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받다가 어느 날 갑자기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합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조사가 끝난 뒤 벌금 상당액을 내라는 통고처분까지 받아 고발을 면하려고 서둘러 납부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세범칙조사가 사실은 이미 끝난 과세기간을 다시 들여다본 위법한 중복조사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통고처분은 원래 불복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처분이라 그냥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 구도를 뒤집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세범칙조사에도 중복조사 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이유와, 이미 낸 통고처분 벌금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조세범칙조사도 '세무조사'다 — 중복조사 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이유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은 세무공무원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해야 하고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이 조문이 말하는 '세무조사'에 「조세범 처벌절차법」에 따른 조세범칙조사를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세금을 얼마나 걷을지 확인하는 통상의 세무조사뿐 아니라, 탈세 혐의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확정하기 위한 조세범칙조사도 법률상으로는 같은 '세무조사'의 한 유형입니다.
대법원도 2026. 4. 30. 선고 2025다210837 판결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할 때도 지켜져야 하고, 조세범칙조사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납세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일반 세무조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오히려 적법절차 원칙이 더 엄격하게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래서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이 정한 중복조사 금지 원칙은 조세범칙조사에도 마땅히 적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조세범칙조사는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포함되고, 납세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중복조사 금지 원칙이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중복조사로 인정되는 경우와 예외 7가지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2항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서는 한 번 조사를 마치면 다시 조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사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입니다. 세무조사가 진행되다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면서 조사대상 기간이 애초 조사하던 기간보다 넓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은데, 이렇게 확대된 부분이 이미 예전에 조사받고 과세처분까지 끝난 과세기간과 겹친다면 그 부분은 중복조사에 해당합니다.
다만 법은 한정된 예외를 열거해 재조사를 허용합니다.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재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를 위반한 조사에 기초한 과세처분은 그 재조사 자료를 실제로 근거로 삼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55421 판결 참조).
조세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에 대한 재조사 결정에 따라 그 결정 범위 내에서 조사하는 경우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
이미 실시한 부분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을 조사하는 경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경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통고처분이란 무엇인가 — 벌금 상당액을 내면 생기는 효과와 한계
조세범칙조사에서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을 얻으면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벌금에 해당하는 금액(벌금상당액)을 납부하라고 통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원의 형사재판을 거치지 않고 금전 제재로 사건을 신속·간이하게 종결하는 절차로, 대상자가 통고대로 이행하면 같은 법 제15조 제3항에 따라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조세범칙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고발과 형사재판으로 번지는 부담을 피하려고 통고받은 금액을 서둘러 납부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통고처분이 국세기본법 제55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애초부터 조세불복(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통고처분은 공정력을 가진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행정소송으로 다툴 방법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래에는 통고처분에 선행한 조세범칙조사에 아무리 중대한 하자가 있어도, 일단 벌금 상당액을 납부해 버리면 되돌릴 길이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복조사의 하자, 통고처분에도 그대로 미친다 — 대법원의 새 법리
대법원 2025다210837 판결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통고처분은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을 필수 전제로 하는데, 그 확증에 이르는 과정인 조세범칙조사 자체가 중복조사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면, 통고처분이 전제해야 할 절차적 적법성이 애당초 갖춰지지 않은 것이 됩니다. 그 결과 중복조사라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는 조사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그 뒤에 나온 통고처분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통고처분 자체의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형평성도 들었습니다. 만약 조세범칙행위자가 통고처분이 아니라 정식 형사재판을 거쳐 유죄판결을 받고 벌금을 냈다면, 나중에 과세처분이 취소돼 애초 세금채무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 사유로 구제받을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통고처분을 이행한 사람만 아무런 구제수단이 없다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복조사에 기초한 통고처분에 따라 낸 벌금 상당액은 법률상 원인을 소급하여 흠결한 것이 되어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통고처분에 선행한 조세범칙조사에 중복조사 금지 원칙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면, 그 통고처분은 '조세범칙행위의 확증'이라는 필수 전제를 결여해 효력이 부정된다.
이미 낸 벌금 상당액, 부당이득으로 돌려받는 절차
납부한 벌금 상당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면, 납부자는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통고처분 자체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민사법원이 부당이득반환청구 사건을 심리하면서 선결문제로 통고처분의 효력 여부, 즉 그 전제가 된 조세범칙조사가 중복조사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조세심판원에 원래의 과세처분(세금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먼저 제기해, 그 조사가 중복조사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아두는 경우가 유리합니다. 이 결정문은 이후 민사소송에서 중복조사 사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세무조사 결과통지서, 조사기간·조사대상 확대통지서, 조세범칙 통고처분서, 벌금 상당액 납부영수증을 함께 준비해 조사이력과 과세기간이 겹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반환 범위 — 조사기간이 겹치는 부분만 돌려받는다
이 법리가 실제로 적용된 사건을 보면 구조가 더 뚜렷해집니다. 한 법인이 특정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받고 그에 따른 과세처분까지 마쳤는데, 몇 년 뒤 다른 사업연도에 대한 통합조사가 진행되던 중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면서 조사대상 기간이 앞서 이미 조사받았던 사업연도까지 확대된 사안이었습니다. 이 경우 조세심판원은 겹치는 사업연도 부분의 과세처분을 중복조사 위반으로 취소했고, 그 취소된 기간에 대응하는 통고처분 벌금 상당액이 부당이득으로 반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반환 범위가 통고처분 벌금 전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애초 조사대상이었던 사업연도, 즉 중복조사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에 대응하는 벌금 상당액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미 조사받았던 과세기간을 다시 들여다본 부분에 대응하는 금액입니다. 통고처분 통지서에 산정 근거로 적힌 과세기간별 포탈세액을 조사이력과 대조해, 중복된 기간분만 정확히 골라내는 작업이 반환 청구의 핵심입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통고처분 벌금 전액이 아니라, 중복조사로 위법하게 재조사된 과세기간에 대응하는 부분에 한정된다.
실무 유의점 — 통고처분을 이행했더라도 끝이 아니다
통고처분을 이행해 얻은 '동일 사건 재조사·처벌 면제' 효과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나중에 그 통고처분이 중복조사 하자로 효력을 잃는다고 해서 형사처벌 위험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낸 벌금 상당액을 돌려받을 근거가 생기는 것이므로 걱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국가에 대한 금전채권인 이상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벌금 상당액을 납부한 지 오래됐다면 시효 문제부터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조사 이력입니다. 최초 세무조사(또는 통합조사)의 조사기간·조사대상 세목과 과세기간, 이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된 시점의 공문, 전환 이후 조사대상이 확대된 범위를 시계열로 정리해 보면 중복 여부가 상당히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조사 명칭이 '통합조사'에서 '조세범칙조사'로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재조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조세범칙조사와 일반 세무조사에 중복조사 금지 원칙이 똑같이 적용되나요?
A. 예. 국세기본법 제81조의4는 조세범칙조사를 세무조사에 포함시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조세범칙조사에 중복조사 금지 원칙이 마땅히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세범칙조사는 납세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적법절차 원칙이 더 엄격하게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Q. 통고처분에 대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A. 통고처분은 공정력을 가진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고, 국세기본법도 통고처분을 조세불복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행한 조세범칙조사에 중복조사 금지 위반 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통고처분을 이행해 벌금 상당액을 납부하면 형사처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나요?
A. 통고대로 이행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조세범칙조사를 받거나 처벌받지 않는 효과가 생깁니다. 나중에 그 통고처분이 중복조사 하자로 효력을 잃더라도 이 효과가 뒤집혀 형사처벌 위험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낸 벌금 상당액을 돌려받을 근거가 됩니다.
Q. 과세처분 불복 절차 없이 곧바로 벌금 반환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민사법원이 부당이득반환청구 사건에서 선결문제로 통고처분의 효력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조세심판원에서 중복조사 위반이 먼저 인정되면 그 결정문이 유력한 입증자료가 되므로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기만 해도 문제가 되나요?
A. 전환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전환 과정에서 조사대상 기간이나 세목이 이미 예전에 조사받아 끝난 부분까지 확대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만 그 확대된 부분이 중복조사에 해당해 뒤따르는 과세처분과 통고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Q. 반환받을 수 있는 벌금 상당액은 전체 금액인가요?
A. 아닙니다. 중복조사로 위법하게 재조사된 과세기간에 대응하는 부분에 한정됩니다. 적법하게 조사된 다른 과세기간분까지 함께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조사기간과 과세기간을 대조해 반환 대상 범위를 정확히 산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조세범칙조사도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포함되고, 중복조사 금지 원칙을 위반하면 그 하자는 뒤따르는 통고처분에까지 그대로 미쳐 통고처분 자체의 효력을 부정한다는 것이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다210837 판결의 핵심입니다. 그 결과 이미 낸 벌금 상당액도 법률상 원인을 잃은 부당이득이 되어, 국가를 상대로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통고처분을 이행해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당시 조사가 어떤 경위로 진행됐는지, 조사대상 기간이 예전에 이미 조사받았던 기간과 겹치지는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통합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며 조사범위가 넓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는 만큼, 소멸시효가 남아 있는 동안 조사 이력 자료부터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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