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복무 중 지급받은 개인화기 부속품이나 전투장구, 피복 등을 정비·훈련·운반 과정에서 파손했다가 군용물손괴죄 혐의로 군사경찰(헌병)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 상당수는 “실수로 부러뜨린 건데 설마 형사처벌까지 받겠어요”, “변상금만 물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루다가, 막상 조사 출석요구서를 받고서야 사안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군용물손괴죄의 성립 여부를 물건의 가액과 무관하게, 군용에 공하는 물건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 왔고, 고의로 파손한 경우와 부주의로 손상시킨 경우를 전혀 다른 조문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보급품 파손이 어떤 경우에 군용물손괴죄로 이어지는지, 고의와 과실은 어떻게 구별되는지, 그리고 조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지급받은 보급품을 고의로 파손하면 군용물손괴죄가 성립합니다
군형법은 군용물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가액과 무관하게 무겁게 처벌합니다.
군형법 제69조는 군의 공장·함선·항공기·전투용 시설뿐 아니라 철도, 전선, 그 밖에 군용에 공하는 시설이나 물건을 손괴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군용에 공하는 물건”에는 개인이 지급받아 사용하는 소총, 방탄모, 전투복, 수통, 탄입대 같은 개인 보급품도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가격이 얼마 안 되는 물건인데 설마 처벌까지 이어지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손괴 여부를 물건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그 물건이 본래 용도대로 쓰일 수 없게 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군용에 공하는 기관단총의 실탄 및 공포탄을 사적인 울분의 발산책으로 기관단총에 장전 발사한 소위는 군용물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하고, 그 탄환들의 가격이 불과 금 384원이라 하여도 동 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402 판결).
이 판례처럼 파손된 물건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고의로 손상시켜 본래 용도로 쓸 수 없게 만들었다면 군용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정형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으로, 일반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현저히 무겁다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
보급품이라도 고의로 손괴하면 가액과 무관하게 군형법 제69조가 적용되고, 법정형은 일반 재물손괴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2. 고의가 아니라 부주의로 파손했다면 적용되는 조문 자체가 다릅니다
과실로 인한 손괴는 군형법 제73조가 별도로 정하고 있어 형량이 크게 낮아집니다.
훈련이나 정비, 운반 과정에서 실수로 장비를 떨어뜨리거나 부딪혀 파손한 경우처럼, 손괴할 의도 없이 결과적으로 물건이 손상된 경우에는 군형법 제69조가 아니라 제73조 과실범 조항이 적용됩니다.
제73조는 과실로 제66조부터 제71조까지의 죄를 범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다소 높아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비·운전 등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과실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군용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내 차량을 손상시킨 사건에서 ‘업무상과실군용물손괴’라는 별도 죄명을 인정해 왔습니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1519 판결 등). 이는 고의범인 군용물손괴죄와 적용 조문·형량이 뚜렷이 구분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과실범으로 처리되더라도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실수였으니 변상만 하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안일하게 응하면, 오히려 고의성을 의심받는 진술을 남길 수 있습니다.
고의 손괴와 과실 손괴는 적용 조문과 형량이 전혀 다르므로, 조사 초기에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3. 손괴와 분실은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혼동하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파손했는데 분실로 보고하거나, 분실인데 손괴로 추궁받으면 방어 방향 자체가 달라집니다.
군형법 제74조는 총포, 탄약, 차량, 장구, 피복 등을 보관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를 분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손괴죄가 “물건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요건으로 하는 것과 달리, 분실죄는 애초에 물건의 소재 자체를 알 수 없게 된 경우에 적용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둘이 뒤섞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파손된 부품을 임의로 폐기하거나 반납하지 않은 채 “분실했다”고 보고했다가 오히려 손괴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의심받기도 하고, 반대로 실제로는 잃어버린 물건인데 부대 내에서 “네가 부순 것 아니냐”는 추궁을 받기도 합니다.
손괴인지 분실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 법정형, 그리고 방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자료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조사 초기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괴와 분실은 별개의 조문으로 규율되는 만큼,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면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군용물손괴죄의 법정형이 유독 무거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군용물 범죄를 일반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고의로 군용물을 손괴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사실상 어려운 수준의 하한이어서, 다른 형사사건과 비교했을 때 훨씬 신중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무거운 법정형이 정당화되는 이유는 군형법이 일반 형법과 달리 군의 전투력과 지휘체계 유지를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정형이 그 죄질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지 않는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입법정책의 당부 문제이지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다(헌법재판소 1995. 10. 6. 선고 92헌바45 결정).
이는 군용물절도죄에 관한 사안이었지만, 군용물에 관한 범죄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론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다만 형이 무겁다는 것은 그만큼 수사·재판 단계에서 고의성, 손괴의 정도, 과실 여부 같은 쟁점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는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 절차로 진행됩니다
군사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이후 대응이 수월해집니다.
군용물손괴 사건은 통상 ①소속 부대 군사경찰(헌병)의 조사 출석요구 및 진술 → ②지휘관 보고와 별도로 진행되는 내부 징계 절차 병행 여부 확인 → ③혐의가 인정되면 관할 검찰단으로 송치되어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되면 관할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2022년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에도 성폭력범죄·사망 사건·입대 전 범죄 등 일부를 제외한 군형법 위반 사건은 여전히 군사경찰·군검찰단·군사법원 체계에서 다뤄집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지휘관 차원의 징계나 변상 절차가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데, 형사 절차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가 징계 절차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므로 두 절차를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파손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당시 함께 있었던 동료나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합니다.
해당 장비의 정비·인수인계 기록, 보급 대장상 지급·반납 내역을 확인합니다.
고의성 여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자료(사진, CCTV, 정비 이력 등)를 확보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형법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는 지점에서부터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급품 파손 문제는 “군대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을 파손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고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보여줄 자료를 서둘러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지휘관이나 관리자로서 사건을 인지한 입장에서도 섣불리 손괴로 단정 짓기보다, 분실인지 과실인지 고의인지를 먼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군형법 위반 사건에서 조사를 받는 장병 쪽과, 사건을 지휘·관리하는 쪽 양쪽 상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지금이 바로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속품 가격이 몇천 원밖에 안 하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판례는 손괴된 물건의 가액과 무관하게, 본래 용도로 쓸 수 없게 만들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가격이 적더라도 군용물손괴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Q. 실수로 부순 건데 변상만 하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A. 변상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과실로 손괴했더라도 군형법 제73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변상했다고 해서 조사나 처벌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Q. 고의가 아니었다는 건 어떻게 증명하나요?
A. 파손 당시 상황을 뒷받침하는 목격자 진술, 정비·사용 기록, 사진이나 CCTV 자료가 중요합니다. 처음 진술할 때부터 이런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분실로 신고했는데 나중에 손괴로 밝혀지면 어떻게 되나요?
A. 처음 진술과 실제 사실관계가 다르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손괴와 분실은 적용 조문이 다르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군사경찰 조사에 변호인을 동반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조사 출석요구를 받은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미리 검토하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유리합니다.
Q. 형사처벌과 별도로 징계도 받게 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지휘관의 징계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형사 절차에서의 진술이 징계 절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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