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신탁계약상 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 특약의 해석 -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다247750 판결
1. 서론
담보신탁에서는 위탁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고, 수탁자는 이를 관리·보전하다가 피담보채무가 변제되지 않으면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우선수익자의 채권 등을 정산한다. 신탁부동산은 위탁자의 재산에서 분리되므로, 위탁자의 일반채권자는 원칙적으로 그 부동산 자체를 압류할 수 없다. 대신 신탁계약이 끝났을 때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을 압류하게 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직접 이전할 수 있다는 특약의 의미다. 만약, 수탁자 자신의 권한에 따른 독립적인 처분이라면 위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와 충돌하지 않는다. 반면 신탁 해지 후 위탁자에게 소유권을 돌려주고, 다시 위탁자가 매수인에게 이전해야 할 등기절차를 단축 한 것에 불과하다면 압류의 효력을 무시할 수 없다.
2.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D건설은 소유하던 미분양 아파트에 관하여 H신탁과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특약에는 위탁자인 D건설이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동의를 얻어 아파트를 분양 등의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수탁자인 H신탁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직접 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때 H신탁은 매도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원고들은 D건설이 신탁 종료 등을 원인으로 H신탁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했다. 그런데 H신탁은 이후 D건설 및 우선수익자의 요청에 따라 수분양자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직접 마쳐 주었다. 원고들은 이것이 (가)압류에 따른 처분금지를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심은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수탁자에서 매수인으로 곧바로 등기되었다는 형식만으로 수탁자의 독자적인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칙적인 등기 경로는 신탁계약 해지에 따라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고, 이어 위탁자가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이 사건 특약은 그 두 단계의 등기를 간편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수탁자에게 별도의 독자적인 처분권을 부여한 조항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계약의 경위와 내용도 이를 뒷받침했다. H신탁과 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D건설과 매수인 사이의 분양계약 후에 작성되었고, 권리·의무의 주체와 내용 등 핵심 사항은 기존 분양계약을 대부분 그대로 따랐으며, 무엇보다 H신탁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외에 매도인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H신탁이 스스로 신탁부동산을 처분·환가하여 신탁비용과 대출원리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위탁자에서 매수인으로 이어질 이전등기를 단축하여 이행한 것이므로, 위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3. 검토
수탁자가 매수인에게 직접 등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가)압류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담보채무가 변제되지 않아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직접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채권을 정산했다면, 이는 담보신탁의 목적에 따른 환가처분일 수 있다. 반면 위탁자가 체결한 분양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수탁자가 등기만 직접 마쳐 주었다면, 위탁자에게 귀속될 소유권을 거쳐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절차를 줄인 것이다.
두 경우는 계약서의 명의보다 계약 체결 경위, 거래조건의 결정 주체, 수탁자의 매도인 책임, 처분대금의 사용 방식 등 거래의 실질을 기준으로 구별해야 한다. 우선수익자의 채권변제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이전을 수탁자의 독립적인 환가처분으로 볼 수도 없다.
이 판결은 직접 이전 특약을 이용해 위탁자의 채권자가 확보한 (가)압류의 효력을 우회하는 것을 막는다. 그 결과 대금을 완납한 수분양자의 소유권 취득이 어려워질 수 있으나, 담보신탁의 목적만으로 수분양자를 (가)압류채권자보다 우선 보호할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직접 등기의 형식보다 실제로 누구의 처분을 이행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이 글은 필자가 2023. 2. 28. 법조신문에 기고한 판례평석을 요약한 글이다.
출처 : 「담보신탁계약상 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 특약」, 법조신문, 2023.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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