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온강 배한진 형사전문변호사입니다.
대학생 성범죄 상담을 하다 보면 유독 비슷한 시작이 많습니다.
개강총회나 MT, 동아리 모임에서 술을 마셨고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한쪽에서는 “합의한 관계였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부터 어제까지 같은 학교에서 마주치던 학생이 준강간 사건의 피의자와 고소인으로 만나게 됩니다.
제가 이런 사건을 볼 때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습니다.
“같이 모텔에 갔으니까 동의한 것 아닌가요?”
반대로 “기억이 없다고 하니까 무조건 준강간 아닌가요?”라는 판단도 너무 빠릅니다.
특히 술이 개입된 사건은 그날 밤을 한 장면으로 잘라서 보면 안 됩니다.
술에 취했다는 것과 준강간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형법상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 문제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술을 마셨는가’가 아닙니다.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를 형성하고 표현하거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를 봐야 합니다.
특히 술자리 사건에서는 다음 날 기억을 하지 못하는 알코올 블랙아웃과 실제로 의식을 잃거나 판단·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 역시 단순히 다음 날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음주량과 속도, 당시 언행, CCTV, 목격자 진술, 두 사람의 관계와 사건 전후 행동 등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억이 없다”는 한마디도, “걸어서 모텔에 들어갔다”는 장면 하나도 사건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생 사건은 생각보다 흔적이 많이 남습니다
저는 대학생 성범죄 사건을 보면 먼저 휴대전화부터 떠올립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DM, 술자리 사진, 카드결제 시간, 택시 호출내역, 숙박업소 결제내역까지 그날의 동선이 생각보다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함께 술을 마신 동아리원이나 친구의 기억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 취해 있었는지, 대화는 가능했는지, 누구와 함께 이동했는지를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건 이후 서로 연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반대로 사건 뒤 연락을 끊었다는 사실만으로 성범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전후 행동은 증거의 한 조각이지, 결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첫 조사에서 억울함부터 쏟아내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경찰에서 갑자기 연락을 받으면 대부분 억울한 부분부터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상대방이 먼저 따라왔습니다.”
“평소에도 저한테 호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는 결국 기억이 아니라 자료와 맞춰집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거의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CCTV에서 부축하는 모습이 확인된다거나,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가 메시지가 나오면 이후 설명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생 성범죄 사건일수록 첫 진술 전에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듯 그날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시에 만났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누가 먼저 이동을 제안했는지, 이동 중 어떤 대화를 했는지까지 기억나는 것과 기록으로 확인되는 것을 나눠봐야 합니다.
학교생활 때문에 더 급해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에게 성범죄 수사는 형사사건 하나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학과나 동아리라면 다음 날에도 서로 아는 사람들과 마주쳐야 하고, 소문이나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이 급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소 직후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해
“우리 합의해서 한 거잖아.”
“제발 사실대로 말해줘.”
라고 확인받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라면 권하지 않습니다.
이미 형사사건이 시작됐다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보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자료를 먼저 보존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대학생 성범죄 사건에서 먼저 보는 것
저는 이런 사건을 맡는다면 누가 더 억울하다고 말하는지부터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술자리 시작부터 성관계 이후까지 시간을 놓고, CCTV와 메시지, 결제내역, 목격자 진술을 하나씩 맞춰봅니다.
준강간이라면 상대방이 실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뿐 아니라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다는 점도 문제됩니다.
그래서 대학생 성범죄에서 중요한 건 말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 실제로 있었던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느냐입니다.
술자리의 기억은 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내역과 CCTV, 메시지의 시간은 흐려지지 않습니다.
저는 억울하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그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그날 밤을 사실대로 다시 맞춰보는 것. 대학생 성범죄 사건의 대응은 거기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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