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인 척한 사람과 전세 계약해 보증금을 날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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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인 척한 사람과 전세 계약해 보증금을 날렸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집주인이 아닌 사람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만 챙겨 사라지는 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피해를 입으신 분들 대부분이 “신분증도 확인했고 계약서도 썼으니 괜찮겠지”, “중개사님이 옆에 있었으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입주를 앞두고 실제 소유자가 나타나 “저는 그 집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하거나, 송금한 계좌의 명의자가 연락이 끊기면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것이 이 유형의 전형적인 전개입니다.

이 유형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닙니다.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소유자인 것처럼 속여 돈을 받았다면 형사상 사기죄와 문서위조 범죄가 함께 문제되고, 민사에서는 누구에게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보증금이 클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집주인 행세에 속아 전세 보증금을 보낸 경우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소유자와 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집주인인 척 속여 보증금을 받으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소유자가 아니면서 소유자 행세를 해 돈을 받은 순간 기망과 편취가 완성됩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기망) 상대방이 착오에 빠지고, 그 착오로 재물을 건네는 처분행위를 하고, 행위자가 그 재물을 취득하는 구조입니다. 이 네 단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성립합니다. 집주인 행세 사건에서는 “내가 이 집의 소유자(또는 소유자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다”라는 말과 서류가 기망행위이고, 임차인이 이를 믿고 계약금·잔금을 송금한 것이 처분행위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47조 제1항).

피해자 입장에서 자주 하는 걱정이 “내가 등기부등본을 제대로 안 봤으니 내 잘못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기죄에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가 속였는지이지, 피해자가 더 조심할 수 있었는지가 아닙니다.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소유자를 사칭해 돈을 받았다면, 임차인에게 확인 소홀이 일부 있었더라도 사기죄 성립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민사에서 손해액을 따질 때 과실상계 문제가 나올 수 있어, 이 부분은 뒤에서 따로 다룹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편취의 고의입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과 달리, 처음부터 소유자가 아니면서 소유자인 척한 사람은 계약 시점에 이미 반환할 수도, 임대할 권한도 없었으므로 범의를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집주인 행세로 받은 보증금은 계약서가 있어도 ‘임대차 보증금’이 아니라 사기로 편취한 재물입니다.


2. 사칭에 쓰인 서류가 위조라면 문서위조 범죄도 함께 성립합니다

신분증·위임장·인감증명서가 가짜라면 사기죄와 별도로 위조·행사죄가 따라붙습니다.

집주인 행세 사건은 사칭 방식에 따라 죄명이 갈립니다. 첫째는 소유자 본인인 척하는 경우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위조·변조해 보여주었다면 공문서위조죄(형법 제225조, 10년 이하의 징역)와 위조공문서행사죄(제229조)가 문제됩니다. 둘째는 소유자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경우로,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만들어 냈다면 사문서위조죄(제231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와 위조사문서행사죄(제234조)가 적용됩니다.

셋째는 소유자와 아무 관계가 없는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만든 경우입니다. 이때도 계약서 작성 명의를 소유자로 해 놓았다면 사문서위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조한 서류를 임차인과 중개사에게 보여준 순간 행사죄가 성립하는 만큼, 피해자가 받아 둔 계약서 원본과 신분증 사본은 수사에서 핵심 증거가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보는 단서는 보증금을 받은 계좌의 명의입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입금 계좌 명의자가 다르다면 계약 단계에서 이미 의심했어야 할 정황이었고, 반대로 가해자가 “소유자가 해외에 있어 대리인 계좌로 받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면 그 설명 자체가 기망행위의 일부로 평가됩니다.

이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후 자금 흐름은 수사기관이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청해 추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 고소 단계에서 계좌번호와 송금내역을 정확히 특정해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조 서류가 한 장이라도 있다면 사기죄 하나로 끝나지 않고 위조·행사죄가 병합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3. 실제 소유자에게는 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 상대방이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보증금 반환 책임은 사칭한 사람과 책임 있는 제3자에게 물어야 합니다.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그 집의 진짜 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할 수 없느냐”는 점입니다. 소유자가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 계약의 효력은 소유자에게 미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소유자와 계약한 적이 없으니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대항력도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없고, 실제 소유자는 임차인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입주했다면 보증금도 잃고 주거까지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외는 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소유자가 사칭자에게 인감도장·인감증명서·등기필증을 맡겨 두었거나, 일부 대리권을 주었는데 그 범위를 넘어 계약한 경우에는 민법 제125조(대리권 수여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나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문제됩니다. 이는 임차인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소유자와 통화나 대면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대리인을 자처한 사람을 상대로는 민법 제135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한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135조 제1항).

사칭자 본인에게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민법 제750조)과 법률상 원인 없이 받은 돈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제741조)을 청구합니다. 문제는 사칭자가 재산이 없거나 잠적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은행 계좌와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민사집행법)를 서두르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가릅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제30조 제1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중개사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하므로, 중개사가 계약 상대방이 진짜 소유자인지 신분증 대조 등 기본 확인을 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증기관에 청구하는 경로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실제 소유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청구할 수 없고, 사칭자·대리권 없는 대리인·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중개사를 구분해 각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4. 피해 금액이 클수록 처벌이 무거워지고 배상명령으로 회수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고, 형사재판 안에서 배상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기죄 자체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한 사람이 여러 임차인에게 같은 집을 반복해 임대한 경우에는 피해자별 금액이 합산되어 이 구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피해자가 확인해야 할 또 다른 사정은 같은 집으로 이중 계약이 되어 있는지입니다. 사칭자가 같은 집에 대해 여러 명과 계약했다면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되고, 가해자의 책임재산이 한정되어 있어 먼저 가압류를 거는 쪽이 회수에서 유리해집니다.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의 배상명령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하는 법원이 유죄 판결과 함께 피고인에게 피해 금액의 배상을 명하는 제도로, 별도 민사소송 없이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가 합의를 시도하면서 피해 일부만 변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합의 시기와 금액, 처벌불원 의사 표시는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초범 여부, 피해 회복 정도 등은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일 뿐 사기죄 성립 여부를 바꾸지 못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처벌과 회수를 분리해서 전략을 짜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입금 직후의 증거 보존과 가압류 속도가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집주인 행세 사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피해자 거주지나 사건 발생지가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추적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순서로 진행됩니다. 가해자가 잠적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소재 파악을 한 뒤에야 조사가 진행되므로 시간이 걸립니다.

피해를 인지했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등기부등본을 새로 발급받아 실제 소유자와 계약서상 임대인이 같은지, 그리고 실제 소유자가 계약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계약서, 신분증 사본, 위임장, 중개 문자·통화 기록, 송금 영수증과 입금 계좌 명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둡니다.

  3.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상호·등록번호와 보증보험 또는 공제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사칭자 계좌와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필요성을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가압류·손해배상 청구, 중개사 책임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면 단계별로 놓치는 부분 없이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 보증금은 대부분 평생 모은 돈이거나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돈이라, 피해를 알고도 “혹시 내 착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칭자의 계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보증금을 날린 임차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어떤 서류와 대화 기록이 기망과 편취를 입증하는지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계약서, 송금 내역, 중개 과정의 문자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가압류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사칭 사건에 연루되어 의심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중개를 도왔을 뿐이다”, “대리권이 있는 줄 알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칭을 알았는지, 어떤 경위로 서류를 전달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계약을 둘러싼 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급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보증금 회수의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도장도 찍고 신분증도 확인했는데 사기가 인정되나요?

A.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신분증과 도장이 위조되었거나 소유자 아닌 사람이 소유자인 것처럼 속였다면 기망이 성립합니다. 임차인이 확인했다는 사정은 오히려 속았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Q. 등기부등본을 안 보고 계약했는데 제 잘못이 크지 않나요?

A. 형사상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민사 손해배상에서 과실상계로 일부 감액될 수 있으므로 계약 당시 확인 경위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진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소유자가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유자가 인감이나 서류를 맡겨 두었다면 표현대리가 문제될 수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라 확인·설명 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가 생겼다면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보증보험이나 공제에서 지급받는 경로도 있습니다.

Q. 가해자가 잠적했는데 고소부터 해야 하나요?

A. 고소와 가압류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소로 계좌추적과 소재 파악이 가능해지고, 가압류는 남아 있는 재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수단이 됩니다.

Q. 형사 합의금을 받으면 보증금 전액을 포기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합의서에 어떤 범위의 채권을 정산하는지 명확히 적어야 하며, 처벌불원 의사를 쓰기 전에 남은 피해액과 변제 계획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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