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명의로 몰래 체결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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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명의로 몰래 체결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본인이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 개통, 대출, 렌탈, 분양·임대차 계약이 본인 명의로 체결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제가 서명한 적이 없는데 설마 저한테 책임이 있겠어요”, “가족이 한 일이라 그냥 넘어가야 하나 싶었습니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요구하며 독촉장을 보내고, 이를 방치했다가 “이미 알고도 가만히 있었으니 계약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박을 듣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민법은 대리권 없이 맺은 계약을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인이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효력이 없던 계약이 사실상 본인의 계약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 실무의 핵심이고, 계약을 꾸민 사람에게는 위조·사기죄의 형사책임도 따라붙습니다.

아래에서는 몰래 체결된 계약이 법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본인이 무엇을 해야 책임을 벗어나는지, 그리고 형사 고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몰래 체결된 계약은 ‘취소’할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 본인 이름으로 맺은 계약은 취소가 아니라 ‘효력 없음’을 주장하는 문제입니다.

흔히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만, 법적으로 취소는 사기·강박이나 미성년·피성년후견 같은 사유로 본인이 의사표시를 했으나 그 하자를 이유로 효력을 소급 소멸시키는 제도입니다. 본인이 계약을 체결한 사실 자체가 없는 명의도용은 이와 구조가 다릅니다.

타인이 본인의 대리인인 것처럼 계약을 체결했다면 민법상 무권대리의 문제가 되고, 본인이 이를 인정(추인)하지 않는 한 계약의 효력은 본인에게 미치지 않습니다. 반면 타인이 본인 행세를 하며 본인 이름으로 직접 서명·날인한 경우에도, 본인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결론은 같고 본인에 대한 이행청구를 막는 방법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리권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실무에서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취소는 제척기간 안에 의사표시를 해야 하지만 무권대리로 인한 효력 부재는 추인 전까지 계속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청구취지는 ‘계약 취소’가 아니라 계약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또는 계약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는 확인이 됩니다.

몰래 체결된 계약은 취소할 필요 없이, 추인하지 않는 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2. 알고도 이행하거나 방치하면 추인으로 인정될 수 있어 즉시 거절해야 합니다

효력 없던 계약도 본인이 추인한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하면 본인의 계약이 됩니다.

추인은 반드시 “추인합니다”라는 말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 사실을 알면서 상대방에게 대금·월 납입금·이자를 한 번이라도 납부하거나, 계약 내용을 전제로 기한 연장·분할 납부를 요청하는 행위는 묵시적 추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족이 대신 갚아주겠다며 본인 계좌에서 이체를 해두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민법은 본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표현대리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본인이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상대방에게 표시한 경우(제125조), 대리인이 맡은 권한을 넘어서 계약한 경우 상대방이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제126조), 대리권이 사라진 뒤 계약한 경우(제129조)가 그것입니다. 본인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신분증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맡겨 둔 사정이 있다면 상대방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본인 책임을 주장합니다.

따라서 계약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추인을 거절한다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분명히 표시해야 합니다. 민법 제132조는 추인 또는 거절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하지 않으면 그 상대방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 상대방(통신사·금융사·임대인·판매업체)에게 직접 도달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계약 체결 사실을 알게 된 경위, 본인이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점,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점을 적은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 발송 사실과 날짜를 남겨 둡니다. 동시에 대금 이체나 통화 중 “일단 제가 정리하겠다”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알았다면 지체 없이 서면으로 거절하고, 어떤 이행·납부도 하지 않는 것이 첫째 원칙입니다.


3. 도용 사실은 본인이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서명 필적·인감 발급 경위·본인확인 기록이 ‘내가 한 계약이 아니다’를 증명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계약서가 제출되면 그 문서가 진정하게 성립했다는 추정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다투려면 서류가 위조되었거나 대리권 없이 작성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뒤집어야 합니다. 계약 유형마다 증거를 모으는 방식이 다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약서·신청서 원본 또는 사본을 상대방에게 정식으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서명란의 필적, 신분증 사본의 출처, 본인확인 방법(대면인지, 휴대전화 인증인지, 위임장 제출인지)을 확인해야 합니다. 필적이 본인 것과 다르다면 사문서 필적 감정을 신청할 수 있고, 위임장이 첨부되어 있다면 위임장의 서명도 같은 방식으로 다툽니다.

인감도장이 사용된 계약이라면 인감증명서 발급 경위가 핵심입니다. 인감증명서가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 의해 발급되었다면 발급 내역과 위임장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관할 주민센터를 통해 발급 일시와 대리인 정보를 확인해 대조합니다. 본인이 인감도장을 맡긴 적이 없다는 점과 그 일시에 다른 장소에 있었다는 점(출입국 기록, 근무기록, 위치 기록)도 함께 정리합니다.

휴대전화 개통·대출처럼 전자적 방식으로 체결된 계약은 본인 확인용 인증기록과 접속 정보가 남습니다. 어느 기기에서, 어느 번호로 본인인증이 이루어졌는지를 상대방에게 요청해 확인하고, 본인이 쓰는 기기·번호와 다르다는 점을 정리하면 도용 사실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도용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도 모아 둡니다. 계약 체결에 필요한 정보(주민등록번호, 주소, 계좌)를 알 수 있는 가족·지인·전 동거인·직원이 대부분이어서, 그 사람과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나 통화 내역은 형사 고소와 민사 대응 모두에서 쓰입니다.

도용을 증명하는 열쇠는 서명 필적, 인감 발급 기록, 본인확인 인증기록입니다.


4. 계약을 꾸민 사람은 사문서위조·행사죄와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타인 명의 문서를 만들어 계약에 쓰면 위조와 행사, 이득을 취했다면 사기까지 문제됩니다.

본인 명의를 도용해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에게는 먼저 사문서위조죄가 문제됩니다.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ㆍ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231조).

이렇게 만든 계약서를 상대방에게 제출하면 위조사문서행사죄(형법 제234조)가 별도로 성립하고, 처벌은 위조죄와 같습니다. 계약서가 아니라 휴대전화 개통이나 인터넷 대출처럼 전자기록으로 이루어졌다면 사전자기록위작죄(제232조의2,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됩니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을 속여 대출금·물품·서비스를 받았다면 사기죄(제347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수 있고, 금융기관의 자동화 시스템에 타인의 정보로 접속해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도 문제됩니다. 이득 액수가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평소 도장과 서류를 맡기며 계약을 맡겨 두었거나, 포괄적으로 승낙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위조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소 단계에서는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위로도 승낙한 적이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정리해야 합니다.

가족이 도용했다면 알아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 등 재산범죄에는 친족 사이의 특례가 적용되어, 범인이 피해자의 친족이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54조, 제328조). 반대로 사문서위조·행사죄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도 위조 사실을 근거로 형사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계약서를 만든 사람은 위조·행사로, 이득을 얻었다면 사기까지 처벌될 수 있습니다.


5. 대응은 상대방 통지, 민사 확인, 형사 고소 순서로 병행해 진행됩니다

효력을 다투는 민사 대응과 도용자를 처벌하는 형사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실제 절차는 통상 ①상대방에게 내용증명으로 계약 부인·추인 거절 통지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사문서위조·행사·사기 혐의로 고소장 접수 → ③고소인·피고소인 조사 후 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상대방이 대금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채무부존재확인 또는 청구 방어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은 서로 독립이지만, 수사기관의 필적감정이나 인증기록 확보 결과가 민사 입증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료를 정리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서·신청서 사본과 본인확인 기록을 상대방에게 요구해 서명·인증 방식을 확인합니다.

  2. 인감증명서 발급 경위, 계약 일시의 본인 소재(출입국·근무·위치) 기록을 확보합니다.

  3. 도용자로 의심되는 사람과의 대화·통화 내역을 보존하고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이미 독촉이나 지급명령이 와 있다면 이의신청 기간(지급명령은 송달 후 2주)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기간이 지나면 확정되어 압류·추심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계약 사실을 부인하는 이의를 우선 제기한 뒤 위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마치며

명의도용 사건은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왜 내가 정리해야 하나”라는 억울함과 “가족인데 고소까지는 못 하겠다”는 망설임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독촉과 신용정보 등록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명의를 도용당한 분의 입장에서는 감정보다 추인으로 보일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도용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서면 거절과 증거 보존만 제때 해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명의 사용을 승낙했는지 다툼이 있는 입장에서도 승낙의 범위와 시점이 곧 위조의 고의 판단 기준이 되므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원래 하라고 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명의도용 계약에서 본인으로서 책임을 벗어나려는 사건과 위조 혐의를 받는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대응과 증거 정리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 이름으로 낯선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책임이 굳어지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 명의 계약이라는 걸 알았는데 일단 한 번 납부해도 괜찮은가요?

A. 권하지 않습니다. 계약을 알면서 대금을 납부하면 묵시적 추인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납부 전에 부인 통지부터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가족이 제 명의로 계약했는데도 효력이 없나요?

A. 본인이 대리권을 준 적이 없다면 무권대리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인감·신분증을 맡겨둔 사정이 있으면 표현대리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계약이 체결된 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늦은 건가요?

A. 무권대리는 추인하지 않은 이상 효력 부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길수록 입증자료가 사라지고 추인 주장도 강해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Q. 상대방 회사가 본인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A. 본인확인 절차가 부실했다는 사정은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기록으로 따져봅니다.

Q. 가족을 고소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나요?

A. 위조·행사죄는 가족이어도 성립하고, 사기 등 재산범죄는 친족 사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고소 여부와 수위는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Q. 지급명령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확정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고 이후 절차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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