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부싸움 도중 이웃이나 가족, 때로는 배우자 본인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이 출동하고, 그 뒤 형사 절차가 시작되는 사례를 자주 접합니다.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내가 이미 괜찮다고 했어요”, “남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조사까지는 안 받겠죠”라는 안심입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 연락이 오고, 현장 조서에 이어 진술서까지 쓰게 되면 “처벌불원서를 냈는데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수사 실무는 가정폭력 신고를 당사자 간 합의와 별개로 국가가 먼저 개입하는 사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처벌불원은 공소 제기를 막는 사유일 뿐 조사와 임시조치, 가정보호사건 송치까지 막아주는 장치는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부부싸움 신고 후 처벌불원 의사가 어떤 효력을 갖는지, 그럼에도 조사를 받게 되는 이유와 이후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신고가 접수되면 당사자의 뜻과 상관없이 수사가 시작됩니다
가정폭력 신고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경찰이 즉시 현장에 나가 조치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해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가 즉시 현장에 나가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며, 필요하면 현행범인 체포 등 범죄수사까지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출동 여부가 경찰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신고자가 나중에 “별일 아니었다”고 말해도 이미 출동 기록과 현장 보고서, 112 신고 녹취가 남습니다. 부부싸움이었다는 설명만으로 사건이 닫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경찰은 피해자를 상담소나 보호시설로 안내하고, 긴급치료가 필요하면 의료기관으로 인도하며, 재발 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정구성원에는 법률상 배우자뿐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배우자였던 사람도 포함됩니다. 동거하는 연인은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지만, 사실혼 정도에 이르면 같은 법이 적용됩니다.
부부싸움 중 신고가 있었다면, 처벌불원 의사와 별개로 출동·분리·사건 접수는 이미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됩니다.
2. 처벌불원서는 공소 제기를 막을 뿐, 조사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폭행·협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지만, 그 전 단계의 조사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이 처벌불원 의사를 “사건이 없던 일이 되는 버튼”으로 오해하십니다. 하지만 형법 제260조 제3항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형법 제260조 제3항).
이른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폭행죄(제1항)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존속폭행(제2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협박죄도 형법 제283조 제3항에서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시하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그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정리됩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기소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 하므로, 피해자 진술 확보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피의자 조사, 현장 사진·진단서·112 녹취 확인이 먼저 이루어집니다. 처벌불원서는 이 과정 중에 제출되어 수사기록에 편철되는 서류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부부싸움에서 상대방이 다쳐 상해가 되었거나, 물건을 던져 부수었거나, 흉기·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다면 반의사불벌이 아닌 죄명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해죄와 재물손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공소 제기가 가능한 죄입니다.
처벌불원은 “기소를 막는 사유”이지 “조사를 면하는 사유”가 아니고, 죄명이 상해·손괴라면 효력 자체가 달라집니다.
3. 처벌불원을 해도 임시조치와 가정보호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은 피하더라도 접근금지와 보호처분이라는 별도 제재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형사처벌 외에 보호처분이라는 별도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검사는 사건의 성질·동기·결과와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등을 고려해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이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가정폭력범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한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제1항·제2항 제2호 취지).
즉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사건은 오히려 이 조항을 통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는 통로가 열립니다. 법원이 심리를 거쳐 보호처분을 내리면 형사재판으로 가지 않지만, 보호처분 자체가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입니다. 한편 검사는 같은 법 제9조의2에 따라 성행 교정이 필요하다고 보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현실적인 부담은 임시조치입니다. 법원은 재발 우려가 있으면 가정폭력행위자에게 ① 주거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② 피해자나 그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③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같은 조치를 결정할 수 있고, 기간은 2개월, 연장은 두 차례까지입니다. 사법경찰관은 긴급한 경우 법원 결정 전에 긴급임시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부부가 한집에 살고 있다면 짐을 싸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처벌불원서를 냈더라도 가정보호사건 송치와 접근금지·퇴거 같은 임시조치는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4. 조사 결과는 불송치·기소유예·보호처분·기소로 갈립니다
처벌불원이 있더라도 사건의 결론은 폭행의 정도와 재발 위험, 증거의 유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경찰은 가정폭력범죄를 신속히 수사해 검사에게 송치해야 하며, 이때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의견도 함께 낼 수 있습니다. 검사는 이를 참고해 최종 처분을 정합니다.
처벌불원서가 유효하게 제출된 단순 폭행·협박 사건이라면 대개 공소권 없음, 가정보호사건 송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가운데 하나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반복적인 폭행이 있었거나 상해 진단서가 있고 이전에 신고 이력이 쌓여 있다면, 피해자의 뜻과 무관하게 기소되거나 약식명령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죄이므로 폭행과는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처벌불원서의 효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진짜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했는지가 중요하고, 가해자가 작성을 종용했거나 합의금을 매개로 압박했다는 정황이 있으면 수사기관은 그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또한 처벌불원 의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유효하게 표시할 수 있으나, 한번 철회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신고 후 마음이 바뀌어 처벌불원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그 사정을 사건 종결의 근거로 삼을지, 재발 가능성을 따로 평가할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5.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이렇게 대응하셔야 합니다
첫 진술과 합의서 작성 시점이 사건 결과를 좌우하므로 조사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부부싸움 신고 사건은 통상 ①112 신고 및 현장 출동(관할 경찰서, 수원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또는 가정보호사건 송치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또는 수원가정법원) 심리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시조치가 있었다면 조사 중에도 접근금지가 유지되므로, 연락이나 방문을 해서는 안 됩니다.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는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시 상황의 전후 맥락을 문자·통화 기록·블랙박스·CCTV 등으로 정리하고, 신체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먼저 어떤 정도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처벌불원서나 합의서를 작성한다면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임이 드러나도록 작성 경위를 남기고, 연락·접촉이 임시조치에 저촉되지 않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피의자 조사 전에 변호사와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죄명이 폭행·협박에 그치는지 상해·손괴까지 번질 여지가 있는지 점검한 뒤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특히 쌍방 폭행 주장이 오가는 사건에서는 한쪽이 먼저 처벌불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진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마치며
부부 사이의 일이라는 이유로 “이 정도는 집안일이니 조용히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하다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가 한 번 접수되면 당사자의 뜻과 별개로 절차가 흘러간다는 점을 먼저 아셔야 합니다.
신고를 당한 쪽에서는 처벌불원서만 믿고 안심하기보다, 임시조치 위반이나 접촉 문제로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조사 전부터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신고를 한 쪽에서도 마음이 바뀌었다면 그 뜻을 어떻게 표시해야 수사기관이 인정하는지,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지 함께 고민하셔야 합니다.
저는 가정폭력과 폭행·협박 사건에서 신고를 당한 쪽과 신고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처벌불원서라도 시점과 작성 경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조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진술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처벌불원서를 냈는데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네, 받을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은 기소를 막는 사유이고, 조사는 혐의 확인을 위해 별도로 진행됩니다. 다만 단순 폭행·협박이면 조사 후 공소권 없음 등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하면 사건이 없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가정폭력 신고는 고소와 달리 취하 제도가 없고, 수사기관이 이미 인지한 사건이므로 피해자의 뜻은 처벌불원 의사로서만 참작됩니다.
Q. 처벌불원서를 내도 기소될 수 있는 경우가 있나요?
A. 있습니다. 폭행·협박은 반의사불벌죄지만 상해, 재물손괴, 특수폭행 등은 피해자 뜻과 무관하게 공소 제기가 가능합니다. 어떤 죄명이 적용되는지가 핵심입니다.
Q. 집에서 나가라는 임시조치를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이 퇴거 등 격리나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를 결정하면 기간 동안 따라야 합니다. 결정 취소나 변경은 가정폭력행위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 보조인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전과가 남나요?
A.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별도 제재이고, 확정되면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보호처분 내용에 따른 의무는 이행해야 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죄명과 처분 방향을 정하고, 처벌불원서 작성 시점과 방식도 사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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