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귀는 사이의 청소년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가, 부모의 신고로 미성년자 유인 혐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은 “본인이 먼저 가자고 했고 억지로 데려간 적 없다”, “그냥 하루 놀다 올 생각이었고 연락도 닿는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밤새 연락이 닿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고 나간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곧바로 경찰서를 찾고, 수사가 시작되면 “본인이 동의했다”는 항변이 거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혼·별거 중인 부모 한쪽이 평온하게 양육되던 자녀를 기망이나 유혹으로 데려간 사건에서도 미성년자 유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형법상 유인은 폭행·협박이 없어도 인정되는 범죄입니다. 억지로 끌고 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래에서는 부모 몰래 미성년자와 여행을 간 행위가 어떤 경우에 유인죄가 되는지, 처벌 수위와 수사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유인’만으로 범죄가 성립합니다
약취는 폭행·협박으로, 유인은 속이거나 꾀어서 보호관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성년자는 민법상 성년이 되기 전인 만 19세 미만을 말하고,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이 죄로 기소되면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내고 끝나는 길이 없고, 정식 재판이 열려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 여부가 다투어집니다.
약취와 유인은 수단이 다릅니다. 약취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현재의 생활환경에서 이탈시켜 자기나 제3자의 지배 아래 두는 것이고, 유인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부모 몰래 데리고 여행을 간 사건은 대부분 약취가 아니라 유인의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누구의 의사에 반했는가’입니다. 이 죄는 미성년자 본인의 자유와 함께 부모 등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보호하는 규정이어서, 미성년자가 기꺼이 따라나섰다는 사정이 있어도 보호·감독자의 보호관계를 벗어나게 했다면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속이거나 꾀어서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벗어나게 했다면 유인죄 검토 대상이 됩니다.
2. ‘유혹’은 거짓말이 아니어도 감언이설로 판단을 흐리게 하면 인정됩니다
“같이 놀러 가자”는 말도 판단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에게는 유혹이 될 수 있습니다.
유인의 두 수단 중 기망은 허위사실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이고, 유혹은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달콤한 말로 현혹해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님께는 친구 집에서 잔다고 말해라”, “여행 가서 맛있는 것 사 주겠다”처럼 거짓이 없는 말이라도 사안에 따라 유혹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유인죄에서 유혹이라 함은 기망의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나 감언이설로써 상대방을 현혹시켜 판단의 적정을 그르치게 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따라서 “본인이 먼저 제안했다”는 주장은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유인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연령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부모에게 숨기도록 시켰는지, 교통편·숙박·비용을 누가 마련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미성년자가 사리를 분별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일수록 본인의 동의는 의미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방어에 유리한 사정도 분명히 있습니다. 부모가 미리 알고 허락했거나 묵인한 정황, 또래 사이의 동행으로 보호관계를 벗어나게 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 여행 중에도 부모와 연락이 이어졌다는 기록은 유혹과 고의를 부정하는 자료가 됩니다.
유혹은 거짓말일 필요가 없고, 판단을 흐리게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3. 부모 몰래 데려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관계에서 이탈시켜 사실상의 지배 아래 둔 것인지가 성립을 가릅니다.
유인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을 넘어, 미성년자를 현재의 보호상태에서 이탈시켜 자신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 아래로 옮겼다는 평가가 가능해야 합니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당일 나들이를 다녀온 것과, 성인이 가출 상태의 청소년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며칠간 함께 지낸 것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대법원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도 한쪽 부모가 평온하게 양육하던 자녀를 상대방 부모가 기망 또는 유혹으로 자기 지배 아래 옮겼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친권자라는 신분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하물며 친권이 없는 제3자의 경우에는 더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여행의 목적과 기간도 중요합니다. 숙박을 동반하는지, 귀가 시점을 정해 두었는지, 부모의 귀가 요구나 연락에 응했는지가 사실상의 지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부모가 연락한 뒤에도 귀가를 막거나 휴대전화를 꺼 두게 했다면 불리하게 평가되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돌려보냈다면 유리하게 평가됩니다.
유죄 여부는 ‘몰래 갔다’가 아니라 보호관계 이탈과 사실상 지배가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4. 목적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고 형은 훨씬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추행·간음 등이 목적이었다면 형법 제288조와 성범죄 규정이 함께 문제됩니다.
형법 제288조는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경우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287조와 달리 하한이 1년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여행이라도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처벌 구간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형법 제305조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연인 관계였다는 사정도 연령 요건을 충족하면 위법성을 없애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행 중 성적 접촉이 있었는지 여부는 사건 전체의 결론을 사실상 좌우합니다.
한편 약취·유인한 사람을 안전한 장소로 풀어준 때에는 형법 제295조의2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고, 반환 이후 합의와 재범 방지 노력도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합의의 상대방은 법정대리인인 부모이고,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혀도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수사가 곧바로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여행이라도 목적이 성적인 것이었는지에 따라 죄명과 하한 형량이 달라집니다.
5. 신고 접수부터 재판까지, 이렇게 진행되고 초기 진술이 중요합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유혹 여부와 고의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부모의 신고로 시작되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 접수 및 미성년자 진술 확보 → ②피의자 소환 조사와 휴대전화·메신저 대화, 결제 내역 분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대화 내용이 복원되는 경우가 많아, 조사 전에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면 객관 자료와 어긋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부모나 상대 청소년에게 연락해 입을 맞추려는 시도부터 피해야 합니다. 이는 증거인멸·회유로 오해받아 구속 사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을 가자는 제안이 누구에게서 먼저 나왔는지, 대화 기록과 SNS 메시지를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교통·숙박·결제 내역과 동행 기간, 여행 중 부모와 연락이 이어졌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상대방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나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부모가 사전에 알거나 허락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함께 유혹과 사실상 지배가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필요하다면 부모와의 합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처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미성년자와 함께한 여행이 범죄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사를 받고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연락이 되지 않아 신고한 부모 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화 기록과 이동 경로, 자녀의 진술이 어떻게 확보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유인 혐의로 조사받는 입장에서도 “본인이 원해서 따라왔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나이를 알았는지, 부모가 알고 있었는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죄명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미성년자 대상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조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가 결론을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자녀의 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진술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성년자 본인이 가자고 했고 동의했는데도 유인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이 죄는 미성년자 본인의 자유뿐 아니라 부모 등 보호·감독자의 감호권도 보호하므로, 본인의 동의만으로 구성요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와 연령은 유혹 여부와 양형에서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Q. 당일치기 여행이어도 처벌되나요?
A. 기간이 짧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지만, 귀가 시점을 지켰는지와 사실상 지배가 있었는지가 판단에서 중요합니다. 하루 일정에 정해진 시각에 귀가시켰다면 유인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됩니다.
Q. 상대방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이를 알 수 있었던 정황, 대화 내용, 외모와 주변 증언이 함께 검토되므로 객관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Q. 부모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미성년자 유인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해도 수사가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처분과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되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Q. 벌금으로 끝날 수 있나요?
A. 형법 제287조에는 벌금형이 없어 10년 이하의 징역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식 재판에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가 선고되는 경우는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상대 청소년에게 먼저 연락해도 되나요?
A. 피하셔야 합니다. 입을 맞추려는 연락은 증거인멸이나 회유로 오해받을 수 있고,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대화가 복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 대신 자료 정리와 변호사 상담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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