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하거나 전사한 자녀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면, 국가유공자 보상금은 다음 순위인 부모에게 넘어갑니다. 문제는 그 부모가 오래전 이혼했거나 사실상 연을 끊고 지낸 사이여도, 법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여전히 '부모'라는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아이를 키운 적 없는 부 또는 모가 뒤늦게 나타나 보상금을 신청하면서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부모가 경합할 때 누구에게 먼저 지급할지 순서를 촘촘히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순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양육하지 않은 부모를 배제하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가유공자 보상금, 부모가 나란히 나타나 다투는 이유
전몰군경·순직군경 등으로 국가유공자가 되는 사람 중에는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유족의 범위를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미성년 제매 순으로 정해두고 있어서, 배우자와 자녀가 없으면 3순위인 부모가 곧바로 보상금 수급자 후보가 됩니다. 같은 법 제12조 제1항 제3호는 전몰군경·순직군경 등의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 월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어, 실제로 지급받는 사람은 한 명으로 좁혀집니다.
여기서 실무상 갈등이 생기는 지점은 '부모'라는 법적 지위가 실제 양육 여부와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데 있습니다. 어릴 때 집을 나가 수십 년간 연락이 끊겼던 부 또는 모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로 남아 있는 한 유족 등록과 보상금 신청 자격 자체는 그대로 인정됩니다. 실제로 자녀를 홀로 키운 부모 입장에서는, 양육에 기여한 바 없는 상대방이 뒤늦게 나타나 보상금을 나눠 갖겠다고 하면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합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바로 제13조(보상금 지급순위)의 역할입니다.
같은 순위 유족이 여럿이면 — 법이 정한 3단계 판단순서
제13조 제2항은 같은 순위 유족이 2명 이상일 때 적용되는 판단순서를 세 단계로 못박아 두고 있습니다. 이 순서는 임의로 건너뛸 수 없고, 앞 단계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단식 구조입니다.
1단계 — 같은 순위 유족 간 협의로 1명을 보상금 수급자로 지정한 경우, 그 사람에게 지급.
2단계 — 협의가 안 되면,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에게 지급.
3단계 — 그마저 가려지지 않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지급하되, 같은 순위자가 부모인 때는 보상금을 균등하게 분할해 지급.
부모 두 사람이 서로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라면 1단계 협의는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 간 경합 사건 대부분은 2단계, 즉 '누가 실제로 자녀를 부양·양육했는가'를 가리는 단계에서 결론이 납니다. 이 조문의 검색어이기도 한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기준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가 경합할 때 판단순서는 협의 → 주된 부양·양육자 → 균등분할(또는 연장자) 순이며, 앞 단계에서 정리되지 않을 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협의가 안 되면 —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이 먼저다
제13조 제2항 제2호가 말하는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은 단순히 호적상 부모라는 사실이 아니라, 실제로 생계를 책임지고 자녀를 키운 실질적 관계를 가리킵니다. 이 규정이 만들어진 취지는 분명합니다. 자녀를 키우지 않고 연을 끊었던 부모가 사망 보상금이 걸린 시점에만 나타나 지분을 가져가는 것을 막고, 실제로 부양·양육의 부담을 진 부모를 우선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관할 지방보훈청은 등록신청서와 첨부자료를 근거로 이 기여도를 사실조사 방식으로 판단합니다. 어느 한쪽이 명백히 실질적 양육자였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갖춰질수록 판단이 빨라집니다. 반대로 자료가 부족하면 결론이 늦어지거나, 결국 3단계인 균등분할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민등록초본상 자녀와의 동거 이력(주소 변동 내역).
양육비·생활비·학비·의료비 지급을 뒷받침하는 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친권·양육권 관련 가정법원 심판문이나 이혼 시 양육자 지정 서류.
친척·이웃 등 제3자의 사실확인서(인우보증).
양육 기여도 가려지지 않으면 — 부모는 나이순이 아니라 균등분할
여기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협의도 안 되고 양육 기여도 뚜렷이 가려지지 않으면 '나이 많은 쪽'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제13조 제2항 제3호는 부모에게는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조문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되, 같은 순위자가 국가유공자의 부모인 때에는 제12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을 균등하게 분할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연장자 우선 원칙은 형제자매 등 다른 동순위 유족에게 적용되는 기본값이고, 경합하는 두 사람이 부모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절반씩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균등분할 원칙은 본래 국가유공자 보상금이 선순위자 1명에게만 지급된다는 제12조 제1항의 원칙에 대한 예외입니다. 그만큼 부모 간 경합을 법이 특별히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양육 기여도를 입증할 자료가 애매하거나 양쪽 모두 어느 정도씩 부양에 관여했던 사안이라면 균등분할로 정리되는 사례가 실제로 나타납니다.
부모가 동순위로 경합할 때는 나이가 아니라 균등분할이 기본값이다 — 다만 이는 협의도 없고 주된 양육·부양자도 가려지지 않을 때만 적용되는 최후 단계다.
생부·생모 외에 실제로 키운 계부·계모가 있다면
재혼가정처럼 생부·생모가 아닌 새 배우자가 국가유공자를 실제로 양육·부양한 경우는 조금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제5조 제4항은 "생부 또는 생모 외에 국가유공자를 양육하거나 부양한 사실이 있는 부 또는 모의 배우자가 있는 때에는 국가유공자를 주로 양육하거나 부양한 사람 1명을 부 또는 모로 본다"고 정합니다. 이는 앞서 본 제13조의 경합 절차가 시작되기 전 단계에서, '부모' 자격 자체를 아예 1명으로 좁히는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가 재혼해 새어머니 손에서 자란 사람이 순직했다면, 생모와 새어머니(계모) 중 실제로 주로 양육·부양한 1명만 법률상 '모'로 인정됩니다. 이 경우에는 제13조의 협의·양육기여·균등분할 단계로 갈 것도 없이, 애초에 부모 자리 자체가 한 사람으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다만 생부와 생모가 둘 다 살아있고 재혼한 배우자가 따로 양육에 관여한 적이 없다면 이 조항이 아니라 앞서 본 제13조의 경합 절차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보상금을 받던 부모에게 변수가 생기면 — 남은 부모에게 전액
제13조 제3항은 보상금을 받던 유족이 사망하거나, 유족 요건 자체를 상실하거나, 1년 이상 계속 행방불명인 경우에는 다음 순위 유족에게 넘어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균등분할로 지급받던 부모 사이에서 이런 사정이 생기면 어떻게 될지도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제13조 제4항은 "분할하여 보상금을 지급받는 사람이 제3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남아 있는 부 또는 모에게 보상금 전액을 지급한다"고 명시합니다.
즉 균등분할로 절반씩 받던 부모 중 한쪽이 사망하거나 1년 이상 행방불명이 되면, 나머지 절반이 자동으로 다른 유족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은 부모에게 보상금 전액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는 저절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정을 관할 보훈청에 신고하고 확인받는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상대방 부모의 사망이나 행방불명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관련 자료를 갖춰 신고하는 것이 실익을 챙기는 길입니다.
부모 간 다툼, 실무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나
보상금 등록신청 자체도 순위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시행령 제8조는 등록신청을 원칙적으로 선순위자가 하도록 정하면서, 같은 순위인 경우에는 법 제13조에 따른 순위대로 신청 자격이 정리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부모 양쪽이 각자 신청서를 내는 일이 흔하고, 이 경우 관할 지방보훈청이 양측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협의 여부와 양육·부양 기여도를 조사해 지급대상자를 결정합니다.
보훈청의 결정은 행정처분이므로, 이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런 절차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누가 실제로 자녀를 부양·양육했는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양육비 이체 내역, 동거 이력, 가정법원의 양육자 지정 심판문처럼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자료는 분쟁이 예상되는 시점에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하고 재혼한 부모도 국가유공자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나요?
A. 이혼·재혼 여부와 무관하게 생부·생모라는 신분관계는 유지되므로 제5조 제1항 제3호의 부모 요건 자체는 그대로 인정됩니다. 다만 다른 부모와 경합할 때는 제13조의 순서에 따라 협의나 양육·부양 기여 여부가 실제 지급 여부를 가릅니다.
Q. 양육비를 한 번도 준 적 없는 부모가 나타나면 보상금을 전혀 못 받게 되나요?
A. 다른 쪽이 주된 부양·양육자였음을 명확히 입증하면 그 사람이 우선 지급받아 비양육 부모는 사실상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여도가 뚜렷이 가려지지 않으면 부모는 균등분할이 원칙이라 전혀 받지 못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부모 간 협의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A. 같은 순위 유족인 부모가 1명을 보상금 수급자로 지정하는 서면 합의를 하면 그 사람에게 지급됩니다.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한쪽이 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주된 부양·양육자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Q. 균등분할로 받던 중 한쪽 부모가 사망하면 보상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제13조 제4항에 따라 남아 있는 부 또는 모에게 보상금 전액이 지급됩니다. 사망·자격상실·1년 이상 행방불명 등 사정을 관할 보훈청에 신고하고 확인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Q. 새어머니(계모)가 실제로 키웠는데 생모가 뒤늦게 나타나면 어떻게 되나요?
A. 생부·생모 외에 실제로 양육·부양한 부 또는 모의 배우자가 있다면, 둘 중 주로 양육·부양한 1명만 법률상 부모로 인정됩니다(제5조 제4항). 이는 제13조의 경합 절차보다 앞서 부모 자격 자체를 정리하는 규정입니다.
Q. 보훈청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면 어떻게 다툴 수 있나요?
A. 보상금 지급대상자 결정은 행정처분이므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양육·부양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최대한 갖춰 제출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맺음말
국가유공자 보상금을 둘러싼 부모 간 경합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지만 실질적으로는 남남처럼 지낸 관계에서 자주 벌어집니다. 법은 이런 상황을 협의, 주된 부양·양육자, 균등분할이라는 3단계로 정리해두고 있고, 특히 부모끼리는 나이가 아니라 균등분할이 최후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 다른 유족 순위와 다릅니다. '법적으로 부모니까 당연히 받는다'거나 반대로 '키우지 않았으니 당연히 못 받는다'고 단정하기보다, 실제 부양·양육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경기남부보훈지청 관할인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이런 부모 간 보상금 분쟁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신청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정당한 몫을 놓치거나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경합이 예상된다면 신청 전에 권리관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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