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을 맺고 한참 지난 뒤에야 그 계약이 무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은 분들이 "지금이라도 서로 인정하고 추인하면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법은 취소할 수 있는 계약의 추인과 처음부터 무효인 계약의 추인을 전혀 다르게 취급합니다. 무효인 계약은 추인해도 그 계약이 소급해서 살아나지 않고,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경우에는 추인한 때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소유권 취득 시점, 그사이에 설정된 제3자의 권리, 세금, 소멸시효에 모두 영향을 줍니다. 이 글에서는 무효인 부동산 계약을 뒤늦게 추인하면 어떤 효력이 생기고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단계별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무효인 계약의 추인 — 민법 제139조가 정한 기본 구조
민법 제139조는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이어서 "그러나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는 단서를 둡니다. 본문은 무효의 확정적 성격을 말합니다. 무효는 처음부터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시간이 지나거나 당사자가 인정한다고 해서 처음 계약의 효력이 거꾸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단서는 그 무효 상태를 알고서도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의사표시를 새로운 계약 체결로 평가하겠다는 규정입니다.
이 구조에서 핵심은 소급효의 부정입니다.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를 추인하면 민법 제143조, 제144조에 따라 취소권이 소멸하면서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확정됩니다. 반면 무효행위의 추인은 처음 계약의 하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추인 시점에 같은 내용의 계약이 새로 성립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에 맺은 매매계약이 무효였고 2026년에 무효임을 알고 추인했다면, 매매계약은 2026년에 체결된 것이 되고 2020년부터 2026년까지의 기간 동안 유효한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는 취급되지 않습니다.
취소할 수 있는 계약의 추인 — 취소권 소멸, 계약이 처음부터 유효한 것으로 확정(소급).
무효인 계약의 추인 — 원칙적으로 효력 없음. 처음 계약의 하자는 치유되지 않음.
무효임을 알고 한 추인 — 추인 시점에 새로운 법률행위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비소급).
무효임을 모르고 한 추인 — 새 계약으로도 보지 못하므로 여전히 무효.
무효행위의 추인은 처음 계약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 새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는 제도다.
추인이 새 계약으로 인정되려면 — 무효 사실을 알았는지가 관건
민법 제139조 단서가 적용되려면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해야 합니다. 이 요건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집니다. 계약이 무효인 줄 모르고 "계속 이행하겠다", "잔금을 치르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무효임을 알고 한 추인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알지 못한 채 한 행위는 새로운 계약을 맺겠다는 의사로 평가할 수 없어, 그 상태에서는 여전히 어떤 법률관계도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추인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이해되지만, 무엇을 근거로 무효 사실을 인식했다고 인정할지는 사안별 증거에 달려 있습니다. 법원은 무효 사유를 지적받은 경위, 그 뒤 당사자들이 주고받은 문자나 내용증명, 추가로 작성한 합의서의 문구, 대금을 다시 지급했는지 등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따라서 무효를 확인한 뒤 계약을 유지하려면 "계약이 무효임을 알고 있으나 새로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를 서면으로 분명히 남기는 편이 이후의 분쟁에서 안전합니다.
추인의 상대방과 방식도 중요합니다. 추인은 계약 당사자 쌍방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한쪽만 일방적으로 "추인한다"고 통지한다고 해서 새 계약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새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결국 양쪽의 합치된 의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전등기가 필요한 부동산 거래라면 새 계약을 기초로 별도의 등기원인 서류를 갖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추인할 수 없는 무효 — 선량한 풍속 위반과 강행규정 위반
모든 무효가 추인으로 새 계약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처럼 계약의 내용 자체가 법질서에 반해 무효인 경우에는, 당사자가 알고 추인한다 해도 같은 내용으로 다시 유효한 계약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새로 맺은 계약도 같은 이유로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제139조 단서가 구제하는 것은 방식이나 절차상의 흠 또는 의사표시의 흠으로 생긴 무효이지, 내용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무효가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자주 문제 되는 사례를 구분해 보면 이렇습니다. 명의수탁자와 맺은 매매 형식의 계약이 부동산 실명법 제4조의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한 것이어서 무효인 경우, 그 약정과 등기가 무효라는 법률 규정이 계약 내용 자체를 막는 것이므로 추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면 대리권 없는 자가 체결한 계약은 무효가 아니라 본인의 추인으로 효력이 생기는 무권대리(민법 제130조)이고, 이때의 추인은 소급해서 유효가 됩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추인하면 처음부터 유효"라는 결론을 잘못 가져오게 됩니다.
무권대리의 본인 추인(민법 제130조, 제133조) — 계약 시로 소급해서 유효. 제139조의 무효 추인과 다름.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 — 무효. 알고 추인하면 새 계약으로 보되 제3자 보호는 별개 문제.
반사회질서 계약(민법 제103조) — 추인해도 새로운 유효 계약이 되기 어려움.
명의신탁약정(부동산 실명법 제4조) — 법률이 무효로 정한 것이어서 추인으로 치유 불가.
소급하지 않는다는 말의 실제 의미 — 그사이에 생긴 일들
추인이 소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인 이전 기간에 벌어진 일이 그대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소유권 취득 시점입니다. 무효인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이 이미 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그 등기는 원인이 없는 등기이므로 매도인이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후 무효임을 알고 추인해서 새 매매계약이 성립하면, 새 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 취득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정리되지만, 추인 이전까지 매수인이 "소유자였다"고 주장할 근거는 생기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그사이에 끼어든 제3자가 있을 때 두드러집니다. 매도인이 무효인 계약을 믿고 이전등기를 해 준 뒤, 매수인이 그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해 주었거나 제3자에게 처분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추인이 소급한다면 이 제3자들의 권리가 모두 유효했던 것으로 정리되겠지만, 소급하지 않으므로 추인 이전에 설정된 권리는 원칙적으로 무효인 등기에 기초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추인으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제3자가 있으면 추인의 효력을 그에게 주장하기 어렵고, 반대로 제3자가 선의로 거래했다면 별도의 보호 규정(예컨대 민법 제108조 제2항의 선의 제3자 보호)이 적용되는지가 따로 문제 됩니다.
또한 추인 시점 이전에 발생한 과실(임대료)이나 사용이익은 처음 계약의 효력으로 귀속되지 않습니다. 무효인 계약에 따라 인도받아 사용한 매수인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사용이익을 반환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고, 추인 이후의 기간만이 새 계약에 따른 정당한 사용이 됩니다. 새 계약서에 이 정산을 어떻게 할지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분쟁의 불씨가 됩니다.
추인 이전의 소유권·사용이익·제3자 권리는 처음 계약이 아닌 무효 상태를 기준으로 정리되므로, 새 계약서에 그 정산 방식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세금과 소멸시효 — 새 계약의 시점이 기준이 되는 영역
추인을 새 계약으로 보면 그 효과는 세금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취득시기와 양도시기는 대금 청산일과 등기·인도 여부 등 거래의 실질이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무효인 계약에 기초한 거래는 처음 계약의 대금 지급일을 취득·양도 시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새 계약이 성립한 때를 기준으로 취득세 신고, 양도소득세 보유기간 계산, 비과세 요건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어, 장기보유특별공제나 일시적 2주택 같은 기간 요건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세액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추인을 하기 전에 세무 전문가와 함께 신고 기준일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으로 소멸시효입니다.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같은 채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처음 계약이 무효였다면 거기서 생긴 이전등기청구권도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을 수 없고, 추인에 따른 새 계약에서 비로소 청구권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무효인 계약에 따라 내준 등기의 말소를 구하거나 이미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청구권은 부당이득 반환 등 다른 근거로 별도의 시효를 따집니다. 이처럼 어느 청구권이 어느 계약에서 나오는지를 먼저 분리해야 시효 계산이 정확해집니다.
이 문제는 대금 정산에서도 이어집니다. 처음 계약이 무효였다면 그때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입니다. 새 계약으로 추인하는 경우 기존에 지급한 금액을 새 계약의 대금에 충당하기로 합의한다는 조항을 명시하지 않으면, 그 금액이 새 계약의 대금으로 인정되는지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하는지가 다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 추인 주장과 무효 확인의 증거 구조
실제 소송에서는 한쪽이 "무효이므로 등기를 말소하고 대금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고, 상대방이 "무효였더라도 이후 추인했으니 유효한 계약이 있다"고 맞서는 구도가 많습니다. 추인을 주장하는 쪽이 무효임을 알고 추인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므로, 무효 사유를 알게 된 시점과 그 이후의 행동을 입증할 자료가 승패를 가릅니다. 추인 주장을 막으려는 쪽은 반대로 그 시점에 무효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정황과, 추인으로 볼 만한 확정적 의사표시가 없었다는 점을 정리합니다.
증거로는 무효 사유가 드러나는 문서(허가 서류, 등기부, 위임장, 공증 문서 등), 이후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녹취, 대금을 추가로 지급한 이체내역, 새로 작성된 계약서나 확인서 등이 쓰입니다. 특히 "추인한다"는 표현이 담긴 문서가 있어도 그것이 무효임을 알고서 한 것인지, 단지 기존 계약을 계속 이행하겠다는 취지에 그치는지가 따로 해석됩니다. 문서 하나의 문구보다 작성 경위와 전후 사정을 종합하므로, 자료는 시간순으로 한 묶음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편 이미 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면 상대방이 처분을 하기 전에 처분금지가처분으로 현상을 동결할 필요가 있는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무효 확인이나 말소 소송은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에 제3자에게 넘어가면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효인 매매계약을 추인하면 처음 계약일부터 유효해지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139조 본문에 따라 무효인 계약은 추인해도 효력이 생기지 않고, 단서에 따라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경우에도 추인한 때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처음 계약일로 소급해서 유효해지지는 않습니다.
Q. 계약이 무효인 줄 모르고 계속 이행하겠다고 했다면 추인인가요?
A. 제139조 단서는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몰랐다면 새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효 사실을 안 뒤에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표시했는지가 중요하고, 이 부분은 서면과 메시지 등 증거로 가려집니다.
Q. 추인하면 그사이 설정된 근저당도 유효해지나요?
A. 추인이 소급하지 않으므로 추인 이전에 설정된 권리가 자동으로 유효해지지는 않습니다. 근저당권자가 선의로 거래했다면 별도로 선의 제3자 보호 규정이 적용되는지 따져야 하고, 이는 무효 사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Q. 무권대리 계약을 본인이 추인하는 것도 새 계약이 되나요?
A. 아닙니다. 무권대리는 무효가 아니라 본인의 추인이 있어야 효력이 생기는 유동적 상태로 보며, 본인이 추인하면 계약 시로 소급해서 유효해집니다(민법 제133조). 제139조의 무효 추인과 효과가 정반대이므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Q. 추인할 때 새 계약서에는 무엇을 적어야 하나요?
A. 처음 계약이 무효임을 알고 있다는 점, 같은 내용으로 새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 기존에 지급한 대금을 새 계약의 대금에 충당한다는 점, 추인 이전 기간의 사용이익 정산 방식을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와 날짜를 구체적으로 정해 두면 이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추인 때문에 세금이 달라질 수 있나요?
A. 새 계약이 성립한 때를 기준으로 취득·양도 시기를 판단하게 되면 보유기간과 비과세 요건 판단이 처음 계약일 기준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추인 전에 신고 기준일과 세액 영향을 세무 전문가와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맺음말
무효인 부동산 계약의 추인은 처음 계약을 되살리는 방법이 아닙니다. 민법 제139조는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 새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는 데 그치므로, 추인 이전의 소유권 상태와 제3자 권리, 사용이익, 세금 문제는 소급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약의 하자가 취소 사유인지, 무효인지, 무권대리처럼 추인으로 소급 유효가 되는 유형인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이 구분이 선 뒤에야 추인을 할지, 새 계약을 맺을지, 아니면 무효를 주장해 등기를 되돌릴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와 등기부, 지급 내역을 모아 점검한 다음 방향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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