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배임을 막지 못한 이사도 배상 책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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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대표 배임을 막지 못한 이사도 배상 책임이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가 되는 거래를 밀어붙였다가 문제가 드러나면서, 대표 한 사람이 아니라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다른 이사들까지 함께 책임을 묻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이사분들 중 상당수는 “저는 이름만 빌려준 이사일 뿐 경영은 대표가 다 했다”, “이사회에 가끔 참석해서 서류에 도장만 찍었다”는 생각으로 대표의 업무를 따로 살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나 주주가 대표의 배임 사실을 알고 소를 제기하면, 대표와 함께 이사들도 피고로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몰랐다”는 말은 방어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사가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그리고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이사가 대표와 똑같은 금액을 무조건 물어내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책임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대표의 배임을 막지 못한 이사가 어떤 경우에 배상 책임을 지는지,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그리고 분쟁이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이사는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지위 자체가 대표를 지켜볼 의무를 만듭니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집니다. 여기에 상법 제393조 제2항은 이사회가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이사 개개인으로 구성되므로, 결국 이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표이사의 업무를 지켜볼 책임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흔히 하는 “저는 비상근 이사라서”, “이사회에 이름만 올렸다”는 항변은 출발부터 힘이 약합니다. 상근이냐 비상근이냐, 보수를 받았느냐 아니냐는 감시의무의 유무가 아니라 뒤에서 보는 책임의 정도를 다툴 때 의미가 있는 사정입니다.

법이 이사에게 쥐여 준 수단도 있습니다. 상법 제393조 제3항은 이사가 대표이사에게 다른 이사나 직원의 업무에 관해 이사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제390조 제2항은 소집권자가 아닌 이사도 소집권자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당하면 직접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게 합니다. 수단이 주어져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사는 변명하기 어렵습니다.

이사의 감시의무는 직함이 아니라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지위에서 나오고, 이름만 올린 이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2.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 방치했다면 배상 책임이 생깁니다

모르는 것과 알 수 있었는데 외면한 것은 법적으로 다릅니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배임을 막지 못한 이사에게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가 핵심인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사는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직무를 수행하는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감시·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이사가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거나 이들이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이 판결은 같은 취지에서, 이사가 대표이사나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으로 자신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감시·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의심할 만한 사유”입니다. 대표가 횡령했다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알았을 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회계 처리가 이상하거나 이사회에 올라오는 안건에 설명이 부족하다는 등 의심을 품을 만한 정황이 있었는데 확인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대표가 정교하게 속여서 이사로서 평소 하던 수준의 확인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다면 이사의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쟁점은 이사가 어떤 정보를 접했고, 그때 무엇을 했는지이며, 이사회 자료·메일·보고 내역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대표의 위법을 의심할 사유가 있는데도 방치한 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3. 이사회 결의에 찬성하거나 이의를 남기지 않았다면 책임이 더 무거워집니다

의사록에 이의를 남기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표의 배임이 단순한 독단이 아니라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이라면 이사의 지위는 한층 불리해집니다. 상법 제399조 제2항은 문제가 된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의한 것일 때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제1항의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제3항은 결의에 참가한 이사가 이의를 했다는 기재가 의사록에 없으면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대표가 특수관계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고, 이사들은 설명을 대충 듣고 서명한 경우입니다. 이때 반대 의견을 말했더라도 의사록에 그 이의가 기록되지 않았다면 찬성으로 추정되어, 반대했다는 사실을 이사 본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반대 의견이 있었다면 구두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의사록에 이의 기재를 요구하고 그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이사회에 아예 상정되지 않은 사안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에는 제399조 제2항·제3항의 추정이 아니라 앞서 본 감시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 됩니다. 대표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한 일이라고 해서 다른 이사가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이사회 소집 요구 등 감시 수단을 쓰지 않은 점이 과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찬성한 이사는 물론, 이의 기재를 남기지 않은 이사도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어 책임을 집니다.


4. 책임 범위는 제한될 수 있고, 회사 외에 주주·제3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전액을 물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제399조의 책임은 연대책임이어서 이론상 회사가 입은 손해 전액을 이사들이 함께 부담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해당 사업의 내용과 성격, 해당 이사의 임무 위반의 경위 및 임무 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 위반행위로 인한 해당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다280481 판결).

실제로 이 사건에서 원심은 전체 손해액 가운데 회장을 맡았던 이사의 책임을 약 50%, 대표이사였던 이사의 책임을 약 10%로 제한했고 대법원이 이를 수긍했습니다. 즉 대표를 감시하지 못한 이사라도 감시 소홀의 정도,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 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책임 비율이 크게 갈릴 수 있습니다. 또 상법 제400조 제2항에 따라 정관에 정한 경우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제외하고 최근 1년간 보수의 6배(사외이사는 3배)를 넘는 금액에 대해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청구하는 주체도 회사 한 곳이 아닙니다. 상법 제403조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를 제기하라고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회사를 위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401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때 제3자에 대해서도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정하고 있어, 대표의 배임으로 피해를 본 거래 상대방이나 채권자가 이사를 상대로 청구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제3자 청구는 회사 청구와 달리 경과실이 아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형사 문제는 별개입니다. 이사가 대표의 배임 사실을 알고도 도와줬다면 방조범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은 형법 제356조·제355조 제2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형법 제32조). 다만 단순히 감시를 소홀히 한 데 그치는 경우는 형사책임이 아니라 민사 배상의 영역에서 주로 다툽니다.


5. 분쟁이 시작되면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장이 오기 전에 이사회 자료와 내 대응 기록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이사의 책임 추궁은 통상 ①회사 또는 소수주주의 책임 추궁 요구(상법 제403조 제1항·제2항의 서면 청구) → ②회사가 30일 안에 제소하지 않으면 주주가 대표소송 제기 → ③본점 소재지 지방법원에서 재판(상법 제403조 제7항, 제186조에 따라 본점소재지 지방법원 전속관할이므로 본점이 수원이라면 수원지방법원) → ④판결 또는 조정·화해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표의 배임에 대한 형사 고소가 병행되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와 수원지방검찰청 수사 단계에서 이사들이 참고인이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통보를 받았거나 대표의 비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이사회 의사록과 첨부 자료를 확보해, 문제가 된 거래가 안건으로 올라왔는지, 올라왔다면 내가 어떤 의견을 냈고 의사록에 이의가 기재됐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내가 받은 보고·메일·메신저 내용에서 위법을 의심할 만한 정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보고 요구나 이사회 소집 요구 등으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 날짜별로 정리합니다.

  3. 보수 수령 내역, 상근 여부, 내가 이득을 얻은 부분이 있는지를 정리해 책임 제한과 정관상 책임 감면 조항(상법 제400조 제2항) 적용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사 책임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민사 배상과 형사 대응의 방향을 함께 정리해 책임 범위를 현실적으로 좁혀 갈 수 있습니다.


마치며

대표와 오랜 신뢰 관계로 이사를 맡았던 분들은 “설마 대표가 그랬겠느냐”는 마음 때문에 문제 제기를 받고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입장이나 주주 입장에서는 대표의 배임 사실만 다툴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어떤 결의에 찬성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사회 의사록과 보고 자료가 쌓일수록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반대로 책임 추궁을 받는 이사 입장에서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의심할 사유가 실제로 있었는지, 이의를 남겼는지, 이득을 얻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책임 없음에서 책임 일부 인정까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회사 자금 문제에서 책임을 추궁하는 쪽과 추궁당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름만 올린 명목상 이사인데도 책임을 지나요?

A. 질 수 있습니다. 감시의무는 이사회 구성원이라는 지위에서 나오므로 명목상 이사라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다만 보수·상근 여부·관여 정도는 책임 제한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대표의 배임을 전혀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었고 평소 수준의 확인으로는 알 수 없었다면 과실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심할 정황이 있었는데 확인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어, 접한 정보와 그 뒤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Q. 이사회에서 반대했는데도 책임을 질 수 있나요?

A. 의사록에 이의 기재가 없으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상법 제399조 제3항). 반대했다는 사실은 녹취·메일·참석자 진술 등으로 본인이 증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Q. 대표와 같은 금액을 전부 물어내야 하나요?

A. 연대책임이 원칙이지만 법원은 임무 위반의 경위와 정도, 이득 유무, 회사의 위험관리체제 등을 참작해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사별로 책임 비율이 크게 달랐습니다.

Q. 주주가 직접 이사에게 소송을 걸 수 있나요?

A.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책임 추궁을 청구한 뒤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이때 승소 배상금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에 귀속됩니다.

Q. 소장이나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답변서 제출이나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에 이사회 자료와 대응 기록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책임 유무와 비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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