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고액 물품 거래에서 본인이 아니라 가족, 지인, 혹은 중개인을 통해 소개받은 ‘대리인’과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위임장이랑 인감증명서 받았으니 문제없다”, “중개사가 소개해준 사람이니 믿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계약부터 진행했다가, 나중에 정작 본인이 “그런 위임을 한 적 없다”고 나서면서 계약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리인과의 계약에서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려면 대리권의 존재나 표현대리 성립요건이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류를 갖췄다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고, 대리권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금을 지급했다가는 계약이 무효로 돌아가고 대금 회수마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대리인과 계약할 때 어떤 서류와 절차를 확인해야 안전한지,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법적 구제수단이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리인과의 계약은 본인이 진짜 대리권을 준 경우에만 효력이 생깁니다
대리권 없는 사람과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민법 제114조 제1항은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 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고 정합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그 사람에게 애초에 대리권이 없었다면 아무리 본인을 위한 것처럼 행세했더라도 본인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민법 제130조는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계약 상대방이 가장 흔히 놓치는 지점은, 위임장 사본과 인감증명서 사본만 받아 두고 안심해 버리는 것입니다. 사본만으로는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고, 위임장에 적힌 위임 범위가 지금 하려는 계약(매매인지 임대차인지, 대금 한도가 얼마인지)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확인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위임장 원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것, 첨부된 인감증명서의 발급일자가 최근 것인지 볼 것, 그리고 위임장에 기재된 위임사항이 지금 체결하려는 계약 내용과 정확히 맞는지 대조하는 것입니다. 포괄위임장 한 장으로 매매·담보설정·대금수령까지 전부 처리하려는 경우라면 더욱 꼼꼼히 봐야 합니다.
위임장 사본과 인감증명서만으로는 대리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2. 위임장을 봤다는 사정만으로는 표현대리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표현대리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인 나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설령 나중에 대리권이 없던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민법 제125조(대리권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나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적용되면 본인에게 계약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표현대리가 인정되려면 계약 상대방, 즉 나에게 선의·무과실이라는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은 선의ㆍ무과실이어야 하므로 상대방에게 과실이 있다면 제125조의 표현대리를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51271 판결).
실제로 이 판결에서는 중개인이 분양대금을 수령할 대리권까지는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상대방이 본인 회사에 확인하지 않고 중개인에게 대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본인에게 확인했더라면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상대방의 과실을 인정하고 표현대리를 부정했습니다. 기본대리권조차 없는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제126조)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2190 판결 등에서도 함께 확인됩니다.
결국 표현대리를 주장하려면 계약 당시 상대방인 내가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고, 그 확인을 게을리했다면 표현대리 성립 자체가 부정되어 계약은 본인에게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못합니다.
대리인의 서류를 형식적으로 봤다는 사정만으로는, 상대방에게 과실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습니다.
3. 대리권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대금은 무권대리인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무권대리인은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계약이 본인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표현대리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무권대리인 본인에 대한 책임 추궁뿐입니다. 민법 제135조 제1항은 다른 사람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받지 못한 경우,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135조 제1항)(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8다210775 판결).
다만 민법 제135조 제2항은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이 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그 증명책임은 무권대리인 쪽에 있다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상대방인 내가 대리권 확인을 게을리해 표현대리 주장이 막힌 상황이라도 무권대리인에 대한 청구 자체는 대체로 가능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 돈을 돌려줄 자력이 없으면 승소 판결을 받아도 실제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 대금은 본인이 아니라 무권대리인에게 청구할 수밖에 없고, 그 사람에게 자력이 없으면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4. 대리인이 서류를 위조하거나 대금을 가로채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위임장 위조와 대금 편취는 각각 별도의 범죄로 처벌됩니다.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대리인 행세를 했다면 형법 제231조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이 위조 서류를 계약 체결에 실제로 사용했다면 형법 제234조 위조사문서행사죄까지 함께 성립합니다.
대리권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속여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받아냈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가 적용되어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반대로 본인으로부터 대금 수령 권한까지 정당하게 위임받았는데도, 받은 돈을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개인 용도로 써버렸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서 벗어난 것이므로 형법 제355조 횡령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가로챈 금액이 커지면, 반복된 인출이 포괄일죄로 합산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5. 계약 전 확인 절차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미리 확인할수록 나중에 형사 고소나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만약 계약 이후에야 상대방이 대리권 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기·사문서위조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와 별개로 무권대리인을 상대로 한 민법 제135조에 따른 이행청구·손해배상청구 소송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면, 계약 체결 전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임장 원본을 직접 확인하고, 위임 범위(계약 종류·대금 한도·기간)가 지금 체결하려는 계약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등기부등본이나 인감증명서 등 공적 서류에 기재된 연락처로 본인에게 직접 전화해, 위임 사실과 대금을 받을 계좌가 본인 명의인지 확인합니다.
대금은 가능하면 본인 명의 계좌로 직접 송금하고, 부득이 대리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면 영수증과 위임장 원본 사본을 반드시 함께 받아 둡니다.
이러한 확인 절차를 거쳤는데도 분쟁이 생겼다면, 대리인 거래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계약의 효력 문제와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대리인과의 계약 문제는 “그래도 위임장이랑 도장까지 챙겨왔는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금을 지급한 계약 상대방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위임장 원본을 확인했는지, 본인에게 직접 연락해 봤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실제로 정당한 위임을 받았는데도 억울하게 의심받는 대리인 입장에서도, 위임장·문자·통화 기록 등으로 위임 범위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저는 대리인과의 계약을 둘러싼 분쟁에서 대금을 지급한 쪽과 대리 권한을 행사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서류 몇 장의 차이가 계약의 효력과 형사책임까지 갈라놓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대리인과의 계약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그게 바로 확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계약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임장에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으면 대리권이 있다고 봐도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감도장·인감증명서가 위조됐거나 다른 용도로 받아둔 것을 유용한 경우도 많아,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대리권 존재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Q. 대리인에게 계약금을 이미 지급했는데 대리권이 없던 것으로 밝혀지면 돈은 어떻게 되나요?
A. 원칙적으로 본인에게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민법 제135조에 따라 무권대리인 본인에게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그 사람에게 자력이 없으면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본인에게 전화해서 확인했는데도 나중에 “그런 적 없다”고 하면 저는 보호받을 수 없나요?
A. 확인한 시점의 통화 내용, 문자, 녹취 등이 남아 있다면 표현대리를 주장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대리행위 당시 합리적인 확인 노력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과실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Q. 대리인이 위임장을 위조한 경우와, 정당한 위임을 받았지만 대금을 가로챈 경우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위조라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와 사기가 함께 문제되고, 정당한 위임을 받았는데 받은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횡령이 문제됩니다. 어느 쪽이든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반환청구도 검토해야 합니다.
Q. 위임장 원본을 보여달라고 하면 무례해 보일까봐 걱정됩니다.
A. 고액 계약일수록 원본 확인은 거래의 기본 절차입니다. 정당한 대리인이라면 원본 제시를 거부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이를 꺼린다면 그 자체가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Q. 이미 대리인과 계약을 했는데 지금이라도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요?
A. 늦었더라도 본인에게 직접 위임 사실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인감증명서 발급 이력 등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잔금 지급 전에 반드시 변호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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