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이 예금을 빼돌렸으면 은행이 물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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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은행 직원이 예금을 빼돌렸으면 은행이 물어주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은행 창구 직원이나 PB 센터 직원이 고객의 예금·적금을 임의로 해지해 빼돌렸다는 금융사고 소식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은 “은행에 맡긴 돈이니 은행이 당연히 책임지겠지”, “직원이 한 일이라 은행에 청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행에 문의하면 “직원 개인의 일탈이며 약관상 정상 절차를 거쳐 지급했다”는 답이 돌아오고, 그제야 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 아닌지 막막해지는 것이 전형적인 전개입니다.

최근 법원은 은행 직원의 횡령·사기 사건에서 직원의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면 은행에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은행이 곧바로 전액을 물어주는 것은 아니고, 은행의 면책 주장과 피해자 본인의 과실이 함께 다투어집니다.

아래에서는 은행 직원이 예금을 빼돌렸을 때 은행이 어떤 근거로 책임을 지는지, 어느 경우에 책임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직원에 대한 형사 절차와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은행은 민법상 사용자책임으로 직원의 불법행위를 배상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도, 은행의 업무를 이용했다면 은행의 책임이 문제됩니다.

은행이 책임을 지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입니다. 같은 조 제1항은 사용자가 피용자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756조 제1항).

여기서 핵심은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해석입니다. 대법원은 피용자의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면, 직원의 주관적 사정, 즉 개인적 이익을 위한 범행이었는지는 따지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한 행위로 봅니다. 이를 흔히 외형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은행 직원이 고객의 통장·인감을 맡아 예금을 해지하거나,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속여 돈을 건네받았다면 이는 예금 수신·상품 판매라는 본래 직무와 직결된 행위입니다. 직무와의 관련 정도가 높고, 직원에게 고객 자금 접근 권한을 준 것은 은행이므로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챙겼더라도, 은행의 업무 권한을 이용해 저지른 범행이라면 은행에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2. 직원이 은행 밖에서 개인적으로 받아간 돈은 책임 인정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직무와의 관련성이 약할수록, 그리고 피해자가 알 수 있었을수록 은행 책임은 줄어듭니다.

모든 경우에 은행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외형상 관련성을 판단할 때 직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그리고 은행이 손해 발생의 위험을 만들었는지, 이를 막을 조치를 게을리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은행 상품보다 높은 이율을 주겠다”며 자신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한 경우, 은행 상품이 아니라 개인 간 대여 또는 투자 권유에 가까워 사무집행 관련성이 부정될 여지가 큽니다. 반대로 은행 창구에서 은행 서식으로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처럼 꾸며 돈을 받았다면 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은행은 같은 조항 단서에 따라 직원 선임과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점을 입증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입증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은행은 내부통제 의무와 거래 확인 절차가 있는 금융기관이라,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독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평가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은행 상품으로 위장한 범행은 은행 책임이 쉽게 인정되고, 은행 밖 개인 거래는 책임 인정이 어려워집니다.


3. 피해자의 과실이 크면 은행의 배상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은행이 책임을 지더라도 피해자의 부주의 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깎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 전부를 은행이 배상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는 과실상계(민법 제763조, 제396조)가 적용되어,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으면 법원이 이를 참작해 배상 책임의 범위를 정합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피해자 측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에게 통장·인감·비밀번호를 통째로 맡겨두었는지, 입금 영수증이나 통장 정리 없이 오랜 기간 방치했는지, 은행 상품이라면 있을 수 없는 높은 이율을 약속받았는데도 의심하지 않았는지 등입니다. 이런 사정이 겹칠수록 과실 비율이 높게 잡힐 수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은행 직원 사건에서 피해자가 영수증이나 예금통장을 받지 않았다는 정도만으로는 은행의 면책을 인정할 만한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사소한 부주의가 곧 은행의 면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과실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행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배상액이 줄 수 있으므로, 거래 경위를 증거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4. 직원은 업무상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피해 금액이 크면 가중됩니다

직원의 형사책임은 은행의 민사책임과 별개로 진행되며,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은행이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예금을 빼돌린 직원은 형사책임을 집니다. 고객 예금을 업무상 보관하는 지위에서 임의로 인출·사용했다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문제되고,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고객을 속여 돈을 받아냈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수 있고, 가짜 해지 전표나 서류를 만들었다면 사문서위조·행사 등이 함께 문제됩니다. 편취·횡령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직원이 여러 고객에게서 반복해 빼돌렸다면 개별 피해액이 소액이어도 합산되어 가중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직원이 가해자로 의심받는 입장이라면, 실제 권한 범위, 고객의 위임 여부, 정산·반환 경위가 쟁점이 되므로 초기 진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직원의 형사책임은 은행의 민사책임과 별개로 이득액에 따라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5. 고소와 민사 청구, 은행 민원은 이런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 고소로 증거를 확보하고, 민사로 은행과 직원에게 함께 청구하는 것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실무상 절차는 통상 ①사고 인지 즉시 거래은행에 사고 접수 및 거래내역 발급 요청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지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직원 고소장 접수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그리고 별도로 은행과 직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순으로 진행됩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문제되므로 사고를 알게 된 시점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통장 거래내역과 해지·인출 전표를 은행에 요청해 누가, 언제, 어떤 서류로 인출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직원과 주고받은 문자·카톡·통화 기록, 상품 설명 자료, 약속받은 이율이 적힌 문서를 보존합니다.

  3. 피해 총액과 피해 기간을 정리해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함께 검토합니다.

형사 사건이 유죄로 진행되면 소송촉진법상 배상명령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 성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므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사용자책임 청구를 함께 설계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치며

은행에 맡긴 돈이라는 믿음 때문에 이상 징후를 알고도 “설마 직원이 그랬겠나” 하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빼앗긴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거래내역, 전표, 직원과의 대화 기록을 확보해 은행의 사용자책임과 직원의 형사책임을 각각 입증할 근거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사고에 연루되었다고 의심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고객이 맡긴 것이다”,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위임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횡령·사기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은행 직원이 제 예금을 빼돌렸는데 은행이 무조건 전액 물어주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직원의 행위가 외형상 은행 업무와 관련되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피해자의 과실이 있으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 수 있습니다.

Q. 직원이 은행 밖에서 따로 만나 돈을 받아갔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은행 상품이 아닌 개인 간 거래로 보이면 사무집행 관련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은행 서식·사무실·명함 등 은행 업무를 가장한 정황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 경위를 따져봐야 합니다.

Q. 통장과 인감을 직원에게 맡겼던 것도 제 잘못이 되나요?

A. 과실상계에서 불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부주의만으로 은행이 완전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과실의 정도에 따라 비율이 정해집니다.

Q. 직원은 어떤 죄로 처벌되나요?

A. 보관하던 예금을 임의로 쓴 경우 업무상횡령, 속여서 받은 경우 사기가 문제되고, 서류를 위조했다면 사문서위조 등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으로 가중됩니다.

Q. 은행 상대 소송과 직원 형사 고소는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 입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안 날부터 3년이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Q. 직원이 합의를 요구하는데 응해도 되나요?

A. 합의 전에 피해 금액 전체와 은행 책임 여부를 먼저 정리하세요. 합의서 문구에 따라 은행에 대한 청구까지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어, 서명 전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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