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만 했고 돈은 안 가져갔는데 횡령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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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만 했고 돈은 안 가져갔는데 횡령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결산 시기나 투자유치, 금융기관 대출 심사를 앞두고 회사의 재무제표를 실제보다 좋게 꾸몄다가 문제가 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에서 만나는 재무·경리 담당자분들은 “나는 숫자만 맞췄을 뿐 회사 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다”, “대표님이 시켜서 장부만 손봤지 내 주머니로 들어온 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되면 장부에 올린 가공 거래와 그 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하나하나 추적되고, 돈이 실제로 나간 흔적이 하나라도 확인되는 순간 “분식회계”라는 이름이 “횡령”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회사 자금 사건에서 회계 처리의 허위 여부와 자금의 실제 이동 및 불법영득의사를 분리해서 판단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장부만 거짓으로 꾸민 것과 회사 돈을 실제로 빼돌린 것은 적용되는 법조와 형량이 전혀 다르고,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돈을 가져가지 않은 분식회계가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어떤 경우에 횡령이나 배임으로 번지는지, 그리고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장부만 거짓으로 꾸민 행위는 횡령이 아니라 외부감사법 위반이 문제됩니다

분식회계 그 자체는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의 문제이고, 횡령죄의 구성요건과는 별개입니다.

분식회계란 회사의 실적이나 재무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매출을 부풀리거나 비용·부채를 줄여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행위는 형법상 횡령죄가 아니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으로 처벌됩니다. 같은 항은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벌 대상이 ‘돈을 가져간 사람’이 아니라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표이사의 지시로 재무제표를 만든 재무팀장이나 경리 담당자도 본인이 한 푼도 받지 않았더라도 이 조항의 행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조항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구성요건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가져간 돈이 없다”는 항변은 이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가 정한 것처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해야 성립합니다. 장부상 숫자를 바꾼 것만으로는 재물이 이동하지 않았으므로, 허위 기재 자체를 횡령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이번 주제의 출발점입니다.

분식회계는 거짓 재무제표 문제이고, 횡령은 회사 재물의 실제 처분 문제입니다. 두 죄는 따로 성립하고 따로 판단됩니다.


2. 횡령은 돈의 이동과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장부 조작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횡령죄의 핵심은 회사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는 의사이며, ‘내가 가져갔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첫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가 있어야 하고, 둘째 그 재물을 실제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해야 하며, 셋째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분식회계 사건에서 횡령 여부는 대부분 둘째와 셋째 요건에서 갈립니다. 재무제표만 고쳤다면 둘째 요건이 없으므로 횡령은 성립하지 않고, 회사 계좌에서 실제 돈이 나갔다면 그 돈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명목으로 나갔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이 정의에는 두 가지 실무적 함의가 있습니다. 먼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본인 주머니로 들어간 돈이 없더라도 가족·지인·관계회사가 이익을 얻도록 회사 돈을 처분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나중에 메우려고 했다”는 사후 변상 의사는 영득의사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결국 “분식만 했고 돈은 가져가지 않았다”는 말이 횡령 방어로 통하려면, 장부 조작과 별도로 회사 계좌에서 나간 돈이 없다는 점, 또는 나간 돈이 전부 회사의 사업 용도로 쓰였다는 점을 자료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횡령 여부는 장부가 아니라 통장에서 실제로 나간 돈과 그 사용처로 판단됩니다.


3. 가공 거래나 부외자금이 얽히면 횡령 수사로 번지고, 사용처 입증이 승패를 가릅니다

분식 수법에 실제 자금 인출이 결합된 순간부터 횡령과 배임이 함께 검토됩니다.

분식회계가 횡령 수사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경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공 매입이나 허위 외주비를 장부에 올리고 실제로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한 뒤 그 일부를 현금이나 다른 계좌로 돌려받아 부외자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부풀린 실적을 근거로 대표자나 임직원이 성과급·상여·배당을 받아가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차입금이나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놓고 실제로는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개인 용도로 쓴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장부 조작과 자금 이동이 함께 일어난다는 공통점이 있어, 수사기관은 허위 재무제표 작성에 더해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을 같이 적용하려고 합니다. 이때 분식을 한 담당자가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횡령을 지시하거나 실행에 가담한 사람과 공모 관계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외자금이 조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8도16864 판결 사건에서 원심은 회사의 부외자금에 관해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의 2006. 10. 19. 이후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즉 비자금 조성 사실과 개인적 사용 사실은 구별되며, 개인 용도 사용과 영득의사는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별개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소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직원 상여, 거래처 접대, 사업상 지출처럼 회사를 위해 쓰인 흐름이 영수증·계좌내역·내부 결재로 확인되면 영득의사는 부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면 방어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부외자금이 있다는 사실과 그 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사실은 다르고, 이 차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사건의 결론을 좌우합니다.


4. 허위 재무제표 처벌과 횡령 처벌은 따로 계산되고 이득액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분식 처벌은 외감법이, 자금 유용 처벌은 형법과 특경법이 각각 정하므로 두 책임이 겹쳐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외감법 제39조 제1항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죄는 앞서 본 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이익·회피손실액의 2~5배 벌금이며, 이익이나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또는 5배가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 상한이 10억원이 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자산총액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회사에 한해,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10퍼센트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퍼센트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금 유용이 인정되면 별도로 횡령죄가 적용됩니다.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2도10629 판결은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한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와 외감법 위반죄는 구성요건적 행위의 내용과 보호법익이 달라 상상적 경합이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는데, 이처럼 분식 관련 죄는 서로 흡수되지 않고 별개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다만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하는 특경법은 이득액 산정이 엄격합니다.

업무상배임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있더라도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이 판결은 배임 사건의 법리이지만, 가중 구간이 이득액에 연동되는 특경법의 성격상 금액 산정의 엄격성이 방어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장부 조작액 전부가 곧바로 이득액이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누가 얼마를 취득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초범 여부, 회사 손해의 회복, 합의 여부는 성립이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됩니다.

분식의 책임과 자금 유용의 책임은 별개로 계산되므로, 어느 쪽이 쟁점인지 먼저 갈라내야 합니다.


5. 수사가 시작되면 조사 전에 자료부터 정리해야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첫 진술에서 ‘장부’와 ‘돈의 흐름’을 구분해 말하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분식회계 의혹은 내부 고소·고발, 회계감사 과정의 지적, 세무조사 등에서 단서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또는 검찰 수사 착수 → ②피의자 조사와 계좌·회계자료 압수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의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크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 가장 흔한 실수는 “분식은 인정하지만 돈은 안 가져갔다”는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이 진술은 분식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동시에, 돈의 흐름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만 남기게 됩니다. 조사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수정한 계정과목과 금액, 지시를 받은 경위와 상급자의 지시 내용이 남은 메신저·이메일·결재 기록부터 확보합니다.

  2. 회사 명의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에서 분식과 관련된 가공 거래의 실제 입출금 여부를 하나씩 대조합니다.

  3. 부외자금이나 인출금이 있다면 사용처를 영수증·계좌이체·내부 결재로 소명할 수 있는지, 본인 및 가족 계좌로 흘러간 내역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허위 재무제표 책임과 횡령·배임 책임을 분리해 대응하면, 지시를 받아 작성만 한 담당자인지 자금 처분에 관여한 사람인지가 분명해져 역할에 맞는 책임 범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분들은 “내가 돈을 챙긴 것도 아닌데 설마 횡령까지”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시를 받아 장부를 작성한 실무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어느 범위까지 관여했는지, 자금 이동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어떤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메신저 기록과 결재 라인, 계좌 흐름이 정리될수록 외감법 위반과 횡령 공모를 구별해 방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 자금의 인출을 문제 삼는 쪽에서도 장부가 허위라는 사실만으로는 횡령이 입증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가져갔는지,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를 계좌내역으로 특정해야 고소와 민사 청구가 힘을 얻습니다.

저는 회사 자금 문제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장부 조작 사건이라도 돈의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적용 죄명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의심을 받고 있다면, 첫 진술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부만 고쳤고 회사 돈은 한 푼도 안 썼다면 횡령죄가 되나요?

A. 재물의 실제 처분이 없다면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로 외부감사법 제39조 위반이 문제될 수 있어 처벌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Q. 대표이사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실무자도 처벌되나요?

A. 외감법 제39조 제1항은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를 행위자로 정하고 있어 실무자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시 경위와 관여 정도는 책임 범위와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으로 다뤄집니다.

Q.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이 없으면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처분하는 의사로 봅니다. 가족이나 관계회사가 이익을 얻도록 회사 돈이 쓰였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부외자금이 발견되면 곧바로 횡령이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부외자금 조성과 개인적 사용은 구별되며 사용처와 영득의사는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회사 사업에 쓰인 내역이 확인되면 횡령 성립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나중에 분식 부분을 바로잡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시점에 이미 죄가 성립하므로 사후 정정만으로 처벌을 면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자발적 정정과 손해 회복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경찰이나 검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분식 사건은 첫 진술에서 장부 조작과 자금 흐름을 어떻게 구분해 설명하느냐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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