딪힌 것도 폭행의 의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나 재판에 대응할 때 되도록이면 영상을 편집해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전후 내용도 함께 살펴보고 대응방향을 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수사과정에서 섣불리 영상을 편집해 증거를 제출하고 안심하고 있다가, 오히려 검찰에서 확보한 전후 영상이 재판 과정에서 재생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달리 수사기관에서 주변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짧은 영상만으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진행하였던 음주측정거부 사건에서는 경찰의 바디캠 영상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영상의 앞뒤 맥락을 확인하면서 의미가 달라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제시한 바디캠 영상만 보면 측정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영상 전후의 상황과 당시 의뢰인의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서 다른 해석이 가능해졌던 사건입니다.

③ 같은 영상도, 어떤 질문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보통 실무에서 피의자들이 영상증거로 인해 당황하는 순간은, 그 영상증거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순간입니다. 영상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함은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이 영상 증거를 보여주는 순간, 모든 것이 잘못된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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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내용이 너무 명백하면 다툴 여지가 없고, 그때라도 변론 방향을 수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영상을 보는 사람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영상 자체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영상이 본인의 기억과 명확히 다르거나 나아가 본인이 범행 장면에 대한 기억이 없을 때, 경찰이 해석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소나 고발사건의 경우 경찰은 단지 신고 내용의 관점에서 영상을 해석하였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경찰은 신고 내용을 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염두에 두고 영상을 해석합니다. 하지만 질문이 달라진다면 그 영상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하는 대응에는 새로운 증거를 찾는 일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미 확보된 증거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다른 질문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형사사건에서도 질문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습니다. 길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져 손상된 사건이었고, 처음 영상을 보는 질문은 ‘의뢰인이 오토바이를 넘어뜨렸는가’였습니다. 그런데 변론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동안 의뢰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같은 영상을 다시 확인하자 사건의 성격이 달라졌고,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질문이 달라지자 같은 영상에서 확인되는 행동의 의미도 달라졌습니다.

④ 그 영상으로 어디까지 알아볼 수 있을까요?

CCTV 영상이 증거로 제출된 경우, 보통 영상에 보이는 내용에 대해서는 다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형사사건에서 CCTV 영상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 가장 먼저 CCTV 영상을 통해 범죄 사실에 부합하는 장면이 실제로 확인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건들에서 CCTV 영상은 문제가 되는 현장 바로 옆에서 촬영되지 않고, 화질 역시 매우 낮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특히 야간에 멀리서 촬영된 것이라면 해석의 여지가 충분히 발생합니다. 이럴 때 누군가의 눈에는 범행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도, 누군가의 눈에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물건이 있는지 특정되지도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 과정에서는 CCTV 영상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영상을 픽셀 단위로 분석해서 검찰이 주장하는 장면이 확인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다면 그 장애요인은 무엇인지 등을 감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따지고 보는 경우, ‘눈으로 보이는 대로 영상을 해석하는 것의 맹점’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사각지대의 문제도 있습니다.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는 현장의 경우, 사각지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때 사각지대에 대한 검찰의 해석은 결국 추측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⑤ 중요한 것은 CCTV가 있는지가 아니라, 그 영상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입니다.

“CCTV로 다 촬영되어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적어도 2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범행의 장면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는 자료가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영상을 제출하는 사람의 주장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위 두 말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전자는 CCTV 영상을 통해 어떤 장면이 확인되는지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그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형사사건에서 영상이 문제가 되는 경우, 다음의 3가지는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영상을 제출한 사람이 주장하는 내용이 영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가, 2) 영상에 보이는 장면 전후에는 어떤 맥락이 있는가, 3) 영상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 이 정도는 염두에 두고 영상증거에 대응해야 합니다.


영상은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답을 해 줄 뿐이고, 그 질문이 무엇인지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영상의 존재만으로 사건 대응의 방향을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이 글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을 잊지 않는다면, 영상을 대하는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꼭 알아두세요

1) 영상이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영상이 곧바로 공소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의 내용과 촬영 상태, 다른 증거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그 증명력을 판단하게 됩니다.

​2) 고의처럼 사람의 내심에 관한 사실은 CCTV 영상에 직접 찍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영상에 나타난 행동과 그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 외부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여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3) CCTV 영상은 영구적으로 보관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된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 보관기간이 지나기 전에 해당 영상의 존재와 보존 필요성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영상의 열람에는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보호 등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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