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하기로 한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배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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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하기로 한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배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나 배우자, 오래 함께한 지인에게 땅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정이 바뀌자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겨 고소당하는 사건이 적지 않게 접수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아직 내 명의인데 내 땅을 팔았을 뿐이다”, “증여는 공짜로 주는 건데 마음이 바뀌면 안 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증자가 고소장을 내면, 경찰은 증여 약속의 방식과 시점, 그 뒤의 처분 경위를 하나하나 캐묻고, 방어 논리로 내세운 “내 땅이니 내 마음”이라는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를 수증자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에 배임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증여라고 해서 무조건 자유롭게 번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증여를 약속한 방식에 따라 형사책임 여부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증여하기로 한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을 때 어떤 경우에 배임죄가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서면으로 증여를 약속했다면 증여자는 수증자의 재산을 지켜줄 지위에 있게 됩니다

증여 약속이 서면으로 남아 있으면, 아직 등기 전이어도 증여자는 ‘내 땅을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증자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입니다.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증여자가 수증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즉 수증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지입니다.

증여는 증여자가 무상으로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승낙하면 성립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554조). 매매와 달리 대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증여자는 등기를 넘겨주기 전까지는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고, 증여자의 처분 행위가 배임인지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555조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만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증여계약서, 공증서, 합의서 같은 서면으로 증여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면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하는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를 면할 수 없고, 그 의무를 이행하는 일은 수증자의 재산권 취득을 위한 협력 사무가 됩니다.

서면으로 증여를 약속했다면, 증여자는 등기 전이라도 수증자의 재산 취득에 협력해야 하는 지위에 놓입니다.


2. 증여하기로 한 땅을 제3자에게 팔고 등기까지 넘기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증여자가 증여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같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등기해 주면,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것으로 봅니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판단한 것이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입니다. 사안은 서면으로 목장 부지 지분의 증여 의사를 표시한 사람이 이후 그 부동산에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건인데, 대법원은 증여를 서면으로 약속한 증여자의 지위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서면으로 부동산 증여의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증여계약이 해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에게 증여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증여자가 증여계약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9308 판결 취지).

근저당 설정만으로도 문제가 된 사건이라면, 땅을 아예 제3자에게 팔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증자가 받아야 할 땅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 수증자의 이전등기청구권이 사실상 이행불능에 이르기 때문에, 실행의 착수가 아니라 기수의 단계로 평가되기 쉽습니다.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이 증여자 본인일 필요도 없습니다. 땅을 판 대금을 증여자가 받았다면 본인이 이익을 얻은 것이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헐값으로 넘겼다면 제3자에게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것이 됩니다. “제값 받고 팔았으니 수증자에게 손해는 없다”는 주장도 수증자가 받기로 한 것이 돈이 아니라 그 땅 자체라는 점에서 쉽게 통하지 않습니다.

서면 증여를 약속한 땅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등기까지 마쳤다면,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3. 구두로만 증여를 약속했다면 사정이 달라지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서면이 없는 증여는 해제가 자유로워 배임으로 이어지기 어렵지만, 이미 이행된 부분과 서면의 범위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민법 제555조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를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558조는 해제가 이미 이행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말로만 “이 땅은 네게 주마” 했을 뿐 계약서나 각서, 합의서가 없고 등기도 넘어가지 않았다면, 증여자가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판 행위는 증여의 해제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이때는 수증자의 사무처리자로서 임무를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구분이 ‘구두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면의 형식은 계약서에 한정되지 않고, 메신저 대화나 문자, 증여세 신고 자료, 가족 간 합의서에 증여 의사가 문서로 남아 있다면 수증자는 이를 서면 증여의 근거로 주장합니다. 서면이 있는지, 그 서면에 증여의 대상 부동산과 이전 의사가 특정되어 있는지가 수사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집니다.

또 증여 약속 뒤 수증자가 이미 점유를 넘겨받거나 토지에 건물을 짓는 등 이행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면, 해제로 되돌릴 수 있는 범위도 좁아집니다. 증여자의 입장에서는 “구두였으니 해제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그 해제의 의사가 처분 행위 당시 실제로 있었는지, 수증자에게 알렸는지가 문제됩니다.

서면 여부와 이행 정도에 따라 배임 성립 여부가 갈리므로, 증여를 약속한 방식과 그 이후의 경과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4. 처분한 부동산 가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매수인도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 자체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형법 제359조). 다만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도심 토지나 상가 부지라면 시가가 5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경법 구간 여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민사적으로는 증여를 약속받은 수증자가 이전등기청구와 손해배상을 함께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땅을 산 제3자가 증여 사실을 알면서 증여자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그 매매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고(민법 제103조), 매수인이 공범으로 문제되기도 합니다. 이미 등기를 넘겨받은 매수인이 이를 알았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되는 이유입니다.

초범인지, 반환·합의 여부, 매각대금 사용처,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얼마만큼의 보상을 했는지는 성립 단계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가 이루어져도 이미 성립한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합의서를 받을 때에도 처벌불원서의 범위를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증여 약속의 서면, 처분 시점, 대금 흐름을 먼저 정리한 쪽이 조사에서 유리한 위치에 섭니다.

수증자의 고소로 시작되는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부동산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증여 약속이 계약서·각서·공증서·문자 등 서면으로 남아 있는지, 그 서면에 대상 부동산과 이전 의사가 특정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부동산등기부등본으로 처분 또는 근저당 설정 시점과 증여 약속 시점의 선후, 그리고 매수인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3. 매매대금 수령 내역과 사용처, 증여 취소 의사를 수증자에게 전달한 기록이 있는지 통장 내역과 대화 기록으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관련 배임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민사상 이전등기·손해배상 분쟁을 함께 검토해 사건의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에서 오간 증여 약속은 “설마 고소까지 하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땅을 받기로 한 수증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증여 약속이 서면으로 남아 있는지, 처분 전에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서면과 대화 기록, 등기부 변동 내역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이전등기·손해배상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땅을 판 증여자 입장에서도 “내 명의니 내 마음대로”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증여 약속이 서면인지, 해제의 의사가 있었는지, 매각 경위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처분과 관련한 배임 사건에서 땅을 받기로 한 쪽과 땅을 처분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서면 한 장이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증여하기로 한 땅인데 아직 등기를 안 넘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팔면 바로 배임인가요?

A. 서면으로 증여를 약속한 경우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서면 증여자가 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를 신임관계 위배로 봅니다.

Q. 증여 계약서 없이 말로만 약속했는데 어떻게 되나요?

A.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는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어(민법 제555조) 배임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문자나 메신저 대화, 합의서 등에 증여 의사가 남아 있다면 서면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Q. 근저당만 설정했을 뿐 팔지는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6도19308 판결은 서면 증여자가 부동산에 제3자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도 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Q. 땅을 판 돈으로 수증자에게 보상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이미 성립한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합의와 변상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처벌불원서의 범위를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Q. 땅을 산 사람은 책임이 없나요?

A. 증여 사실을 알면서 적극 가담했다면 매매가 무효가 되거나 공범으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몰랐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므로 인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Q. 고소당하면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증여 약속의 서면 여부와 처분 경위에 관한 초기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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