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비상장회사 지분을 사고파는 거래가 늘면서, 같은 주식을 두 사람에게 판 것이 문제 되어 고소와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주권도 발행되지 않았으니 어차피 종이 한 장 없는 주식 아닌가”, “먼저 계약한 사람에게 나중에 사정을 설명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두 번째 상대방에게 같은 주식을 넘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양수인이 “이중양도는 배임”이라며 고소하면, 그제야 형사처벌 가능성을 걱정하며 사무실을 찾아오십니다.
최근 대법원은 주권발행 전 주식의 이중양도에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임죄가 안 된다는 것이 곧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며, 두 번째 양수인을 속였다면 사기죄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은 그대로 남습니다.
아래에서는 주권 발행 전 주식을 두 번 팔았을 때 어떤 죄가 성립하고 어떤 책임이 남는지, 고소를 당했을 때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주권이 발행되기 전에도 주식 양도계약은 당사자 사이에서 유효합니다
주권발행 전 양도는 회사에 대해서만 효력이 없을 뿐,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은 유효합니다.
상법 제335조 제3항은 주권발행 전에 한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을 보고 “주권이 없으니 판 것도 무효”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막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를 상대로 한 주장이고,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합니다.
주권발행전에 한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그러나 회사성립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후 6월이 경과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상법 제335조 제3항).
또한 위 조항 단서에 따라 회사성립 후 또는 신주 납입기일 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회사가 주권을 발행하지 않았다면, 그 주식 양도는 회사에 대해서도 효력이 생깁니다. 비상장 소규모 회사는 주권을 아예 발행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경우가 흔해서, 이런 회사의 지분 거래가 사실상 계약서 한 장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결국 첫 번째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받았다면, 그 주식은 법적으로 이미 상대방에게 넘겨주기로 약속된 주식입니다. 이 상태에서 같은 주식을 또 파는 행위가 문제 되는 것이고, 주권이 없다는 사정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주권이 없어도 첫 번째 매매계약은 유효하고, 그 주식을 다시 파는 순간 이중양도 문제가 시작됩니다.
2. 두 번 팔았을 때 주식을 차지하는 쪽은 대항요건을 먼저 갖춘 양수인입니다
먼저 계약했는지가 아니라, 확정일자 있는 통지·승낙을 먼저 갖췄는지가 우열을 가릅니다.
주권발행 전 주식은 증권이 아니라 지명채권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양도의 효력을 제3자에게 주장하려면 민법 제450조에 따라 양도인이 회사에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통지하거나 회사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승낙해야 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주주명부 명의개서만으로는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양수인과 두 번째 양수인이 모두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체결의 선후와 상관없이 확정일자 있는 통지나 승낙을 먼저 받아 둔 쪽이 회사와 제3자에 대하여 자신이 주주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양수인이 먼저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해 두었다면 첫 번째 양수인은 주식을 잃고, 매도인에게 책임을 묻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대항요건을 누가 먼저 갖췄는지를 확인하려고 회사에 보낸 내용증명, 회사 대표의 승낙서, 확정일자가 찍힌 양도통지서 등을 다투게 됩니다. 이 자료의 날짜 하나가 주식의 귀속을 갈라 놓기 때문에, 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자료입니다.
3. 주권발행 전 주식을 이중양도해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양도인은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배임죄의 주체가 되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고,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핵심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인데, 매매계약의 양도인이 이 지위에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주권발행 전 주식 이중양도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주권발행 전 주식에 대한 양도계약에서의 양도인은 양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양도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5도6057 판결).
이 판결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갖춰 줄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자기 채무의 이행일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까지 하면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범죄로 만드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8682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 양도담보에서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따라서 “주식을 두 번 팔았으니 배임”이라는 고소는 대법원 판례 기준으로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결론은 배임죄에 한정된 것이고, 다음 섹션의 사기 문제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주식을 두 번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4. 배임은 아니어도 두 번째 양수인을 속였다면 사기가 문제 되고, 민사 책임은 남습니다
형사책임의 초점은 배임이 아니라 두 번째 양수인에 대한 기망 여부로 옮겨갑니다.
두 번째 양수인에게 “이 주식은 다른 사람에게 판 적 없다”, “제 지분 100%를 온전히 넘겨드린다”고 말하고 대금을 받았다면, 이미 첫 번째 계약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문제 되고, 현재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사기죄 성립의 핵심은 두 번째 계약 당시 이미 주식을 넘겨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도 그 사실을 숨겼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것인지입니다. 반대로 두 번째 양수인이 첫 번째 계약을 알고 있었다면 기망이 부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알면서 적극 가담했다면 두 번째 계약이 민법 제103조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여지도 있습니다.
민사상으로는 첫 번째 양수인이 주식을 넘겨받지 못해 입은 손해에 대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과 계약 해제 후 매매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이중양도 시점의 주식 가치와 그 후 상승분이 쟁점이 되어, 감정 결과에 따라 배상액이 대금보다 훨씬 커지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형사 고소를 먼저 걸어 합의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배임 고소 자체는 혐의 없음 가능성이 높더라도, 사기 혐의가 함께 얹히는지 여부에 따라 수사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초범인지, 두 번째 양수인에게 대금을 반환했는지, 첫 번째 양수인과 합의했는지는 성립 여부와 별개로 양형과 처분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를 당했다면 절차는 이렇게 진행되고,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초기 진술에서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알리고 팔았는지’가 확정되면 이후 방어가 어려워집니다.
이중양도 고소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고소장에 배임과 사기가 함께 적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사 단계에서 두 혐의를 나눠 대응해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고소를 준비 중이라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번째·두 번째 매매계약서와 대금 수수 내역을 놓고 계약 체결일, 대금 지급일, 주식 수와 지분율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회사에 보낸 양도 통지서·승낙서의 확정일자와 주주명부 명의개서 여부를 확인해 어느 쪽이 대항요건을 먼저 갖췄는지 가립니다.
두 번째 양수인과 주고받은 메시지·협상 자료에서 첫 번째 계약 사실을 알렸는지, 상대방이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대응과 민사 정리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배임은 성립하지 않아도 사기 혐의와 손해배상은 별개로 남기 때문에, 조사 전에 쟁점을 구분해 두는 것이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며
주식 거래 분쟁은 “계약서도 썼고 아는 사이인데 설마 고소까지 하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산 양수인 입장에서는 배임죄 고소만 믿고 가기보다, 대항요건을 누가 먼저 갖췄는지와 두 번째 양수인에게 기망이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형사 절차가 여의치 않아도 민사상 손해배상과 계약 해제는 따로 길이 열려 있습니다.
반대로 이중양도로 고소당한 매도인 입장에서도 배임죄가 안 된다는 판례만 믿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양수인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에 따라 사기 여부가 달라지고, 민사 책임은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식·지분 거래 분쟁에서 팔았다는 쪽과 샀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시점과 통지 내용 같은 사실관계 정리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주식도 두 번 팔면 안 되는 건가요?
A. 안 됩니다. 상법 제335조 제3항은 회사에 대한 효력을 정한 것일 뿐,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계약은 유효합니다. 두 번째 매매는 첫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민사 책임을 부릅니다.
Q. 이중양도하면 배임죄로 처벌받나요?
A. 주권발행 전 주식 이중양도는 대법원이 양도인을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보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다른 죄와 민사 책임은 별개입니다.
Q. 두 번째 양수인에게 첫 계약을 말하지 않았다면 사기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넘겨줄 수 없는 주식임을 숨기고 대금을 받았다면 기망으로 평가될 수 있고, 사기죄는 2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상대방이 사정을 알았는지가 쟁점입니다.
Q. 먼저 계약한 사람이 무조건 주식을 가져가나요?
A. 아닙니다. 확정일자 있는 통지·승낙 등 대항요건을 먼저 갖춘 양수인이 우선합니다. 계약 순서가 앞서도 대항요건을 늦게 갖췄다면 주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는 혐의 인정이 어려워도 민사로 손해배상과 대금 반환을 따로 구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가 민사 입증에 쓰이기도 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계약 시점과 통지 내용에 관한 초기 진술이 이후 사기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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