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인이 횡령을 못 잡았으면 책임 물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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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외부감사인이 횡령을 못 잡았으면 책임 물을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표이사나 재무 담당 임원의 횡령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매년 외부감사를 받았는데 회계법인은 그동안 뭘 한 것이냐”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회사 관계자와 주주분들 중 상당수는 “외부감사를 받았으니 횡령이 있었다면 감사인이 당연히 잡아냈어야 한다”, “감사보고서가 적정이었으니 감사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하면, “감사는 부정 적발이 목적이 아니다”,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절차를 다 수행했다”는 감사인의 반론에 부딪히고,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감사인의 책임을 결과가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횡령이 사후에 밝혀졌다는 사실만으로 감사인에게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반대로 기준에 따른 절차를 소홀히 했다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제31조에 따라 회사와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외부감사인이 횡령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경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청구 기간과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을 놓쳤다는 결과만으로는 감사인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감사인의 의무는 횡령 적발이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감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외감법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이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감사인은 재무제표가 중요한 부분에서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이지, 회사 내부의 모든 자금 흐름을 수사하듯 추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횡령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인이 곧바로 책임을 지지는 않습니다. 감사인은 표본 추출 방식으로 감사를 하고, 경영진이 문서를 위조하거나 거래처와 짜고 은폐한 경우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도 발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면죄부는 아닙니다. 횡령액이 재무제표 전체에 비추어 중요한 금액이었는데도 은행 잔액 조회서를 직접 회수하지 않았다든지, 대여금·가지급금처럼 이상 징후가 뚜렷한 계정을 그냥 넘어갔다면,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횡령을 못 잡았다는 결과가 아니라, 기준에 따른 감사 절차를 소홀히 했는지가 책임의 출발점입니다.


2. 감사인은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히면 직접 배상해야 합니다

회사가 청구하는 경우 근거는 외감법 제31조 제1항이고, 증명 책임은 회사에 있습니다.

외감법 제31조 제1항은 감사인이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감사인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나 직원에게 횡령을 당한 회사가 감사인을 상대로 횡령 피해액을 청구하는 경우의 근거 조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7항은 감사인이 책임을 면하려면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감사인을 선임한 회사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반대로 그 회사가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하였음을 증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회사가 원고라면 증명 책임이 회사 쪽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어떤 횡령이 있었는지(시기·금액·수법), ② 당시 적용된 회계감사기준상 감사인이 해야 했던 절차가 무엇이었는지, ③ 그 절차를 했다면 횡령이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는지, ④ 그 때문에 어떤 손해가 늘어났는지를 단계별로 짜야 합니다. 특히 ③이 핵심인데, 감사인이 절차를 생략했더라도 어차피 발견할 수 없었던 수법이라면 인과관계가 부정됩니다.

대법원도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마련된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주의의무 위반 판단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회계감사기준 중 부정 위험에 관한 기준, 외부조회 절차 기준 등을 감사조서와 대조하는 작업이 실질적인 승부처입니다.

회사가 청구한다면 기준상 필수 절차를 감사인이 어떻게 건너뛰었는지를 회사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3. 주주·채권자·투자자도 감사보고서를 믿고 손해를 입었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3자 청구의 핵심은 감사보고서에 중요한 사항이 빠졌거나 거짓으로 적혔다는 점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하는 것입니다.

외감법 제31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음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그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사거나 돈을 빌려준 사람이 횡령으로 부실이 드러나 손해를 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는 증명 구조가 다릅니다. 제31조 제7항 본문에 따라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법원은 제3자 청구에서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였다는 점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같은 판결은 사후에 재무제표의 부정과 오류가 밝혀졌더라도, 감사인이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고 경영자 진술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도 밝혔습니다. 그래서 횡령액이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에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감사조서에 이상 징후를 지적하고도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흔적이 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또 제3자는 감사보고서를 믿고 이용했어야 하므로, 투자 시점과 보고서 공시 시점의 선후, 실제로 그 보고서를 투자 판단 자료로 삼았다는 사정도 입증해야 합니다.

제3자 청구는 감사보고서 자체의 중요한 허위·누락을 청구인이 먼저 밝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관문입니다.


4. 횡령한 임직원과 감사인이 함께 책임지지만, 고의가 없으면 비율로 나뉩니다

감사인의 책임은 연대가 원칙이지만, 고의가 없는 경우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책임비율을 정합니다.

외감법 제31조 제4항은 감사인이 회사 또는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경우 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도 책임이 있다면 감사인과 이사·감사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책임이 있는 자에게 고의가 없다면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라 배상하면 됩니다.

횡령 사건에서 이 비율 구조는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횡령의 실행자는 고의로 돈을 빼돌린 사람이고, 감사인은 대개 과실로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므로, 법원은 감사인의 비율을 크게 낮게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 청구에서는 횡령 실행자에 대한 형사 고소·민사 청구를 주된 회수 수단으로 하고, 감사인 청구는 보충적 수단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편 횡령한 임직원 본인은 별도로 형사책임을 집니다.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가중됩니다. 감사인의 민사책임과 횡령자의 형사책임은 별개로 진행됩니다.

손해배상능력이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제31조 제6항에 따라 각자 책임비율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추가로 배상할 책임도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회계법인은 제32조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적립하거나 보험에 가입해야 하므로, 판결을 받은 뒤의 집행 재원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감사인은 횡령자와 함께 책임을 지지만, 고의가 없다면 그 몫은 법원이 정하는 비율에 그칩니다.


5. 청구 기간은 짧습니다. 안 날부터 1년, 보고서 제출일부터 8년입니다

횡령 사실과 감사 부실을 알게 된 즉시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 시점을 계산해야 합니다.

외감법 제31조 제9항은 이 손해배상책임이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날부터 8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불법행위의 소멸시효보다 훨씬 짧습니다. 다만 감사인을 선임할 때 계약으로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실무 절차는 통상 ①횡령자에 대한 고소(수원 지역 회사라면 관할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고소장 접수, 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동시에 ②회사 차원의 감사조서 열람 요청 및 증거보전 신청, ③감사인 상대 손해배상 소장 접수(수원지방법원 또는 피고 회계법인 소재지 관할), ④감정·사실조회를 거친 재판 순으로 진행됩니다.

외감법 제22조 제1항은 감사인이 이사의 직무수행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정관에 위반되는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면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통보하고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감사인이 횡령 정황을 알고도 통보하지 않았다면 이 조항 위반이 임무해태의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확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횡령을 최초로 알게 된 날을 특정하고, 그 날부터 1년이 도과하기 전에 소 제기 일정을 확정합니다.

  2. 해당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적정 여부)와 감사인의 감사 통보·보고 내역, 경영진 서면진술서를 확보합니다.

  3. 횡령 수법과 시기를 정리해 감사인이 수행했어야 할 절차(외부조회, 가지급금 검증 등)와 대조합니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보관하므로 임의 제출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송 중 문서제출명령이나 증거보전 절차로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횡령 피해를 입은 뒤에는 “감사까지 받았는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감사인 책임부터 먼저 따지다가, 정작 횡령자에 대한 고소와 재산 보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회사나 주주 입장에서는 감사인 책임을 단정하기보다, 횡령 수법과 당시 감사 절차를 대조해 어느 단계에서 어떤 절차가 빠졌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안 날부터 1년이라는 기간이 짧아 시간이 곧 증거입니다.

반대로 감사인이나 소속 공인회계사 입장에서도 “적정 의견을 냈으니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감사조서에 남은 절차의 충실성이 곧 면책 근거이므로, 청구가 들어오기 전부터 기록을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횡령·배임 사건에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심을 받는 쪽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횡령의 형사 문제와 감사인 상대 민사 청구가 어떻게 맞물려야 실제 회수로 이어지는지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청구 기간이 짧은 사건일수록 초기 설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이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사보고서가 적정이었는데 횡령이 나왔다면 감사인 책임은 자동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결과가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기준입니다. 필요한 절차를 생략했거나 이상 징후를 방치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Q. 회사가 청구하는 경우와 주주가 청구하는 경우, 증명 책임이 다른가요?

A. 다릅니다. 감사인을 선임한 회사가 청구하면 임무해태를 회사가 증명해야 하고, 제3자가 청구하면 감사보고서의 중요한 허위·누락을 청구인이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Q. 감사인이 횡령 정황을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면요?

A. 외감법 제22조 제1항은 이사의 부정행위나 중대한 법령 위반을 발견하면 감사에게 통보하고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정합니다. 이를 어겼다면 임무해태를 입증하는 강력한 사정이 됩니다.

Q. 청구 기간이 지났는지 어떻게 따지나요?

A.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또는 감사보고서 제출일부터 8년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이 기준입니다. 어느 시점에 알았다고 볼지가 다투어지므로, 인지 경위 자료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Q. 횡령한 직원이 있는데도 감사인에게 따로 청구할 실익이 있나요?

A. 횡령자의 변제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실익이 있습니다. 다만 고의가 없는 감사인은 책임비율만큼만 배상하는 경우가 많아, 횡령자 상대 청구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Q. 감사인에게 청구하기 전에 형사 고소부터 해야 하나요?

A. 순서가 정해져 있지는 않으며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사 수사로 횡령 수법과 시기가 확정되면 감사 절차와 대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직후가 가장 좋습니다. 청구 기간이 짧고 감사조서 확보가 어려워 초기 증거 설계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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