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매각기일 통지서를 받아 들고 막막해하는 상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경매가 진행되면 내 보증금은 배당으로 받겠지”, “경매가 잡혔으니 이제 손쓸 방법이 없다”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시간을 흘려보낸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각기일이 다가오면 낙찰가가 선순위 채권액에도 못 미쳐 보증금 대부분을 잃거나, 반대로 경매를 멈출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도 신청 시기를 놓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시행 중인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된 임차인이 법원에 경매절차의 유예·정지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언제든 신청한다고 법원이 들어주는 것은 아니고, 신청 자격과 법원의 판단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를 미뤄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근거와 요건, 신청 방법, 그리고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쓸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세사기피해자는 법원에 경매 유예·정지를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법 제17조 제1항이 임차인에게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17조 제1항은 전세사기피해주택에 대해 민사집행법 제78조에 따른 강제경매 또는 제264조에 따른 임의경매가 진행 중이면, 전세사기피해자가 법원에 매각기일의 지정을 보류하거나 이미 지정된 매각기일을 취소·변경하는 방식으로 경매절차의 유예·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파산·회생절차에서 환가하는 경우도 같은 틀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청 주체는 ‘전세사기피해자’입니다. 일반 임차인이 아니라 같은 법 제14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결정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신청인이 제3조 요건을 갖췄는지 심의·의결한 결과를 따릅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이 신청이 경매 사건의 채권자나 집행법원에 대한 일반적인 ‘기일 연기 부탁’이 아니라, 법률이 임차인에게 준 별도의 신청권이라는 점입니다.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제3항의 기준에 따라 결정합니다. 또한 국토교통부장관은 위원회가 경매유예 협조 요청을 의결했거나 매각기일이 위원회 개최일보다 앞서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법원에 직접 협조를 요청할 수 있어서(제17조 제2항), 임차인 신청과 국토교통부 요청이 나란히 작동합니다.
경매유예는 호의가 아니라 법이 전세사기피해자에게 준 권리이고, 그 출발점은 피해자 결정입니다.
2. 신청 자격은 피해자 요건 4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생깁니다
대항요건·보증금 5억원 이하·다수 피해·기망 의심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법 제3조 제1항은 전세사기피해자 요건을 네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른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출 것(임차권등기를 마쳤거나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 포함), 둘째, 임차보증금이 5억원 이하일 것(위원회가 시·도별 여건을 고려해 2억원 범위에서 상향 가능), 셋째, 임대인의 파산·회생절차 개시, 임차주택의 경매·공매 개시, 임차인의 집행권원 확보 등으로 2인 이상의 임차인에게 보증금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될 것, 넷째,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나 기망, 반환능력 없는 자에게의 양도, 다수 주택 취득·임대 등 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경매가 이미 시작되었다면 셋째 요건은 대체로 충족됩니다. 어려운 것은 넷째 요건입니다. 임대인이 고소되어 수사 중이라는 사실, 같은 건물이나 다른 건물의 다른 임차인들도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있다는 사실, 임대인이 짧은 기간에 다수 주택을 취득했다는 사실 등을 수사 접수증, 고소장 사본, 등기부등본, 임차인 카페·단톡방 자료로 정리해 신청서에 붙여야 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외 사유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제3조 제2항은 임차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 보증금 전액 반환이 가능한 경우, 보증금 전액이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범위 안에 드는 경우, 대항력·우선변제권으로 보증금 전액을 자력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적용 대상에서 뺍니다. 선순위 근저당 없이 낙찰가만으로 보증금이 전액 배당될 것이 분명한 사건은 유예 실익도, 인정 가능성도 낮다는 뜻입니다.
피해자 결정을 받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막히므로, 요건 입증 자료부터 갖추는 것이 순서입니다.
3. 법원은 ‘생계·주거안정 지장’과 채권자 사정을 함께 따져 결정합니다
유예는 임차인의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채권자·채무자의 생활형편과 비교됩니다.
제17조 제3항은 법원이 민사집행법 제104조에도 불구하고, 신청이나 요청이 있고 전세사기피해자(제12조에 따라 피해자 결정을 신청한 자 포함)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생계나 주거안정에 지장을 줄 것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채권자 및 채무자의 생활형편 등을 고려하여 경매유예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결정을 아직 받지 못하고 신청만 한 사람도 유예를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원회 심의에는 신청일로부터 조사 30일(제13조 제5항), 안건 상정 후 심의 30일에 부득이한 경우 15일 연장(제14조 제3항)이 걸리므로, 매각기일이 그 전에 닥친 임차인은 피해자 결정 신청서를 먼저 접수하고 그 접수 사실을 근거로 유예를 신청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할 수 있다’고 정했을 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채권자도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람이므로, 법원은 임차인이 이 집 말고 갈 곳이 없는지, 보증금이 생활의 거의 전부인지, 부양가족이 있는지와 함께 채권자의 이자 부담과 회수 지연 사정을 같이 봅니다. 따라서 신청서에는 현재 거주 중이라는 사실, 보증금의 출처(대출 여부), 가구 구성, 다른 주거 확보가 어려운 사정을 소명자료로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유예 기간은 유예한 날의 다음 날부터 1년 이내이고,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면 직권 또는 신청으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제17조 제4항).
법원은 임차인의 생계·주거 위기와 채권자의 회수 이익을 저울질하므로, 소명자료의 구체성이 결과를 가릅니다.
4. 유예는 한시적이므로 우선매수권·공공매입·배당 대비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경매를 늦추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 기간에 보증금을 지킬 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예는 시간을 벌어줄 뿐 보증금을 돌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법은 유예와 함께 쓸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우선 제20조 제1항에 따라 전세사기피해자는 매각기일까지 민사집행법 제113조의 보증(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을 제공하고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하겠다는 신고를 할 수 있고, 신고가 있으면 법원은 그 임차인에게 매각을 허가해야 합니다(제2항). 최고매수신고가격이 없으면 최저매각가격으로 신고합니다.
살 돈이 없는 임차인에게는 제25조가 있습니다. 공공주택사업자(LH 등)에 주택 매입을 요청하면 사업자가 보증 제공 없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되어 해당 피해자에게 우선 공급되며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제25조 제2항·제4항). 이때 사업자는 법원에 경매유예 등을 요청할 수 있어(제3항), 임차인 본인 신청과 겹쳐 쓸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공공주택사업자가 모두 우선매수 신고를 하면 피해자가 매각을 허가해 달라는 신고를 해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제14항).
동시에 배당 쪽 준비도 놓치면 안 됩니다. 임차인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의 선후, 선순위 근저당·당해세·조세채권 금액을 등기부와 세무서·지자체 체납 자료로 확인해 실제 배당 예상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국세나 지방세 체납으로 압류된 공매 절차는 법원이 아니라 관할 세무서장·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매각유예를 신청해야 한다는 점도 다릅니다(제18조·제19조).
유예는 출구를 준비하는 시간이며, 우선매수·공공매입·배당 계산을 같이 돌려야 의미가 있습니다.
5. 신청은 이렇게 진행되고, 매각기일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피해자 결정 신청과 집행법원 유예 신청을 동시에 진행해야 매각기일을 넘기지 않습니다.
실제 진행은 통상 ①국토교통부(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전세사기피해자 결정 신청 → ②경매 사건번호를 확인해 집행법원(수원 지역 주택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관할 지원 경매계)에 경매유예 신청서 제출 → ③위원회의 피해자 결정, 이의가 있으면 결정 송달 후 30일 이내 이의신청(제15조) → ④법원의 유예·정지 결정 후 매각기일 취소·변경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임대인 고소장을 접수해 제3조 제1항 제4호의 수사 개시 요건을 확보해야 합니다.
매각기일이 임박했다면 국토교통부가 법원에 직접 협조를 요청하는 긴급 경로도 있으므로, 매각기일이 위원회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신청서에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아래 순서로 서류부터 챙기십시오.
경매 사건번호와 매각기일을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와 송달된 통지서로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서·주민등록초본·확정일자 부여 자료로 대항요건 취득 일자를 정리합니다.
임대인 수사 접수증·고소장, 같은 임대인의 다른 피해 임차인 현황, 등기부등본상 다수 주택 보유 내역으로 제3조 제1항 제3·4호 요건을 입증할 자료를 모읍니다.
가구 구성, 보증금 출처와 대출 내역, 다른 거주지 확보가 어려운 사정을 소명자료로 정리해 경매유예 신청서와 함께 집행법원에 냅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 결정 신청, 경매유예 신청, 임대인 형사 고소를 하나의 일정표로 묶어 진행해야 매각기일 전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경매 통지서를 받으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거나 “곧 배당받겠지”라고 기다리다가 신청 가능한 기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피해자법상 유예 신청은 매각기일 전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보증금을 지키려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피해자 결정 요건 자료, 생계·주거 소명자료, 배당 예상액 계산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선매수권과 공공매입을 함께 검토하면 유예 기간을 실제 해법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나 대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유예 결정은 법원이 정한 절차이므로, 임차인의 신청에 어떤 소명이 붙었는지와 유예 기간 동안의 회수 계획을 따져 대응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법 조항과 절차를 정확히 알아야 불필요한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전세 보증금 사건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채권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신청 시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매각기일이 정해졌다면, 그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받기 전인데도 경매유예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법 제17조 제3항은 제12조에 따라 피해자 결정을 신청한 사람도 경매유예 결정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정 신청서를 먼저 접수하고 그 사실을 법원에 소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Q. 유예가 결정되면 경매가 완전히 취소되나요?
A. 아닙니다. 매각기일 지정을 보류하거나 지정된 기일을 취소·변경하는 것으로, 기간은 유예한 날 다음 날부터 1년 이내입니다.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직권 또는 신청으로 연장될 수 있습니다.
Q. 보증금이 5억원을 넘으면 신청이 안 되나요?
A. 원칙적으로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가 요건이지만, 위원회가 시·도별 여건과 피해자 여건을 고려해 2억원 범위에서 상향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현재 상한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Q. 우선매수권은 돈이 없어도 행사할 수 있나요?
A. 본인이 행사하려면 민사집행법 제113조의 보증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공공주택사업자에게 매입을 요청해 사업자가 보증 없이 우선매수하는 방법(제25조)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국세 체납으로 공매가 진행 중이면 어디에 신청하나요?
A. 법원이 아니라 관할 세무서장에게 매각결정기일 전까지 매각유예를 신청합니다(제18조). 지방세 체납 공매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상대방입니다(제19조).
Q. 유예 신청과 임대인 형사 고소를 같이 해도 되나요?
A. 같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는 피해자 요건 중 하나이고, 민사상 보증금 반환 절차와도 병행할 수 있어 서로 입증자료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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