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 자금이나 거래처 대금, 투자금 관리를 맡은 사람이 장기간 자금을 빼 쓴 사실이 드러나 이득액이 5억원을 넘기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 이른 분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법정형이 3년 이상이라니, 이제 집행유예는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전액 갚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입니다. 그런데 법정형 하한만 보고 곧바로 실형을 단정하거나, 반대로 변제만 하면 된다고 안심했다가 첫 재판에서 구속되는 경우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특경법 5억원 이상 횡령도 법률상 감경 사유와 작량감경을 거쳐 형기가 3년 이하로 내려오면 집행유예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 길은 이득액 구간, 피해회복의 시기와 방법, 구속 여부 같은 몇 가지 요소에 의해 좁아지기도 넓어지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특경법 5억원 이상 횡령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법적 구조와, 실제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요소,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5억원 이상 횡령은 법정형 하한이 3년이어서 그대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합니다
집행유예는 선고형이 3년 이하일 때만 가능한데, 특경법 구간의 하한이 정확히 3년입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경우에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법원이 실제로 선고하는 형이 징역 3년 이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일반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달리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징역형과 함께 이득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도 병과됩니다.
이 때문에 법정형을 그대로 적용하면 가장 낮은 형이 징역 3년이고, 3년을 선고하는 것까지는 집행유예 요건에 걸리지만 실무상 법원이 아무 감경 없이 하한을 선고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집행유예 여부는 법정형을 감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감경한 뒤 어느 지점에서 형을 정하는지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특경법 5억원 이상 횡령의 집행유예는 법정형 하한 3년을 감경 사유로 낮출 수 있느냐에서 시작됩니다.
2. 작량감경이 인정되면 형기가 절반까지 내려가 집행유예 문이 열립니다
형법 제53조 작량감경과 제55조 감경 방법이 집행유예 가능 구간을 만듭니다.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법원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작량감경이고, 감경의 방법은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가 정하고 있습니다.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특경법 구간에 대입하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구간은 법정형 하한 3년이 작량감경으로 1년 6개월까지 내려갑니다. 50억원 이상 구간도 하한 5년이 2년 6개월까지 내려가므로, 이론상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 선고가 열려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작량감경이 없으면 사실상 실형 구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작량감경을 하는지는 결국 양형 요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피해회복의 정도와 시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범행 동기와 기간, 횡령금의 사용처, 전과 유무, 범행 후 태도, 부양가족 같은 사정이 그것입니다. 횡령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가 있다고 공소가 기각되지는 않지만,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는 이 단계에서 가장 무게 있게 쓰입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집행유예의 결격 사유입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집행유예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같은 종류의 실형 전과가 최근에 있다면 감경 여부와 무관하게 길이 막힙니다.
작량감경으로 선고형을 3년 이하로 낮출 수 있어야 비로소 집행유예가 검토됩니다.
3. 전액 변제해도 이득액은 줄지 않지만 양형에서는 가장 큰 감경 요소입니다
변제는 구간을 바꾸지 못하고, 구간 안에서 형을 낮춥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횡령죄는 보관 중인 재물을 불법영득의사로 처분한 시점에 성립하고, 이후의 반환이나 변상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따라서 6억원을 횡령했다가 전액 갚았다고 해서 특경법 적용 구간이 일반 횡령으로 내려오지는 않습니다. 이득액은 횡령 시점에 처분한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반복된 인출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됩니다.
그렇다면 변제는 의미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변제와 합의는 앞의 작량감경을 이끌어 내는 가장 강력한 사정이고, 구간 안에서 선고형을 낮추는 사정이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①피해 금액을 정확히 특정하고 ②전액 변제 또는 그에 준하는 변제 계획을 세우고 ③합의서에 처벌불원 의사를 명시하고 ④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공탁을 하는 순서로 준비합니다. 변제 자금의 출처를 소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기도 중요합니다. 수사 단계, 1심 변론종결 전, 항소심 순으로 참작의 폭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1심에서 실형이 나온 뒤에야 합의에 나서면 항소심에서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변제는 특경법 구간을 바꾸지 못하지만, 구간 안에서 형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4. 이득액 규모와 범행 방식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5억원을 갓 넘긴 사건과 수십억원대 사건은 같은 구간이 아닙니다.
같은 특경법 사건이라도 이득액이 5억원을 조금 넘는 경우와 40억원대에 가까운 경우는 법원이 보는 무게가 다릅니다. 이득액이 클수록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선고형이 3년을 넘기 쉬워지고, 피해회복이 되지 않았다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50억원 이상 구간은 감경해도 하한이 2년 6개월이어서 집행유예 여지가 더 좁습니다.
범행 방식도 중요합니다. 회사 자금을 장기간 조직적으로 빼돌리면서 장부를 조작했다면 책임이 무겁게 평가되고, 사업 운영 자금 부족을 메우려다 일시적으로 유용한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참작됩니다. 피해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 소액주주나 다수의 투자자가 있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횡령·배임범죄의 양형기준을 정해 이득액 구간별로 권고 형량 범위와 감경·가중 인자를 두고 있고, 법원은 이를 참고해 선고합니다. 다만 양형기준은 구속력이 있는 법이 아니라 참고 기준이어서, 같은 이득액이라도 피해회복 여부, 자백 여부, 전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구속 여부 역시 현실적인 변수입니다. 5억원 이상 사건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 피해회복과 증거 준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불구속 재판 상태에서 변제와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집행유예 가능성을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같은 특경법 사건이라도 이득액과 피해회복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5. 고소부터 선고까지, 집행유예를 목표로 한 절차 대응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구속 여부가 정해지는 초기 단계에 준비한 자료가 선고형까지 이어집니다.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접수와 피의자 조사 → ②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과 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면 구속영장 심사 단계가 첫 번째 고비입니다.
집행유예를 목표로 한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회사·조합 통장의 전체 거래내역과 회계자료를 기준으로 실제 횡령액과 이득액을 먼저 정확히 확정합니다. 특경법 구간 판단이 여기서 갈립니다.
변제 가능한 금액과 자금 출처를 정리해 피해자 측과 합의를 시도하고, 합의가 어려우면 공탁 방법을 검토합니다.
전과·부양가족·재직 상황·반성 내용 등 양형자료를 모아 구속 심사와 1심 변론종결 전에 제출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진술이 한번 굳으면 이후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첫 조사 전에 이득액 산정,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입장, 변제 계획을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재판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마치며
5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은 금액의 크기 때문에 “이미 끝났다”는 생각으로 대응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갚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맡겼다가 손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 금액을 정확히 특정하고 회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합의 조건과 변제 계획이 형사 절차의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횡령 혐의로 수사받는 입장에서는 법정형만 보고 좌절할 일이 아닙니다. 감경 구조와 양형 요소를 이해하고 초기에 변제와 자료 준비에 나서면 선고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횡령·배임 사건에서 고소하는 쪽과 수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 하나로 구속 여부와 선고형이 갈리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아 왔습니다.
구속 여부와 양형의 방향이 정해지는 시점은 생각보다 이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경법 5억원 이상 횡령이면 무조건 실형인가요?
A. 아닙니다. 법정형 하한이 3년이어서 작량감경 없이는 집행유예가 어렵지만, 작량감경으로 형기가 절반까지 내려가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합니다.
Q. 횡령한 돈을 전액 갚으면 특경법 적용이 안 되나요?
A.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득액은 처분 시점 기준으로 산정되어 사후 변제로 줄지 않습니다. 다만 변제는 양형에서 가장 큰 감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Q.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나요?
A.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변제할 금액을 공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합의만큼의 효과는 아니지만 피해회복 노력으로 양형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여러 번에 나눠 인출한 돈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A. 같은 보관 관계에서 반복된 인출은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됩니다. 한 번에 5억원이 넘지 않아도 누적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과거에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으면 또 받을 수 있나요?
A.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을 마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만 제한합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실형 전력이 있다면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야 합니다.
Q. 합의는 언제까지 해야 효과가 있나요?
A. 빠를수록 좋습니다. 수사 단계나 1심 변론종결 전에 이루어진 합의와 변제가 가장 크게 참작되고, 구속영장 심사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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