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 란에 짧은 문구 하나만 적어 넣었다가, 나중에 그 문구의 의미를 두고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분들 중 상당수는 “특약이 애매하게 적혀 있으니 결국 나한테 유리하게 해석되지 않겠느냐”, “계약서 문구는 내가 불러준 대로 썼으니 내 뜻대로 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정반대의 해석을 들고나와 잔금 지급이나 명도,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으로 번지면, 그 짧은 특약 문구 하나 때문에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계약서, 특히 처분문서에 적힌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때 문언의 형식과 내용,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애매하면 무조건 나한테 유리하게”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서 특약 문구가 애매할 때 법원이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는지,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때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특약 문구가 애매해도 해석의 출발점은 여전히 계약서 문언입니다
애매함은 당사자 편의대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문언과 경위·목적을 종합한 객관적 기준으로 채워집니다.
계약서, 그중에서도 매매계약서나 임대차계약서처럼 처분문서로 인정되는 서류는 그 진정 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이 원칙적으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합니다. 특약사항 란에 적힌 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특약 문구 자체가 “매도인은 하자를 책임진다”, “관리비는 임차인이 부담한다”처럼 짧고 압축된 형태로 적혀, 그 범위나 기한, 적용 대상이 문언만으로는 확정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법원은 어느 한쪽이 주장하는 ‘나한테 유리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해석 작업을 거칩니다.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어느 일방이 주장하는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 내지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거나 계약서의 기재와 달리 구속력 있는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것일 때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9669 판결).
즉 문언이 명확하면 그대로, 명확하지 않으면 계약 체결 경위와 진짜 의도까지 살펴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지우는 해석을 주장하는 쪽일수록 더 엄격한 근거를 대야 합니다.
특약 문구가 애매하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어느 한쪽에게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문언과 경위·목적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 “애매하면 무조건 나한테 유리하게”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합니다
애매한 조항을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법리는 원래 약관에 적용되는 것이지, 쌍방이 협의한 특약에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흔히 “계약 내용이 애매하면 작성한 쪽에게 불리하게 해석된다”는 말을 듣고, 특약을 상대방이 준비해 온 계약서에 그대로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말의 정확한 근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이 정한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은 사업자가 고객과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마련해 제시하는 약관, 즉 정보와 협상력이 한쪽에 쏠려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조차 아무 때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해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에 합리성이 있어 그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의 특약사항은 대개 매도인·매수인 또는 임대인·임차인이 협의해서 채워 넣거나, 공인중개사가 양측의 의사를 확인해 기재하는 개별 조항입니다. 처음부터 한쪽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제시한 약관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애매하니 나에게 유리하게”라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은 약관에 적용되는 보충적 해석 도구일 뿐, 쌍방이 협의한 특약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3. 문구를 누가 먼저 제안했고 어떤 목적으로 넣었는지가 해석을 좌우합니다
결국 승패는 특약을 넣게 된 협상 경위와 대화 기록을 누가 더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서 갈립니다.
문언만으로 뜻이 확정되지 않을 때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것은 그 문구를 넣게 된 협상 과정입니다. 특약을 먼저 제안한 쪽이 누구인지, 상대방이 그 제안에 어떤 취지로 동의했는지, 계약 체결 전후로 오간 문자메시지·카카오톡·통화 내용이 무엇을 뒷받침하는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은 잔금일까지 누수를 수리한다”는 특약만 있고 수리 범위나 비용 상한이 적혀 있지 않다면, 계약 체결 당시 두 사람이 어떤 하자를 두고 이야기했는지, 견적서나 사진을 주고받았는지가 그 범위를 확정하는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문구를 계약서에 슬쩍 끼워 넣었을 뿐 상대방과 그 의미를 제대로 협의한 적이 없다면, 그 문구가 진정한 합의 내용이라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계약 해석의 요소로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를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애매한 특약의 해석은 문구 자체가 아니라, 그 문구를 둘러싼 협상 경위와 증거로 판가름 납니다.
4. 시간이 지날수록 협상 경위를 입증하기 어려워지고 다툼은 불리해집니다
특약의 의미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계약 당시의 정황 증거가 승패를 가르는데, 그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특약 문구의 해석을 둘러싼 다툼은 계약 체결 시점에서 한참 지난 뒤, 잔금 지급이나 명도, 하자보수 시기가 임박해서야 불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문자메시지가 삭제되거나, 통화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이 달라지거나, 당시 자리에 있었던 공인중개사와 연락이 닿지 않게 되는 등 정황 증거가 흩어진다는 점입니다.
잔금 지급이 걸린 사안이라면 특약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 길어지는 동안 지연손해금이 계속 불어나고, 임대차라면 명도나 원상회복 시점이 늦어질수록 실제 손해가 누적됩니다. 매매대금이나 보증금 규모가 클수록, 그리고 다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송 비용과 감정 등 부대비용도 함께 커집니다.
따라서 특약 문구를 두고 상대방과 해석이 갈린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부터, 더 늦기 전에 그 문구가 만들어진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매한 특약을 둘러싼 다툼은 시간을 끌수록 증거가 흩어지고 손해만 누적됩니다.
5. 특약 문구를 둘러싼 분쟁,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장을 내기 전에 협상 경위를 정리해 두느냐가 조정이든 소송이든 결과 전체를 좌우합니다.
특약 문구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은 보통 ①상대방에게 자신이 이해하는 특약의 의미와 근거를 정리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단계 → ②상대방의 답변에 따라 직접 협의하거나 대한법률구조공단·법원의 조정절차를 이용해 보는 단계 → ③합의가 되지 않으면 잔금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지급명령 또는 소장을 관할 법원(수원 지역 부동산·임대차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하는 단계 → ④소송에서 계약 체결 경위와 증거를 놓고 처분문서 해석 다툼을 벌이는 심리 단계로 진행됩니다.
부동산이 걸린 사안이라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이 등기를 넘기거나 제3자에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약 문구 때문에 상대방과 해석이 갈린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약이 담긴 계약서 원본과, 그 특약을 넣게 된 경위를 보여주는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음 등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그 특약 문구를 먼저 제안한 쪽이 누구였고, 협상 과정에서 어떤 취지로 오갔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해석이 각각 어떤 거래관행·목적에 근거하는지, 그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대조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춘 뒤 계약서 해석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 단계에서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마치며
특약 문구 하나 때문에 계약 전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막상 분쟁이 시작되고 나서야 체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이 정도면 서로 알아들었겠지”라는 생각으로 짧게 적고 넘어가지만, 잔금이나 명도가 걸리는 순간 그 짧은 문구가 발목을 잡습니다.
특약을 근거로 권리를 주장하는 쪽 입장에서는 그 문구가 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는지, 협상 경위와 증거로 뒷받침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그 특약 때문에 불리한 처지에 놓인 쪽 입장에서도 “문구가 애매하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당시 진짜 합의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저는 특약 문구 해석을 둘러싼 분쟁에서 그 문구를 근거로 권리를 주장하는 쪽과, 반대로 그 문구 때문에 불리해진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협상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고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계약서 문구 하나를 두고 상대방과 해석이 갈리기 시작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갈리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약사항을 손으로 자필로 적었는데도 법적 효력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특약사항은 자필이든 인쇄든 형식과 무관하게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한 계약서의 일부이면 효력을 가집니다. 다만 문구가 애매하면 앞서 설명한 해석 기준에 따라 범위가 확정됩니다.
Q. 공인중개사가 특약 문구를 대신 적었는데 저는 자세히 못 봤습니다. 그래도 구속되나요?
A. 원칙적으로 구속됩니다. 처분문서인 계약서에 서명·날인한 이상 그 내용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고, 다만 그 문구가 만들어진 경위를 다투는 자료가 있다면 해석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는 없지만 구두로 다르게 합의했습니다. 구두 합의가 우선인가요?
A. 쉽지 않습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문언대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라, 구두 합의를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Q. 특약 문구가 너무 애매하면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나요?
A. 특약 문구 하나가 애매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법원은 먼저 해석으로 의미를 확정하려 하고, 그래도 확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본질적인 부분이 불명확한 경우에만 무효 여부가 문제 됩니다.
Q.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방법은 없나요?
A. 있습니다. 내용증명으로 서로의 해석 근거를 정리해 교환하거나, 대한법률구조공단·법원의 조정절차를 이용하면 소송 없이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Q.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도 증거가 되나요?
A. 됩니다. 계약 체결 전후 오간 문자·카카오톡은 특약 문구를 넣게 된 동기와 경위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 증거로 자주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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