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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형사재판, 항소심 공소기각 사례 

유수빈 변호사

항소기각

공소장은 설계도면이다, 치수 하나가 틀리면 건물이 선다고 볼 수 없다

교통사고 형사재판, 1심 유죄를 항소심 공소기각으로 바꾸기까지

법 조문 속 단어 하나를 다시 읽은 사건, 검사 출신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이야기

"변호사님, 이건 1심에서 이미 유죄가 났잖아요. 항소해 봤자 달라질 게 있을까요?"

그가 선고 직후 전화로 처음 꺼낸 말이었다.

목소리는 낮았다.

교통사고 한 건으로 형사재판까지 오게 된 사람이, 이제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의 목소리였다.

그는 트럭 한 대로 화물 운송업을 하는 40대 자영업자 Y씨였다.

그 트럭으로 생계를 잇고 있었고, 형사처벌 전력이 생기면 운수 관련 허가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1심 기록과 공소장을 처음부터 다시 펼쳤다.

검사가 적용한 죄명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이었다.

이른바 12대 중과실 가운데 끼어들기 금지 위반이 근거였다.

그런데 공소장에 적힌 사고 장소를 보는 순간, 나는 읽던 손을 멈췄다.

설계도면의 치수를 다시 재보았다

나는 Y씨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공소장은 설계도면 같은 것입니다.

검사가 어떤 사실 위에 어떤 법 조항을 얹어 건물을 세웠는지가 그 안에 다 적혀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 건물이 튼튼한지를 따지기 전에, 도면에 적힌 치수가 실제와 맞는지부터 재보는 것입니다.

기초 치수가 다르면 그 위에 올린 것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끼어들기 금지는 아무 곳에서나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이 금지가 적용되는 장소를 특정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교차로다.

그래서 끼어들기 금지 위반이 성립하려면, 사고가 난 곳이 법이 말하는 교차로여야 한다.

법은 교차로를 둘 이상의 도로가 교차하는 부분으로 정의하고 있다.

십자로나 티자로처럼 서로 다른 도로가 만나는 지점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사고 지점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둘 이상의 도로가 만나는 지점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로가 합류하는 구간이었다.

일상적으로는 그곳도 "길이 만나는 데"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을 정하는 조문에서는 일상의 어감이 아니라 법이 정한 정의가 기준이 된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 나는 공소장을 쓰는 쪽에 있었다.

그래서 죄명이 정해지고 나면 그 틀에 맞춰 사실을 읽게 되는 관성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 사건에서 필요한 일은 결론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법 조문의 정의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었다.

형벌 조문은 넓게 읽어서는 안 된다

나는 항소이유서의 첫머리에 법을 읽는 방법부터 세웠다.

법 조문은 필요에 따라 늘려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형벌과 직결되는 조항은 문언이 가진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 적용할 수 없다.

이 원칙에 따라 읽으면, 차로가 합류하는 구간을 교차로로 보아 끼어들기 금지를 적용하는 것은 문언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나아가 사고 당시의 상황도 다시 정리했다.

피해 차량은 서행하고 있다가 앞을 막힌 것이 아니라, Y씨 차량의 진로 변경을 뒤늦게 인지하고 급정지한 것이었다.

끼어들기 금지 규정이 상정하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었다.

공소기각은 무죄와 다르다

항소심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공소기각은 무죄가 아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친 경우, 원칙적으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면 그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끼어들기 금지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고, 법원은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절차를 종결한다.

무죄는 "이 사람이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소기각은 "이 재판은 애초에 열릴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법원이 Y씨에게 과실이 전혀 없었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형사처벌로는 나아갈 수 없는 사건이었다는 뜻이고, 그 결과 Y씨에게 형사처벌 전력은 남지 않았다.

한 가지 덧붙이면, 형사절차가 이렇게 끝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로 남는다.

교통사고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면, 이것부터 확인하라

① 공소장에 적힌 사실부터 확인하라.

어떤 조항이 적용되었는지, 그 조항이 요구하는 요건이 실제 사고 상황과 맞는지 하나씩 대조해야 한다.

죄명이 붙어 있다는 것과 그 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② 사고 장소의 성격을 법령 기준으로 따져보라.

교차로인지, 횡단보도인지, 보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항이 달라진다.

일상적인 표현과 법이 정한 정의가 다를 수 있다.

③ 종합보험 가입과 처벌불원 의사를 함께 확인하라.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라면, 보험 가입 여부나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 제기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④ 피해자와의 합의는 시기를 놓치지 마라.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피해 회복은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된다.

합의는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⑤ 사고 직후의 조치부터 점검하라.

구호 조치나 신고를 하지 않은 사정이 있다면 별도의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사고 자체보다 무겁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⑥ 1심 결과가 마지막이 아니다.

법리적인 쟁점이 남아 있다면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다.

다만 항소 기간은 선고 후 7일로 짧으므로, 결과가 나온 즉시 판단해야 한다.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더 정확히 읽는 일

항소심 선고 뒤 Y씨가 보낸 문자는 짧았다.

"감사합니다. 이제 일할 수 있겠습니다."

트럭 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전력은 기록 한 줄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였다.

이 사건이 내게 남긴 것은 이것이다.

상황이 불리해 보일 때 우리는 스스로 먼저 결론을 내린다.

1심 유죄가 나왔을 때 Y씨도 그랬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단어 하나의 정의가 결론을 바꾸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그런 지점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더 정확히 읽어보는 일은, 어떤 사건에서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교통사고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면, 결과가 나온 뒤에라도 기록을 다시 읽어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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