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해서 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국세청이 언제까지나 추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기본법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 즉 부과제척기간을 두고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과세관청도 더 이상 세금을 새로 부과하거나 경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중장부나 차명계좌처럼 적극적으로 세금을 숨기는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이 기간은 원칙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해외 자산이나 소득이 얽힌 역외거래라면 최대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신고 누락과 부정행위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취급을 받는데도 이 경계를 정확히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과제척기간이 늘어나는 구조와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기준, 역외거래에 유독 긴 기간이 적용되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부과제척기간이란 — 원칙 5년에서 최대 15년까지 벌어지는 구조
국세기본법 제26조의2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원칙적으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으로 정합니다. 다만 국제거래나 국외 자산과 관련된 역외거래는 그 자체로 자료 확보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원칙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납니다.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신고서 자체를 내지 않은 경우에는 7년(역외거래는 10년)이 적용되고, 여기에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즉 '부정행위'로 세금을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를 받은 경우에는 10년(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는 15년)까지 늘어납니다.
기간을 셈하는 시작점도 신고 국세는 대부분 해당 세목의 과세표준신고기한 다음 날부터입니다(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3). 중간예납이나 예정신고기한, 수정신고기한은 이 기산일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종합소득세라면 다음 해 5월 확정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법인세라면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뒤인 신고기한 다음 날부터 기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기산일을 정확히 알아야 자신의 세목이 지금 몇 년째 제척기간 안에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원칙 —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역외거래는 7년)
무신고 —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7년(역외거래는 10년)
부정행위로 포탈·환급·공제 —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는 15년)
상속세·증여세는 별도 체계 — 원칙 10년, 부정행위 등은 15년(일반 국세와 기간 자체가 다름)
제척기간이 늘어나는 폭은 딱 두 갈래로 갈린다 — 무엇을 신고했는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숨겼는지'와 '그 거래가 국경을 넘었는지'다.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기준 — 단순 신고 누락과는 다르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2는 부정행위의 유형을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이중장부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이나 거짓 문서의 작성·수취, 장부와 기록의 파기, 재산의 은닉이나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은폐, 고의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비치하지 않는 행위 또는 계산서·세금계산서의 조작,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ERP)나 전자세금계산서의 조작, 그 밖에 위계에 의한 행위를 열거하면서, 이 모두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핵심은 '적극적'이라는 단어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기준을 세워두었습니다.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두58896 판결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적극적 은닉 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지지 않은 채 단순히 세법상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나아가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었더라도, 그 명의위장이 조세포탈 목적에서 비롯되고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 회계장부 작성·비치 같은 적극적 행위까지 더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위장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예 — 차명계좌로 매출을 우회 수취하며 이중장부를 별도로 관리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예 — 실물거래 없이 가공세금계산서를 받아 매입세액을 부당공제
부정행위로 보기 어려운 예 — 단순 명의위장만 있고 허위 계약서·허위 장부 등 추가 행위가 없는 경우
부정행위로 보기 어려운 예 — 세무대리인의 계산 착오로 인한 신고 누락(은닉 의도 없음)
명의위장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 허위계약서·허위등기·허위장부 같은 적극적 행위가 더해져야 '부정행위'로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기준이다.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제척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는 구조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2호는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을 부과제척기간으로 정합니다. 여기에는 법인세를 부정행위로 포탈한 경우, 그와 관련해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라 상여·배당 등으로 처분된 금액에 대한 소득세나 법인세도 같은 10년의 기간이 적용된다는 내용까지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가공경비를 계상해 법인세를 포탈하면, 그 금액이 대표자 상여로 처분되어 소득세까지 함께 추징되는 경우가 이 조항에 해당합니다.
부정행위로 부당하게 과소신고한 경우에는 가산세도 별도로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됩니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3호). 즉 부정행위가 인정되면 본세뿐 아니라 그에 딸린 가산세까지 함께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부과 대상으로 남게 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같은 신고 누락이라도 적극적 은닉행위 없이 단순히 매출 일부를 빠뜨린 정도라면 부정행위로 보지 않아, 무신고에 해당하면 7년, 신고는 했지만 축소신고에 그쳤다면 원칙인 5년이 적용됩니다. 같은 금액을 놓쳤더라도 은닉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추징 가능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역외거래는 왜 15년까지 늘어나는가
역외거래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의하는 국제거래, 즉 거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나 양쪽이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인 거래를 기본으로 하되,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은 여기에 더해 거래 당사자 양쪽이 모두 거주자라도 국외에 있는 자산의 매매·임대차, 국외에서 제공하는 용역과 관련된 거래까지 포함시킵니다. 국내 법인끼리 계약을 맺었더라도 그 대상이 해외 부동산이나 해외에서 제공한 용역이라면 역외거래로 취급된다는 의미입니다.
역외거래에 유독 긴 기간을 적용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해외에 있는 자산이나 소득은 국내 과세관청이 자체적으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고, 외국 과세당국에 조세정보를 요청해도 회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외거래는 원칙 기간부터가 5년이 아니라 7년이고, 부정행위가 겹치면 10년이 아니라 15년까지 늘어납니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제6호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역외거래와 관련해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에 외국 권한 있는 당국에 조세정보를 요청했다면 그 정보를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는 경정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는 특례까지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조세조약에 따른 금융정보 교환 체계가 확대되면서 해외 계좌 자료가 뒤늦게 국세청에 넘어오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 특례가 바로 그런 상황을 대비한 장치입니다.
같은 부정행위라도 국경을 넘으면 제척기간이 10년이 아니라 15년으로 늘어난다 — 해외 자료 확보의 시간 차를 법이 명시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법원이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 즉 제척기간을 10년이나 15년으로 늘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사실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조세소송에서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고, 부정행위 해당 여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이중장부, 차명계좌 거래내역, 허위 세금계산서, 관련자 진술 같은 구체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순히 '수상하다'는 정황만으로 부정행위를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 증거들을 놓고 은닉의 '적극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명의위장 하나만 있는 사안과, 명의위장에 더해 허위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대금을 실제와 다르게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회계장부까지 허위로 작성한 사안은 전혀 다르게 판단됩니다. 후자처럼 여러 적극적 행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면 부정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단편적인 정황 하나만으로는 법원이 쉽게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구체적 적용 예시 — 해외 매출 은닉과 단순 누락의 차이
수출업을 하는 사업자가 해외 거래처와 별도의 이면계약을 맺어 대금 일부를 해외법인 명의 계좌로 받고, 이를 국내 매출 장부에 반영하지 않은 채 별도의 이중장부로 관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는 거래 상대방이나 대가 지급이 국외에서 이루어진 역외거래이면서, 이중장부라는 적극적 은닉행위까지 갖춘 사안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2호와 제1항 단서가 함께 적용되어 부과제척기간이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해외 매출이라도 담당 직원의 착오로 일부 거래가 장부에서 누락되었을 뿐 별도의 은닉행위나 허위 자료가 없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는 부정행위로 보기 어려워, 애초에 신고 자체를 하지 않은 세목이면 무신고 7년(역외거래는 10년), 신고는 했지만 그 거래분만 빠졌다면 원칙인 5년(역외거래는 7년)이 적용되는 데 그칩니다. 똑같이 '해외 매출이 누락됐다'는 결과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그 경위에 이중장부나 허위 계약서 같은 적극적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추징 가능 기간이 최대 세 배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실무 유의점 — 제척기간이 지나도 예외가 있고, 형사처벌은 별개다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그 세금을 새로 부과하거나 경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은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행정소송에 대한 결정이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 역외거래 관련 조세정보를 뒤늦게 받은 경우 등 몇 가지 사유에 한해 결정·판결 확정일이나 정보 수령일부터 1년 이내에는 경정 등 필요한 처분을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상속세·증여세는 이 글에서 다룬 일반 국세의 제척기간과는 별도 체계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4항은 상속세·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을 원칙 10년으로 정하고, 부정행위로 포탈한 경우나 신고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15년까지 늘어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일반 국세의 '원칙 5년·부정행위 10년' 구조와 숫자가 겹치지 않으니 혼동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부과제척기간은 과세처분이라는 행정적 제도이고, 조세범 처벌법상 조세포탈죄(제3조)에 따른 형사처벌은 완전히 별개의 제도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포탈세액이 3억원 이상이면서 신고·납부해야 할 세액의 100분의 30 이상이거나 포탈세액 자체가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제척기간 내에 있다면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포탈세액과 가산세를 별도로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세무조사 자체를 못 받나요?
A. 제척기간이 지나면 그 기간에 대해 세금을 새로 부과하거나 경정하는 처분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세무조사 착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사 결과 부정행위나 역외거래처럼 기간을 늘릴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 한, 제척기간이 지난 과세연도분은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Q. 명의만 빌려서 사업을 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정행위가 되나요?
A. 대법원은 명의위장 사실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조세포탈 목적의 명의위장에 허위 계약서 작성, 허위 등기·등록, 허위 장부 작성 같은 적극적 행위가 더해졌는지를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Q. 단순히 매출 일부를 실수로 누락한 경우도 10년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이중장부나 거짓 증빙처럼 적극적 은닉행위가 없다면 부정행위로 보지 않아, 원칙적인 5년(역외거래는 7년) 또는 무신고 7년(역외거래는 10년)이 적용됩니다. 10년·15년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인정될 때만 적용되는 예외적인 기간입니다.
Q. 국내 거래인데도 15년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나요?
A. 일반 국세는 국내거래에 부정행위가 있어도 원칙적으로 10년이 상한이고, 15년은 역외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만 적용됩니다. 다만 상속세·증여세는 별도 규정으로 부정행위 시 15년까지 늘어날 수 있어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Q. 해외 조세정보를 뒤늦게 받으면 제척기간이 지나도 과세할 수 없는 건가요?
A. 국세기본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한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부과제척기간이 지나기 전에 외국 과세당국에 조세정보를 요청했다면, 그 정보를 실제로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는 경정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Q. 조세포탈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세금은 다시 안 내도 되나요?
A. 아닙니다. 조세범 처벌법상 형사처벌과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에 따른 과세처분은 별개의 제도입니다.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제척기간 내라면 포탈한 세액과 가산세를 별도로 추징당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부과제척기간은 원칙 5년이라는 짧은 기간처럼 보이지만, 적극적 은닉행위인 '부정행위'가 확인되는 순간 10년으로, 그 거래가 국경을 넘는 역외거래라면 15년까지 늘어납니다. 단순 신고 누락과 부정행위를 가르는 기준은 결과의 크기가 아니라 이중장부·허위계약서·차명계좌처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어렵게 만들려는 적극적 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이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거나 국세청으로부터 소명 요구를 받았다면, 자신의 상황이 단순 누락에 그치는지 아니면 부정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가늠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에 따라 적용되는 제척기간과 대응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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