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의뢰인은 작은 설비업체의 대표였습니다. 어느 날 업계 지인이 '회사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 매출 실적을 쌓아 주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의뢰인은 회사 운영을 그 지인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지인은 의뢰인 회사의 명의로 1년여 동안 공급가액 약 65억 원에 이르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수취했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지인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의뢰인을 지인과 함께 범행한 '공동정범'으로 보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벌금 6억 6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노역장에 500일 동안 유치되고, 벌금 상당액을 미리 내라는 가납명령까지 붙었습니다.
얻은 이익이 거의 없는 의뢰인에게 6억 원이 넘는 벌금은 사실상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항소심에서 결과를 바꾸기 위해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허위세금계산서 금액이 30억 원 이상이면 특가법이 적용되어 징역형과 함께 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함께 선고해야 합니다. 1심 벌금 6억 6천만 원은 이미 법이 허용하는 최저 수준에 가까웠기 때문에, 단순히 형이 무겁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벌금을 거의 줄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벌금을 의미 있게 줄이려면 벌금의 하한 자체를 낮춰야 했습니다. 그 길은 의뢰인이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법률상 감경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3. 변호인의 대응
① 범행 사실은 인정하되, '가담의 정도'만 정면으로 다투었습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회사 명의로 허위 세금계산서가 오갔다는 사실 자체는 처음부터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이 태도를 유지하면서, 의뢰인이 범행을 함께 지배한 공동정범인지, 아니면 명의를 빌려주어 범행을 쉽게 한 방조범인지라는 점만 다투는 방향으로 항소 전략을 세웠습니다.
② 증거기록에서 '명의대여에 그쳤다'는 사정을 하나하나 찾아냈습니다
- 범행을 먼저 제안한 것도, 누구와 어떤 품목과 금액으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을지 정한 것도 모두 지인이었다는 점(공동피고인의 진술)
- 지인이 운영하던 기존 회사가 부도나자 그 대신 의뢰인 회사 명의를 쓰려 한 것이어서, 의뢰인에게는 범행 동기가 없었다는 점
- 거래처 대표들이 '의뢰인 회사와 그 대표는 모르고, 지인과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점
- 고발한 세무서조차 의뢰인을 방조범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고발했다는 점
③ 명의대여자를 방조범으로 본 판결들을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 범행 실행을 지배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공동정범을 부정하고 방조범으로 판단한 고등법원 판결들을 찾아 표로 정리하고, 이 사건과 본질이 같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④ 벌금의 선고유예까지 예비적으로 요청하고, 새로운 양형자료를 냈습니다
이득이 거의 없는 가담자에게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것은 부정한 이득을 박탈하려는 벌금 병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사안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판결들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모친상을 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 지인들의 탄원서 등 1심 이후 새로 생긴 양형자료도 제출했습니다.
4. 결과
항소심 법원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의뢰인의 죄명을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로 바꾸어 인정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그 결과 징역형은 1년 6월에서 1년으로, 집행유예 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줄었습니다. 벌금은 6억 6천만 원에서 3억 3천만 원으로 절반이 되었고, 무엇보다 벌금형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 기간을 무사히 마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노역장에 유치될 걱정에서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의뢰인이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과정에도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범행을 알고 용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양형 이유에서도 의뢰인이 범행을 소극적으로 도왔을 뿐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얻은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이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5. 마치며
조세범죄 사건에서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실제 범행자와 함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가법이 적용되면 징역형과 함께 수억 원대 벌금이 반드시 선고되므로, '가담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1심에서 공동정범으로 판단되었더라도, 증거기록을 꼼꼼히 다시 살펴 실제 역할을 증명하면 항소심에서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항소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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