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대표와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그 회사나 주주가 “대표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거래였다”며 문제를 삼아 상대방까지 배임 공범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아 보면 상대방 쪽에서는 “나는 대표와 정상적으로 계약했을 뿐이다”, “조건이 좀 유리했지만 대표가 알아서 정한 것이다”라고 생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대표가 배임인 줄 알면서 거래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을 받게 되고, 내가 한 일이 갑자기 범죄의 일부로 읽히는 상황에 놀라시는 분이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거래상대방은 배임의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공범이 되지 않고,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공동정범이 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적극 가담’이 인정되는 순간 상대방도 대표와 같은 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회사 대표와 거래한 상대방이 어떤 경우에 배임 공범이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배임죄는 회사 대표 같은 사무처리자의 범죄이고, 상대방은 공범 규정을 통해서만 처벌됩니다
상대방에게는 배임죄의 신분이 없으므로,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이 성립해야만 책임을 집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므로,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맺거나 회사 재산을 헐값에 넘기면 배임죄의 주체가 됩니다.
반면 거래상대방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방은 회사와 반대편에 서서 자기 이익을 위해 거래한 사람일 뿐이므로, 단독으로는 배임죄를 저지를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처벌되려면 대표의 배임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또는 형법 제31조의 교사, 제32조의 방조가 성립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큰 쟁점은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거래이고 어디서부터가 가담인가’입니다. 거래는 본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이루어지는 것이라, 상대방이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곧 범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임죄는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데,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대금을 아직 다 못 받았거나 거래가 완결되지 않았더라도, 회사에 손해의 위험이 생겼다면 대표의 배임은 이미 문제가 될 수 있고, 그 시점부터 상대방의 가담 여부도 함께 따져집니다.
상대방은 배임죄의 주체가 아니므로, 대표의 배임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될 때에만 처벌됩니다.
2. 배임인 줄 알고 거래한 것만으로는 공범이 되지 않습니다
소극적으로 편승해 이익을 얻은 것과 적극 가담은 법적으로 구별됩니다.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유형의 배임죄에서 상대방을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는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배임죄의 경우에, 거래상대방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자와는 별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편에서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거래상대방을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거래상대방이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그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도5337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5147 판결 등 이전 판례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표의 행위가 회사에 대한 배임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고 있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째, 상대방이 대표에게 배임을 먼저 제안했거나(교사), 계약 조건 설계부터 이행까지 전 과정에 관여했다면(적극 가담) 공동정범이 됩니다.
이렇게 기준을 좁게 잡는 이유는 사적 자치 영역의 자유로운 거래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방이 거래 조건을 협상하다가 “이 조건이면 회사가 손해일 수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 짐작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누구도 회사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법리는 상대방의 ‘고의’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대표의 행위가 회사에 대한 배임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공범 책임의 출발점이 되고, 그 위에 적극 가담이라는 요건이 더해져야 처벌에 이릅니다. 실제 수사에서는 이 인식과 가담 정도가 문자메시지, 이메일, 계약 협상 과정의 녹취 같은 객관적 자료로 판단됩니다.
배임을 알면서 소극적으로 거래에 응해 이익을 얻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교사하거나 전 과정에 관여해야 공동정범이 됩니다.
3. 실제 사건에서는 계약 조건 설계와 대금 흐름에 관여했는지가 갈림길이 됩니다
법원은 상대방이 거래 구조를 직접 만들고 이익을 챙긴 정황을 종합해 적극 가담 여부를 판단합니다.
위 2011도5337 판결의 사안은 이 갈림길을 잘 보여 줍니다. 예식장 건물을 소유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임차인인 자기 처에게 회사가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하도록 해 5억 원 이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사건인데, 법원은 대표이사의 처를 배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정을 보면 임차인인 처는 회사와 시공사 사이의 추가 공사대금 협의에 상당히 관여했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에 근거해 회사에 1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21억 원 이상의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도 오히려 그 채무를 면제받고 8억 원을 현실적으로 지급받았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단순히 편승한 것이 아니라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읽어야 할 점은 법원이 ‘상대방이 먼저 요구했는가’, ‘거래 구조와 조건을 누가 짰는가’, ‘정상적인 가격과 비교해 얼마나 벗어났는가’, ‘대금이 실제로 상대방에게 흘러갔는가’를 함께 본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전체의 모습을 보고 판단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미 확정된 정가나 시세대로 거래했고, 협상 과정에서 대표에게 개인적 이익을 약속하지 않았으며, 거래 후 상대방이 얻은 이익이 통상의 거래이익 범위 안에 있다면 적극 가담으로 보기 어려운 방향의 사정이 됩니다. 동업이나 가족 관계 등 특수 관계가 있으면 이 판단이 더 엄격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법원은 거래 조건을 누가 설계했는지, 정상 가격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이익이 상대방에게 흘러갔는지를 종합해 적극 가담을 판단합니다.
4. 공범으로 인정되면 대표와 같은 형으로 처벌받고, 이득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공동정범은 정범과 똑같이 처벌되고, 5억 원 이상이면 형량 구간이 크게 올라갑니다.
배임죄의 법정형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대표이사처럼 업무상 임무를 위배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상대방이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신분이 없더라도 형법 제33조에 따라 정범과 같은 죄명으로 처벌되므로, 상대방이 대표보다 가볍게 처벌받는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이득액은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아니라 상대방이 얻은 재산상 이익을 기준으로 따지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상대방이 취득한 이익이 그대로 가중 구간을 정하는 숫자가 됩니다.
다만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에 그친다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 “적극 가담이 아니라 단순히 거래에 응했을 뿐”이라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다투는 일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또한 초범 여부, 회사에 대한 피해 회복과 합의 여부는 성립 자체와는 별개로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대표와 같은 형이 적용되고, 상대방이 얻은 이익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갑니다.
5. 수사가 시작되면 첫 진술 전에 거래 경위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배임 공범 사건은 거래 당시의 객관적 자료가 곧 방어의 전부입니다.
배임 공범 사건은 통상 ①회사 또는 주주의 고소장 접수(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대표의 배임 혐의 수사 과정에서 거래상대방이 참고인으로 먼저 불려 가다가,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참고인 조사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대표가 시키는 대로 했다”, “조건이 이상한 줄은 알았다”는 식으로 진술하면, 그 말이 인식과 가담의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조사를 통보받았다면 진술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와 협상 과정의 이메일·메신저 대화를 모아, 거래 조건을 누가 먼저 제안했고 어떻게 정해졌는지 시간 순서로 정리합니다.
거래 대금이 시세나 감정가, 유사 거래와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 객관적 자료로 확인합니다.
대금이 실제로 어디로 흘렀는지, 대표 개인이나 그 관계인에게 돈이나 이익이 넘어간 흔적이 있는지 계좌 내역으로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거래가 독자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정상 거래였음을 보여 줄 수 있다면, 형사 단계에서 혐의 없음을 다투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도 함께 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회사 대표와 거래한 상대방은 “계약서까지 썼는데 설마 내가 문제가 될까”라는 생각 때문에 수사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임 피해를 주장하는 회사나 주주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대표의 배임에 단순히 편승했는지 아니면 거래 구조를 함께 설계했는지가 핵심이므로, 계약 체결 경위와 대금 흐름, 대표와 상대방 사이의 사적 연결고리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공범으로 의심받는 거래상대방 입장에서도 “대표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내가 한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 정상 거래의 범위를 벗어난 이익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배임 사건에서 회사 측과 거래상대방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거래라도 협상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정상 거래’와 ‘적극 가담’의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표가 회사에 손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계약했다면 무조건 공범인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배임행위임을 알면서 소극적으로 편승해 이익을 얻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교사하거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이 인정되어야 공동정범이 됩니다.
Q. 제가 먼저 유리한 조건을 요구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거래행위입니다. 다만 그 요구가 대표에게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도록 부추긴 것으로 평가되면 교사로 볼 여지가 있어, 요구의 경위와 조건의 합리성이 중요합니다.
Q. 배임죄는 손해가 실제로 발생해야 성립하나요?
A. 실제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손해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대금을 다 지급받지 않았더라도 대표의 배임이 문제될 수 있고, 상대방의 가담 여부도 함께 수사됩니다.
Q. 공범이 되면 대표와 같은 형을 받나요?
A.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정범과 같은 죄명으로 처벌되므로 대표와 같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다만 방조범에 그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형이 감경됩니다.
Q. 이익을 얻은 금액이 5억 원이 넘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상대방이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참고인으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변호사가 필요한가요?
A. 참고인 진술이 나중에 피의자 진술처럼 쓰일 수 있으므로 첫 진술 전에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거래 조건을 협의한 당사자라면 진술 내용이 가담 여부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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