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내 계좌에 갑자기 입금된 뒤, 은행 앱이 먹통이 되고 입출금이 막혔다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 직후 낯선 사람에게서 “실수로 보낸 돈이니 돌려달라”, “안 돌려주면 신고하겠다”는 연락까지 오면, 흔히 말하는 ‘통장협박’을 의심하게 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보내라고 한 돈도 아니고 쓴 적도 없으니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 “일단 시키는 대로 돌려주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계좌가 지급정지된 상태에서 무작정 상대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반대로 입금된 돈을 일부 써버렸다가 오히려 본인이 형사 문제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잘못 송금되거나 사기에 이용된 계좌로 들어온 돈에 대해 계좌 명의인이 송금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임의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급정지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공갈죄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모르는 돈이 입금되고 계좌가 막혔을 때 무엇이 벌어진 것인지, 어떤 행동이 처벌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법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좌가 막힌 것은 은행이 법에 따라 지급정지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신고되면, 은행은 거래내역만 보고도 계좌를 먼저 막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제1항은 금융회사가 피해구제 신청이나 수사기관·금융감독원의 정보제공을 받아 그 계좌를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당 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사기 피해자가 신고한 송금처가 바로 내 계좌라면, 나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어도 계좌가 통째로 묶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런 순서로 전개되는 일이 많습니다. 누군가 사기를 당해 돈을 보냈고, 그 돈의 이체 경로 중 하나에 내 계좌가 들어 있었거나, 누군가 일부러 내 계좌로 돈을 넣은 뒤 그 사실을 은행에 신고한 것입니다. 지급정지가 되면 같은 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금융회사는 명의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하므로, 문자나 은행 안내로 사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급정지가 곧바로 내가 범죄자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급정지는 피해금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임시 보전 조치이고, 명의인이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면 풀릴 수 있습니다.
계좌가 막혔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은행의 지급정지는 법이 정한 임시 보전 조치입니다.
2. 통장협박은 지급정지를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공갈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좌를 풀어주겠다거나 신고하겠다는 말로 돈을 받아내는 행위는 공갈죄의 해악 고지가 됩니다.
통장협박이라고 부르는 유형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대가 내 계좌에 돈을 넣어 두고 “잘못 보냈으니 돌려달라, 안 그러면 사기·횡령으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계좌 지급정지 상태를 만들어 놓고 “합의금을 주면 피해구제 신청을 취소해 주겠다”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352조에 따라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시도만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합니다. 공갈에서 말하는 협박은 상대가 겁을 먹을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인데,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도 그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또한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무고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특별법 제11조의2는 거짓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이 명의인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기 피해와 무관하게 허위로 피해구제를 신청해 계좌를 막았다면 형사와 민사 책임을 모두 질 수 있습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계좌를 막아 두겠다거나 신고하겠다는 요구는 공갈, 허위 신고라면 무고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입금된 돈을 쓰거나 임의로 돌려주면 오히려 내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은 내 돈이 아니라 송금한 사람에게 돌려줘야 할 돈입니다.
모르는 돈이 들어왔는데 지급정지가 되지 않은 경우, “내 통장에 들어왔으니 내 돈”이라고 생각해 일부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좌 명의인이 송금의뢰인과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어도, 그 돈이 잘못 들어온 것이라면 송금한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할 지위에 있다고 봅니다.
계좌명의인이 사기이용계좌로 송금·이체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면 송금·이체를 한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입금된 돈을 생활비나 대출 상환에 쓰면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입금 사실을 안 이후에 쓴 부분이 문제 되고, 특히 지급정지 전에 일부를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찾았다면 수사 단계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시키는 대로 곧바로 상대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도 위험합니다. 보낸 사람이 실제 피해자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 계좌로 이체하면, 진짜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엉뚱한 곳으로 가고 내가 그 흐름에 관여한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입금된 돈은 쓰지도, 임의로 보내지도 말고 은행과 수사기관을 통해서만 정리해야 합니다.
4. 이의제기 기간을 놓치면 계좌 속 채권이 소멸하고 거래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지급정지는 방치하면 풀리지 않고, 공고일부터 2개월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합니다.
특별법 제7조 제1항은 명의인이 지급정지가 이루어진 날부터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 기준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의제기 사유는 ①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②소멸될 채권을 재화·용역의 대가 등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했음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 ③피해자산 편취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입니다.
제9조는 이 기간을 넘기면 공고된 금액에 대한 명의인의 채권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만히 있으면 계좌 속 돈이 피해환급금 재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내 계좌로 넣은 돈이라면 그 돈 자체는 내 몫이 아니지만, 내 원래 예금까지 함께 묶여 있다면 이의제기로 구분해 풀어야 합니다.
또한 제13조의2는 접근매체를 양도·대여하거나 사기 관련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확인된 명의인을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누구에게 빌려준 적이 있다면 이 부분이 사건의 핵심이 되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이의제기 기간 2개월을 놓치면 채권이 소멸하므로, 계좌가 막혔다면 즉시 소명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5. 협박 연락을 받았다면 대화는 보존하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대응은 증거 보존, 은행 이의제기, 수사기관 신고의 순서로 해야 합니다.
통장협박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주자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협박·공갈 피해 신고 또는 고소장 접수 → ②상대방 및 본인 조사, 계좌 거래내역 분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 계좌의 자금 흐름도 함께 조사되므로, 입금 경위를 설명할 자료가 없으면 오히려 피의자로 입건될 위험이 있습니다.
당황해서 상대의 요구에 응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의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음 등 협박성 연락 전체를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저장하고, 입금 내역(일시·금액·입금자명)과 지급정지 안내 문자를 캡처해 둡니다.
거래은행 고객센터를 통해 지급정지의 근거(피해구제 신청 또는 수사기관 요청)와 이의제기 가능 기간을 확인하고, 통장·체크카드·OTP를 누구에게도 넘긴 적이 없다는 소명 자료를 준비합니다.
입금자에게 직접 이체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 반환 방법을 수사기관과 은행의 절차에 맞춰 정리합니다.
이렇게 증거와 절차를 갖춰 대응하면 협박·공갈 피해자로서의 지위와 횡령·방조 혐의 방어를 함께 챙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통장협박 상황에서는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불안과 “빨리 돌려주고 끝내고 싶다”는 조급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흔한 실수는 이 두 감정 때문에 상대 요구에 응해 송금해 버리거나 입금액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잘못 들어온 돈 때문에 계좌가 막힌 입장에서는 내가 이 돈과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통장 관리 이력, 입금 전후 거래내역, 상대방과의 연락 기록이 쌓일수록 이의제기와 수사 대응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실제로 돈을 잘못 보내 돌려받으려는 입장에서도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공갈 문제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정당한 반환청구라도 수단과 방법이 법의 틀 안에 있어야 합니다.
저는 계좌 지급정지와 착오송금, 공갈·협박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며칠의 대응이 결론을 갈라놓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좌가 막히고 협박성 연락까지 받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의제기 기간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르는 돈이 입금됐을 뿐인데 제가 처벌되나요?
A. 입금 사실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입금을 알고 난 뒤 그 돈을 쓰거나 임의로 이체하면 횡령죄가 문제될 수 있고, 통장을 넘긴 사실이 있다면 별도의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Q. 계좌가 막혔는데 내 월급이나 원래 예금도 못 쓰나요?
A. 지급정지는 계좌 전부에 걸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이나 정당한 권원으로 얻은 돈임을 소명하면 이의제기를 통해 해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잘못 보낸 돈이라며 돌려달라는데 바로 보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보낸 사람이 실제 피해자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자 계좌로 이체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으므로, 은행과 경찰의 절차를 거쳐 반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돈을 안 돌려주면 신고하겠다는 말이 협박인가요?
A.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넘어 금전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면 공갈이나 협박이 될 수 있습니다. 연락 내용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의제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지급정지일부터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 기준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입니다. 기간이 지나면 공고된 금액에 대한 채권이 소멸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Q. 거짓으로 신고해서 계좌를 막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허위 피해구제 신청에는 특별법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형사처분 목적의 허위 신고라면 무고죄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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