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원의 횡령을 뒤늦게 발견했는데, 그사이 해당 직원이 사망했다는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옵니다.
사업주분들 중 상당수는 “사람이 죽었으니 이제 받을 길이 없다”, 혹은 “형사 사건이 끝났으니 돈 문제도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청구를 포기합니다. 반대로 유족 쪽에서는 “고인이 저지른 일이라 우리와는 상관없다”, “상속을 받았으니 전부 갚아야 한다”는 두 가지 오해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연락을 주십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생각 모두 법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횡령한 직원이 사망하면 형사책임은 소멸하지만,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은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다만 상속인은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로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어서, 청구하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상속 절차의 시점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사망한 직원의 횡령 피해를 상속인에게 어떤 근거와 절차로 청구할 수 있는지, 상속인이 책임을 어디까지 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직원이 사망하면 형사절차는 끝나지만 민사 청구권은 남습니다
처벌은 본인에게만 귀속되지만, 손해배상 채무는 재산상 의무로서 상속됩니다.
형사책임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 본인에게만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횡령 사건의 피의자가 사망하면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이미 기소되어 재판 중이라면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법원이 결정으로 공소를 기각합니다. 이 경우 유죄 판결이 선고되지 않으므로, 형사재판 안에서 피해금을 받아낼 길도 함께 막힙니다.
그러나 회사가 직원의 횡령으로 입은 손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횡령은 형사상 범죄인 동시에 민법상 불법행위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금전 채권입니다.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의 효력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1005조).
횡령으로 인한 배상 채무는 직원 개인의 신분이나 인격에 묶인 의무가 아니라 재산상 채무이므로 일신전속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직원의 사망과 동시에 그 채무는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직원이 사망하면 처벌은 사라지지만, 횡령으로 생긴 배상 채무는 상속재산의 일부로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2. 상속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책임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을 하면 고인의 횡령 채무는 상속재산 범위 안에서만 변제하면 됩니다.
상속인 입장에서는 고인이 저지른 횡령의 배상액이 상속재산보다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쓸 수 있는 수단이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입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고, 한정승인의 효과는 민법 제1028조가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한정승인자는 상속으로 인하여 얻은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면 된다(민법 제1028조).
한정승인은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가 수리되면 상속인은 고인의 재산 한도에서만 채권자에게 변제할 책임을 집니다. 상속인이 고인의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한 채 단순승인 효과가 발생했다면,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거나 부정하게 소비하면 민법 제1026조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고인의 채무 전부를 자기 재산으로 책임질 수 있습니다.
상속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기 때문에 그 상속인에게는 청구할 수 없고, 상속권은 다음 순위자에게 넘어갑니다. 청구하는 회사 쪽에서는 누가 상속인으로 남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속인은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신고하면 물려받은 재산을 넘어서는 횡령 배상금까지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3. 상속인이 여럿이면 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청구하게 됩니다
금전 채무는 공동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 비율로 당연히 나뉘어 승계됩니다.
고인에게 배우자와 자녀 둘이 있다면, 민법 제1009조에 따라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입니다. 횡령 배상금 같은 금전 채무는 가분채무이므로 공동상속인에게 이 비율대로 당연히 분할 승계된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총 손해가 7천만원이라면 배우자에게 3천만원, 자녀 각 2천만원씩 청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따라서 상속인 전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때는 각 상속인별로 청구 금액을 나누어 적어야 하고, 그중 일부가 상속포기를 했다면 포기한 사람의 몫은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어 그 상속인의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속인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다른 한 명이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도 각자의 책임 범위가 서로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상속인이 누구인지, 포기나 한정승인 신청이 있었는지를 소를 내기 전에 확인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고 한 사람만 상대로 전액을 청구하면, 다른 상속인의 몫에 해당하는 부분은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공동상속인이 여럿이면 배상 채무가 법정상속분대로 쪼개지므로, 상속인별로 금액을 계산해 각자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4. 청구 시한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재산이 흩어지기 전에 보전해야 합니다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고, 가압류로 상속재산을 먼저 묶어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기산점이 되므로, 감사 결과나 장부 대조로 횡령을 확인한 날짜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 사망으로 소송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시효는 흘러갑니다.
횡령 금액이 크다면 본안 소송 전에 상속재산에 대한 가압류를 검토해야 합니다. 상속인이 고인 명의 부동산이나 예금을 정리해 버리면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망한 직원의 생명보험금은 수익자로 지정된 사람의 고유 재산이어서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집행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직원을 상대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민사소송법 제233조에 따라 당사자 사망 시 절차가 중단되고 상속인이 소송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다만 직원 쪽에 소송대리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같은 법 제238조에 따라 절차가 중단되지 않고 진행됩니다.
5. 상속인 확인부터 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상속인과 재산을 확정한 뒤 가압류, 본안 소송, 강제집행 순으로 진행합니다.
사망한 직원의 횡령 피해 회수는 통상 ①사망 사실과 상속인 확인(제적·가족관계 자료로 상속인 범위 및 상속포기·한정승인 여부 파악) → ②수원지방법원(또는 지원)에 상속재산 가압류 신청 → ③상속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소송 → ④판결 확정 후 상속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직원이 사망한 이상 경찰서에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므로, 처음부터 민사 중심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횡령 사실 자체의 입증은 형사기록이 아니라 회사가 가진 자료에 달려 있습니다.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명의 통장의 거래내역과 회계장부를 대조해 횡령으로 빠져나간 금액, 시점, 수취 계좌를 일자별로 정리합니다.
고인의 업무 범위, 결재 권한, 사내 규정을 확인해 자금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었다는 점을 문서로 뒷받침합니다.
상속인 범위와 고인 명의 재산(부동산, 예금, 차량 등)을 파악해 가압류 대상과 청구 금액을 정합니다.
이 자료를 갖춘 뒤 상속인별로 청구 금액을 나누어 진행하면, 고인의 횡령으로 입은 손해를 현실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직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정 때문에 “이제는 어쩔 수 없다”며 청구를 접거나, 반대로 갑작스러운 청구서를 받고 당황해 상속 절차의 기한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회사 입장에서는 소멸시효 3년과 상속인의 한정승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압류로 책임재산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회수의 출발점입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거래내역과 장부를 갖춘 객관적 자료 정리가 먼저입니다.
반대로 청구를 받은 상속인 입장에서도 고인의 채무를 전부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한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선택하면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고, 반대로 상속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의심을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상속이 개입되면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속 기한과 시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한 직원이 사망하면 형사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A. 수사 중이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고, 재판 중이면 형사소송법 제328조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집니다. 다만 이는 처벌이 없어진다는 의미일 뿐 회사의 민사상 청구권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Q.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회사는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A. 포기한 상속인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므로 청구할 수 없고,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이 넘어갑니다. 모든 상속인이 포기하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등을 통해 상속재산 한도에서 회수를 시도하게 됩니다.
Q. 한정승인을 하면 고인의 횡령 배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나요?
A. 아닙니다. 한정승인자는 상속으로 얻은 재산의 한도에서는 변제해야 합니다. 상속재산이 배상액보다 적으면 그 한도까지만 책임지고, 그 이상은 자기 재산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Q. 상속재산을 이미 처분했는데 한정승인이 가능한가요?
A. 상속재산을 처분한 사실이 있으면 민법 제1026조에 따라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수 있어 한정승인의 효과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처분 경위와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신고 전에 반드시 사실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Q. 직원의 사망보험금에 대해서도 가압류할 수 있나요?
A. 보험금 수익자가 지정된 생명보험금은 수익자 고유의 재산이므로 일반적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고 집행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가압류는 고인 명의의 예금·부동산 등 상속재산을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Q. 횡령 사실을 안 지 오래됐는데 아직 청구할 수 있나요?
A.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기산점은 횡령 사실을 구체적으로 안 시점이므로 감사·장부 확인 기록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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