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훈육 과정에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낸 일이 이웃의 신고, 어린이집·학교의 통보, 혹은 배우자나 전 배우자의 신고로 이어져 아동학대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때린 것도 아니고 말로 혼낸 건데 설마 학대겠느냐”, “내 아이를 내가 가르치는 건데 신고까지 하겠느냐”는 말씀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경찰이 집으로 찾아오면, 그제야 소리를 지른 횟수와 내용, 그 순간 아이의 반응까지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범위를 다시 정리하면서,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여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학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정이 겹치면 학대로 판단되는지는 정확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큰 소리와 폭언이 어떤 경우에 정서적 학대로 평가되는지, 신고가 접수되면 어떤 절차와 처분이 이어지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만으로 정서적 학대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서적 학대는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동은 만 18세 미만인 사람이고(같은 법 제3조 제1호),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같은 법 제3조 제7호).
조문 어디에도 “몇 데시벨 이상으로 소리를 지르면 학대”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같은 고함이라도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순간 순간적으로 제지하려고 낸 소리와, 아이를 몰아세우며 반복해서 퍼부은 폭언은 법적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다만 부모가 보호자의 지위에서 이런 행위를 했다면 이야기가 더 무거워집니다. 보호자에 의한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의 죄(제3호는 제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호 타목에 따라 아동학대범죄에 해당하고, 그 순간부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아동학대 전용 절차가 적용됩니다.
정서적 학대 여부는 큰 소리를 냈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가 아이의 정신건강과 정상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로 가려집니다.
2. 대법원은 ‘신체 손상이나 방임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봅니다
정서적 학대는 아이의 정신적 성장을 저해하거나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대법원은 정서적 학대행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6945 판결).
이 사건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너 왜 거짓말 해. 사기꾼”,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하고 반성문을 쓰게 한 행위 등이 정서적 학대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위 법리를 설시한 뒤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신체 학대, 유기·방임이 같은 법정형으로 묶여 있는 체계에서, 정서적 학대 역시 그와 견줄 만한 수준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 화가 나서 한 말, 순간적으로 낸 큰 소리까지 모두 학대로 보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신고를 받으면 우선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하고, 그 수준에 이르는지는 사건 전체를 종합해 사후에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건도 환송되었을 뿐 최종 결론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대법원은 정서적 학대를 ‘신체 손상·유기·방임과 같은 정도’의 행위로 한정하지만, 그 수준에 이르는지는 결국 사건 전체를 보고 가려집니다.
3. 반복성, 아이의 연령, 아이의 반응이 학대 여부를 가르는 핵심 사정입니다
같은 소리라도 누가, 몇 살 아이에게, 얼마나 오래, 어떤 태도로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어떤 행위가 정서적 학대인지 판단할 때 고려할 사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정서적 학대행위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상태 및 건강상태,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아동의 상태 변화,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의 정도와 태양,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판결).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첫째,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같은 고함도 공포감을 크게 줍니다. 둘째, 고함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반복되고 장기간 이어졌는지, 욕설이나 인격 비하가 섞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셋째, 그 뒤 아이가 등원·등교를 거부하거나 불안 증세를 보이는 등 상태 변화가 있었는지가 증거로 쓰입니다.
위 2017도5769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육교사가 4세 아동을 높이 약 78cm의 교구장 위에 약 40분간 앉혀 둔 행위에 대해 정서적 학대를 인정한 원심을 수긍했는데, 아이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일주일 넘게 등원하지 못한 사정이 중요하게 쓰였습니다. 행위 자체의 위험성과 아이가 실제로 보인 반응을 함께 본 것입니다.
그래서 “훈육하려고 그랬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훈육의 목적이 있었더라도 방법과 정도가 위 기준을 넘어서면 학대로 평가될 수 있고, 2021년 민법에서 징계권 조항(제915조)이 삭제되어 훈육을 이유로 한 체벌을 정당화할 법적 근거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큰 소리도 아이의 나이, 반복 여부, 이후 아이의 상태 변화에 따라 학대로 평가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4. 신고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결과는 형사처벌에서 보호처분까지 갈립니다
의심만으로 신고가 가능하고, 사건 성격에 따라 형사재판 또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됩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교사, 의료인, 어린이집 종사자 등은 직무상 알게 되면 즉시 신고해야 할 의무까지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그래서 학교나 어린이집, 병원에서 먼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벌 수위부터 말씀드리면, 정서적 학대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1조 제1항 제2호). 다만 모든 사건이 형사재판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는 사건의 성질·동기, 아이와의 관계, 행위자의 성행과 개선 가능성, 원가정 보호의 필요성, 피해아동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사 등을 고려해 상담·치료·교육을 조건으로 조건부 기소유예를 할 수 있고(같은 법 제26조),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보면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해 가정법원에 송치할 수 있습니다(제27조, 제28조). 보호처분에는 접근행위 제한, 친권 행사의 제한·정지, 사회봉사·수강명령, 보호관찰, 상담위탁 등이 있습니다(제36조 제1항).
정서적 학대 사건의 결과는 벌금·징역 같은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기소유예, 보호처분까지 폭넓게 갈리고,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초기 대응이 크게 좌우합니다.
5. 신고 접수 직후부터 조사와 응급조치가 즉시 진행됩니다
현장조사 단계의 대응이 이후 처분 방향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 ①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 아이와 보호자를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고(제11조), 필요하면 행위자 격리·시설 인도 등 응급조치(제12조, 72시간 이내)를 하며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가 수사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제24조) → ③수원지방검찰청이 보호관찰소의 결정 전 조사(제25조)를 참고해 기소, 기소유예, 아동보호사건 송치 중 하나를 결정하며 → ④기소되면 형사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아동보호사건이면 관할 가정법원(수원 지역은 수원가정법원)에서 심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발 우려가 있으면 법원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제19조).
신고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아래 순서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문제가 된 당일의 상황을 시각, 계기, 실제로 한 말과 행동, 아이의 반응 순으로 기억이 선명할 때 정리해 둡니다.
평소 양육 환경과 아이의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대화 기록, 학교·어린이집 연락, 병원·상담 기록 등)를 모읍니다.
현장조사에는 응하되, 조사 전 진술 방향을 정리하고 필요하면 변호사와 상의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현장조사를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제63조 제1항 제3호).
조사 초기에 어떤 진술을 했는지가 이후 송치 의견과 기소유예, 아동보호사건 송치 여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에서 아동학대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초기 대응을 설계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치며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내 아이를 키우는 일인데 억울하다”는 마음과 “혹시 정말 내가 선을 넘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동시에 찾아오고, 그 사이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 필요합니다. 반복된 폭언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해야 아이를 지키는 조치가 제때 이루어집니다.
반대로 신고를 당한 보호자 입장에서도 “훈육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행위의 정도와 반복성, 아이의 반응에 대한 자료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기소유예로 마무리될 수도, 재판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동학대 사건에서 신고를 한 쪽과 신고를 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 하나로 처분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신고 사실을 통보받았다면, 처분 방향이 정해지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에게 한 번 크게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한 번의 큰 소리만으로 곧바로 정서적 학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의 나이, 고함의 내용과 정도, 이후 아이의 반응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1회 행위라도 정도가 심하고 아이가 현저한 고통을 보였다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훈육 목적이었다면 학대가 아닌가요?
A. 훈육 목적은 양형이나 처분 단계에서 참작될 수는 있지만, 학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행위의 정도와 아이의 정신건강·발달에 미친 영향입니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방법이 기준을 넘어서면 학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요?
A. 아닙니다.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불송치될 수 있고,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조건부 기소유예나 아동보호사건 송치로 보호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사건 경위와 이후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Q. 아이가 “아빠(엄마)한테 혼났지만 괜찮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아이의 반응은 중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신고는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기관과 지자체가 조사에 착수하기 때문에 아이의 진술은 여러 증거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Q. 현장조사를 나온 공무원을 돌려보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현장조사를 방해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고, 협조하지 않은 사정이 이후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조사에는 응하되 진술은 준비해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누가 신고했는지 알 수 있나요?
A. 신고인의 인적 사항이나 신고인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3항). 신고자를 찾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건에 불리할 수 있으므로 삼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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