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합의금, 피해자가 부르는 금액을 그대로 줘야 할까요?
음주운전 합의금, 피해자가 부르는 금액을 그대로 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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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합의금, 피해자가 부르는 금액을 그대로 줘야 할까요? 

배한진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온강 배한진 형사전문변호사입니다.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피해자가 합의금으로 2천만원을 요구하는데 줘야 하나요?”

“전치 2주인데 보통 얼마 정도가 적당한가요?”

사고 직후에는 마음이 급합니다. 음주운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처벌이 두려운데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음주운전 합의금 문제에서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정해진 시세는 없습니다.

전치 몇 주면 얼마, 혈중알코올농도가 몇 %면 얼마라는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고의 정도와 피해자의 실제 피해, 치료 상황, 운전자의 전력과 적용되는 혐의까지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사고가 없는 음주운전이라면 합의할 피해자도 없습니다

먼저 음주운전 사건이라고 전부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단속됐다면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형사합의를 할 대상도 없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을 술에 취한 상태의 운전 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순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합의금이 아니라 혈중알코올농도, 운전거리,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이 주요하게 검토됩니다.

음주운전 합의금이 실제로 중요해지는 것은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가 함께 발생했을 때입니다.

보험 처리와 형사합의금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동차보험을 통해 피해자의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 휴업손해 등이 지급되는 것과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별도로 합의하는 것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형사합의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됩니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치료비를 모두 지급했다고 해서 반드시 형사합의까지 끝난 것도 아니고, 반대로 형사합의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보험상 손해배상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합의서를 작성할 때도 무엇에 대한 합의인지 문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치 2주면 합의금이 얼마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전치 2주는 300만원.”

“음주사고는 1천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돌아다닙니다.

저는 이런 식의 계산을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같은 전치 2주라도 가벼운 염좌와 골절이 같을 수 없고, 직업이나 실제 치료기간, 후유증 여부 역시 다릅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면 상황은 다시 달라집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초범인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 것으로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위험운전치상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습니다.

이런 사건을 일반 접촉사고와 같은 기준으로 합의해서는 곤란합니다.

합의하면 음주운전 처벌도 없어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더라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 자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의사가 형량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사정이 될 수 있지만, 합의금만 지급하면 사건이 없던 일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역시 일정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합의금부터 덜컥 보내기 전에 현재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피해자가 너무 큰 금액을 요구한다면

음주운전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죄책감과 합의금 산정은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금액을 무조건 맞춰야만 반성하는 것도 아니고, 요구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합의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치료 상황과 실제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현실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율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반복해서 전화하거나 “합의 안 해주면 나도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합의는 결국 피해자가 받아들여야 성립합니다.

제가 음주운전 합의금 사건을 맡는다면 가장 먼저 금액부터 흥정하지 않습니다.

사고로 사람이 얼마나 다쳤는지, 보험 처리는 어디까지 됐는지, 현재 적용되는 혐의가 단순 음주운전인지 위험운전치상까지 포함되는지부터 살펴봅니다.

그다음에야 합의가 실제로 필요한 사건인지, 어느 정도의 피해 회복을 준비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을 한 잘못은 합의금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

다만 이미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를 외면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회복하려는 태도 역시 분명히 필요합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얼마를 줘야 빨리 끝나는지를 찾기보다, 이 사건에서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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