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밤이 두 번째라면, 법은 다른 눈으로 본다
음주운전 재범으로 1심 징역형,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바뀌기까지
잘못은 인정하되 형의 균형을 다툰 사건,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이야기
항소심 선고 기일, 재판장이 주문을 읽기 시작했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방청석에서 K씨의 어머니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변호인석에서 서류를 덮었다.
K씨는 40대 초반의 자영업자였다.
오래 준비한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몇 해에 걸쳐 자리를 잡아가던 사업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하룻밤의 선택으로 흔들렸다.
명절 연휴의 새벽이었다.
지인들과 저녁 자리를 가진 뒤 대리운전을 불렀지만, 연휴 탓에 30분이 넘도록 배차가 되지 않았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술이 어느 정도 깼다고 생각한 K씨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116퍼센트였다.
운전 거리는 2킬로미터 남짓이었고,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K씨에게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법적으로 이 사건은 두 번째 음주운전이었다.
그 사실이 모든 것을 바꿨다.
두 번째부터는 다른 조문이 적용된다
나는 K씨에게 먼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건은 혈중알코올농도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일정 기간 안에 다시 같은 일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더 무거운 조문이 적용됩니다.
사고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음주운전 재범에 적용되는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형으로 정해져 있다.
처음부터 실형까지 열려 있는 구간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K씨에게는 더 무거운 사정이 있었다.
다른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실형이 선고되면 그 집행유예까지 함께 효력을 잃는다.
그에게 징역 1년은 1년의 문제가 아니었다.
1심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툴 것은 유무죄가 아니었다
항소를 맡으면서 나는 이 사건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정리했다.
K씨는 자신이 한 일을 인정했다. 다툴 사실관계가 없었다.
남은 쟁점은 하나였다. 이 형이 균형 잡힌 것인가.
양형을 다투는 항소는 감정에 호소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재판부가 이미 알고 있는 불리한 사정을 빼고 유리한 사정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반성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항소이유서에는 불리한 사정을 먼저 정리해 적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점,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지 않다는 점,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이라는 점을 그대로 적었다.
그 위에 세 가지를 덧붙였다.
첫째, 앞선 음주운전과 이번 사건 사이에 긴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다.
가중처벌 규정은 짧은 기간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경우를 겨냥한다.
수년의 간격이 있는 경우와 몇 달 만에 반복된 경우를 같게 볼 수는 없다.
둘째, 반성이 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K씨는 사건 직후 차량을 스스로 폐차했다.
절주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금주 서약서를 제출했다.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단 자체를 없앤 것은 서류보다 분명한 의사표시였다.
셋째, 실형이 가져올 연쇄 효과다.
집행유예가 함께 실효되면 실제 수감 기간은 선고된 형보다 훨씬 길어진다.
이 사건의 잘못에 비추어 그 결과가 균형에 맞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적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양형 자료를 받아 읽는 쪽에 있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있다. 유리한 사정만 담긴 서면은 오히려 신뢰를 잃는다.
불리한 사정을 먼저 인정하고 그 위에서 균형을 말할 때, 비로소 그 주장이 읽힌다.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했다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리한 사정을 먼저 짚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점,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행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유리한 사정을 함께 고려했다.
앞선 음주운전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점,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집행유예가 함께 실효되어 결과가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점이었다.
그 종합적인 판단으로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보았다.
다만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이 결과는 K씨의 행위가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벌금 1,500만 원은 가벼운 처벌이 아니고, 음주운전 재범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다.
이 사건은 예외적인 사정들이 겹쳐 형의 균형이 다시 검토된 사례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면, 이것부터 확인하라
① 자신의 전력부터 정확히 확인하라.
언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과 법정형이 달라진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② 반성은 확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여라.
차량 처분, 절주 또는 알코올 관련 프로그램 참여, 운전면허 자진 반납처럼 검증 가능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반성문만으로는 부족하다.
③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이 있는지 반드시 점검하라.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면 실형 선고의 효과가 그 사건까지 미친다.
자신이 처한 구조 전체를 알고 대응해야 한다.
④ 형사절차와 면허 처분은 별개다.
면허 취소나 정지는 행정처분으로 따로 진행되고, 대응 기간도 짧다.
형사사건에만 집중하다 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⑤ 사고가 있었다면 피해 회복이 먼저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어떤 양형 자료보다 피해 회복이 중요하다.
⑥ 1심 결과가 마지막은 아니다.
형의 균형에 다툴 여지가 있다면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
다만 항소 기간이 짧으므로 선고 직후 판단해야 한다.
숫자 뒤에 있는 것, 그리고 숫자 앞에 있는 것
선고 후 K씨의 어머니가 복도에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법정에서 다투는 것은 대개 숫자다.
혈중알코올농도, 전력의 횟수, 운전 거리, 형량.
그 숫자 뒤에는 한 사람의 삶이 있다. 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숫자 앞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날 밤 그 도로를 지나던 사람들이다.
K씨의 사건에 피해자가 없었던 것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운의 결과다.
음주운전이 무겁게 다뤄지는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그 위험 자체에 있다.
K씨도 그 점을 인정했고, 그래서 다툰 것은 잘못의 존재가 아니라 형의 균형이었다.
대리운전이 오지 않는 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밤에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어떤 변론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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