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줄 모르고 낸 문서도 행사죄가 되나요
위조된 줄 모르고 낸 문서도 행사죄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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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된 줄 모르고 낸 문서도 행사죄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계약서, 재직증명서, 인감증명서, 각종 확인서 같은 서류를 제출했다가 “그 서류가 위조된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는 분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위조한 적도 없고, 받은 서류를 그대로 냈을 뿐인데 무슨 죄가 되느냐”, “위조된 줄 몰랐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정말 몰랐다는 증거가 있느냐”, “최소한 의심은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돌아오고,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은 위조 문서를 만든 사람뿐 아니라 그 문서를 위조된 것임을 알면서 사용한 사람도 위조한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그리고 ‘알았는지’의 기준은 확정적으로 알았던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알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감수한 경우까지 넓게 보는 것이 수사와 재판의 실무입니다.

아래에서는 위조된 줄 모르고 낸 문서가 어떤 경우에 행사죄가 되고 어떤 경우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위조된 줄 정말 몰랐다면 행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행사죄는 ‘위조된 문서임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고의범입니다.

위조사문서행사죄와 위조공문서행사죄는 형법 제234조에 함께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법 제231조 내지 제233조의 죄로 만들어진 사문서, 제225조 내지 제229조의 죄로 만들어진 공문서를 행사한 사람은 그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구조입니다.

제225조 내지 제229조, 제231조 내지 제233조의 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서, 도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위조 또는 변조된 공정증서원본,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또는 여권을 행사한 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형법 제234조).

이 조문의 처벌 대상은 문서가 위조된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문서를 위조된 것으로 인식하면서 행사한 행위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정말로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없어 행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거래 상대방이 건네준 서류를 진본으로 믿고 그대로 제출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법리가 곧바로 “몰랐다고 하면 무죄”라는 뜻은 아닙니다.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피고소인이 하는 가장 흔한 방어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황으로 검증합니다. 문서를 건네준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경위로 받았는지, 받은 뒤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모두 판단 재료가 됩니다.

위조된 줄 정말 몰랐다면 행사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몰랐다는 사실은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2. 고의는 ‘확실히 알았다’뿐 아니라 ‘알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까지 포함합니다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행사죄의 고의는 인정됩니다.

형법상 고의는 결과 발생을 확실히 인식한 경우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 위험을 받아들인 경우(미필적 고의)도 포함합니다. 행사죄에서는 “이 문서가 위조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제출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는 사건에서 내심의 의사를 직접 확인할 수 없으므로, 외부로 드러난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고의를 추단합니다. 실무에서 비중 있게 보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문서를 어디서, 누구에게서, 어떤 대가를 주고 받았는지, 정상적인 발급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지, 서류 내용이 본인이 아는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지, 제출 이후 문제 제기가 있었을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입니다.

예를 들어 재직증명서나 소득금액증명원이 필요해서 브로커에게 비용을 주고 받았다면, 그 서류가 정상 발급본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회사 직원이 정식으로 발급해 건네준 서류를 그대로 제출했는데 나중에 그 직원이 임의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면, 위조 사실을 인식할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 소명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사후적인 인식입니다. 처음 제출할 때는 몰랐더라도, 이후 위조 가능성을 알게 된 상태에서 그 문서를 계속 사용하면 그 시점부터의 행사는 별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출 심사나 소송 과정에서 같은 문서를 추가로 제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하므로, “확실히는 몰랐다”는 말보다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는 정황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3. 행사는 상대방이 문서를 볼 수 있는 상태에 두는 순간 성립합니다

문서를 실제로 제출하거나 보여준 것만으로 행사에 해당하며, 상대방이 속았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행사란 위조된 문서를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그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합니다. 계약 상대방에게 건네주거나, 금융기관에 대출 서류로 제출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모두 해당합니다. 상대방이 위조임을 알아채고 거절했더라도 이미 문서를 제시한 이상 행사는 성립합니다. 형법 제235조는 제234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어, 행사하려다 실행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용이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위조 문서의 원본이 아닌 사본이나 팩스 전송본을 제출한 것은 문서 자체를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사본은 원본과 같은 문서로서의 신용성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것은 행사죄 성립에 관한 법리이고, 사본을 사기 등 다른 범죄의 수단으로 쓴 경우에는 그 죄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위조한 사람이 직접 행사한 경우에도 위조죄와 행사죄는 각각 별개의 범죄로 취급됩니다. 반면 위조에 가담한 사람에게 그 문서를 건네는 경우처럼 행사의 상대방이 위조 사실을 이미 아는 공범인 경우에는 상대방을 기망하거나 오신하게 할 가능성이 없어 행사로 보지 않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결국 행사죄 여부는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어떤 목적으로 문서를 제시했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원본을 제출했는지, 사본이었는지’, ‘누구에게 제시했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초기에 이 부분을 정리해 두면 불필요한 혐의가 붙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행사는 제출·제시하는 순간 성립하지만, 원본인지 사본인지와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집니다.


4. 처벌 수위는 위조한 사람과 같고, 사기 혐의가 함께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사자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되므로 위조자와 형의 범위가 같습니다.

형법 제234조가 “그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 행사한 문서가 사문서인지 공문서인지에 따라 형량이 갈립니다. 사문서위조죄(제231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공문서위조죄(제225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행사죄도 같은 형의 범위 안에서 선고됩니다. 위조 자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행사만으로 이 정도의 형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행사죄 하나만 문제되는 경우보다 사기죄가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위조한 재직증명서로 대출을 받았거나, 위조한 계약서로 대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고, 이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행사죄와 사기죄는 각각 성립해 경합범으로 처리될 수 있으므로, 행사 부분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사기 혐의가 남을 수 있습니다.

양형에서는 문서의 종류, 행사 횟수와 상대방의 수, 편취액 규모, 피해 회복 여부, 위조에 관여한 정도, 초범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행사의 경위와 정도, 피해 회복 노력은 형의 경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정입니다.

민사 책임도 별개입니다. 위조 문서에 의존해 이뤄진 계약이나 대출은 효력이 다퉈지고,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행사죄의 형은 위조죄와 같고, 사기죄와 함께 적용될 수 있어 처벌 범위가 예상보다 넓습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절차와 확인 순서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첫 진술이 고의 판단의 출발점이므로, 조사 전에 입수 경위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위조문서행사 사건은 통상 ①고소·고발 또는 수사 의뢰 접수(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조사는 ‘몰랐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기록되는 자리여서, 진술이 흔들리거나 번복되면 이후 단계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해명하려 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문제가 된 문서를 누구에게서, 언제, 어떤 경위로 받았는지 문자·카카오톡·통화 내역과 전달 방식 등 입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2. 그 문서를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제출했는지, 원본과 사본 중 무엇을 냈는지 제출 서류 목록과 접수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3. 문서를 건네준 사람에게 대가를 줬는지, 서류 내용에 이상한 점이 있었는지 등 위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던 사정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위조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문서를 건네준 사람이 다른 사건에서도 위조 문서를 유통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본인이 속았다는 점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편 증거를 지우거나 관련자와 말을 맞추는 행위는 증거인멸 시도로 비춰져 구속 사유 판단에까지 불리하게 쓰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마치며

위조 문서 사건에 연루된 분들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첫 조사에서 한 진술과 제출한 자료가 이후 고의 판단의 기준선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가 사건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위조된 문서를 받아 제출한 입장에서는 몰랐다는 사실을 말로 반복하기보다, 입수 경위와 의심할 수 없었던 정황을 증거로 남기는 것이 먼저입니다. 대화 기록, 거래 내역, 제출 경위가 하나씩 맞춰질수록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반대로 위조된 문서 때문에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도 행사자가 위조 사실을 알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과 입증 방법이 달라지므로, 수사 초기부터 증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저는 위조·행사 사건에서 문서를 제출한 쪽과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서류라도 입수 경위와 제출 방식에 따라 결론이 전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이 위조한 서류를 모르고 제출했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위조 사실을 정말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없어 행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입수 경위상 의심할 수 있었다고 평가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정황 자료가 중요합니다.

Q. 제출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위조임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A. 제출 시점에 고의가 없었다면 그 제출은 행사죄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조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같은 문서를 계속 사용하면 그 시점부터의 사용은 별개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위조 문서의 복사본만 냈다면 행사죄가 되나요?

A. 판례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나 팩스 전송본의 제출은 문서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사본을 이용해 상대방을 속이고 이익을 얻었다면 사기죄 등 다른 혐의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위조인 걸 알아채고 받아주지 않았는데도 죄가 되나요?

A. 문서를 상대방이 볼 수 있는 상태에 둔 순간 행사는 성립하고, 상대방이 속았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또한 형법 제235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 대상입니다.

Q. 행사죄의 처벌은 위조한 사람보다 가볍나요?

A. 아닙니다. 형법 제234조는 그 각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므로, 사문서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공문서라면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위조자와 같은 범위입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진술은 처음 한 내용이 기준이 되고, 사기 혐의까지 함께 검토되는 사건이 많아 초기 진술의 방향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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