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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도 지켜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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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도 지켜야 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건축 도급 거래 현장에서 계약서에는 담지 않고 구두로만 정한 사항을 두고, 계약이 마무리된 뒤에야 그 약속의 존재와 효력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에는 없어도 그 자리에서 분명히 말로 약속했으니 당연히 지켜지겠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말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구두 합의만 믿고 거래를 진행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말을 바꾸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계약서에 없는 내용은 효력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정작 그 순간에는 아무런 증거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구두로 이루어진 약속이라 하더라도 그 이행이 이미 진행된 이상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법리를 엄격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서면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구두 약속의 존재나 효력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어떤 경우에 서면이 반드시 필요한지, 그리고 구두 약속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가 실무의 핵심 쟁점입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이 어떤 경우에 법적으로 지켜져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발뺌할 때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구두로 한 약속도 원칙적으로는 계약으로서 효력이 있습니다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가 합치되는 순간, 서면이 없어도 계약은 이미 성립합니다.

민법은 계약의 성립에 관해 특별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계약자유의 원칙(민법 제105조 참조)에 따라 당사자는 강행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유롭게 계약 내용을 정할 수 있고, 민법 제527조 이하 계약 총칙에 따라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가 합치되면 그 순간 계약은 성립합니다. 계약서는 계약을 ‘만드는’ 문서가 아니라, 이미 성립한 합의의 내용을 나중에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래서 매매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당사자들이 말로 가격·범위·이행 시기를 합의했다면 그 순간 계약으로서 구속력이 생깁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 작성 이전에 구두로 대략의 조건을 맞춘 뒤 계약서에는 핵심 조항만 담고, 잔금 조정이나 하자보수 범위, 명도 시기 같은 세부 사항은 구두로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부동산 거래에서는 한 가지 구별이 필요합니다. 매매계약 자체는 구두로도 유효하게 성립하지만, 그 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 즉 물권변동은 등기를 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186조). 구두 약속만으로 채권적 권리·의무는 발생해도, 등기 없이는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은 서면이 아니라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며, 계약서는 그 합의를 확인하는 증거일 뿐입니다.


2. 다만 법이 서면을 요구하는 계약은 말로만 해서는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보증과 증여처럼 경솔한 약속을 막기 위해 법이 특별히 서면을 강제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구두 계약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해서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보증계약이 그렇습니다.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하고,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같은 전자적 형태로 표시된 보증 의사는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친구 사이니까 내가 보증한다”는 말만으로는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증여계약도 비슷합니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철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증여를 무효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그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조건이나 부담이 붙은 증여(부담부증여)에서 상대방이 이미 그 부담을 이행했다면,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뒤늦게 철회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최근 대법원도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즉 “서면이 없으니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그 구두 약속을 믿고 이미 자신의 몫을 이행했다면 뒤늦게 서면 미비를 이유로 발을 빼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흐름입니다.

보증과 증여는 서면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약해지지만, 상대방이 이미 이행을 마쳤다면 그 결론도 달라집니다.


3. 매매계약서에 완전합의조항이 있어도 구두 특약이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면은 그 내용대로 추정될 뿐이며, 반증이 있으면 구두 특약도 인정됩니다.

실무에서 매매계약서나 도급계약서 말미에 “본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은 효력이 없다”, “이 계약서가 당사자 사이의 유일한 합의다”라는 이른바 완전합의조항을 넣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조항이 있으면 계약 체결 전후로 오간 구두 약속은 무조건 효력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처분문서, 즉 계약서처럼 법률행위가 그 안에 표시된 문서에 대해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강한 증명력을 갖지만, 그것이 ‘계약서에 없는 내용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계약서 작성 이후에 별도로 이루어진 구두 특약이거나 계약서 문언과 모순되지 않는 부수적인 약속이라면, 그 존재를 별도의 증거로 증명해 인정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완전합의조항이 있는 경우 법원은 계약서와 다른 내용의 구두 주장에 대해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그때 그렇게 말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특약이 실제로 합의된 시점·경위·구체적 내용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자료가 필요합니다.

완전합의조항은 구두 특약의 존재를 추정하기 어렵게 만들 뿐, 증명되면 그 효력까지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4. 결국 관건은 효력이 아니라 입증책임이며, 증거의 질이 승패를 가릅니다

구두 합의는 유효해도, 법정에서는 그 존재를 증명한 쪽이 이깁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권리 발생의 원인이 된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구두 약속도 계약으로서 유효하다는 점과, 실제로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점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구두 약속이 무효라서 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지 못해서 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입니다. “그럼 잔금에서 하자보수비 200만 원 빼드릴게요”, “명도는 다음 달 말까지 해드리겠습니다” 같은 구체적인 문구가 오간 대화 기록은 그 자체로 구두 약속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통화 녹음도 원칙적으로 적법하게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계좌이체 내역과 그 적요, 세금계산서나 견적서, 실제로 일부를 이행한 정황(공사를 실제로 시작했다거나 감액된 금액만 지급됐다거나 하는 사정)이 있다면 구두 약속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부동산 거래라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그 자리에서 오간 약속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개사의 진술이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남은 특약 메모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두 약속은 효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증명되지 않으면 법정에서는 없는 것과 같아집니다.


5. 구두 약속을 둘러싼 분쟁은 이런 절차로 정리해야 합니다

소송에 앞서 증거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단계가 사건 전체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통상 ①상대방에게 이행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협의가 안 될 경우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조정 회부(수원 지역 거래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사안에 따라 성남지원·안산지원 등 관할 지원) → ③상대방이 이의하거나 조정이 불성립하면 본안 소송으로 이행 → ④변론 과정에서 앞서 정리한 증거로 구두 약속의 존재와 내용을 증명하고, 승소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서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구두 약속을 의심받거나 반대로 상대방이 발뺌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계약 체결 전후로 오간 문자·카카오톡·이메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구두 약속이 언급된 부분을 특정합니다.

  2. 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견적서 등 실제 이행행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3. 공인중개사, 시공업체 담당자 등 그 자리에 있었던 제3자가 있다면 진술서나 확인서를 받아둡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두 약속에 관한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내용증명 문구부터 소송 전략까지 준비한다면, 서면이 없다는 약점을 딛고도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을 둘러싼 다툼은 “그때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라는 억울함 때문에, 정작 증거를 확보해야 할 시점을 놓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두 약속을 믿고 이미 이행까지 한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의보다 그 약속이 오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문자 기록과 이체 내역이 쌓일수록 소송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다투는 쪽 입장에서도 “계약서에 없으니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완전합의조항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약서에 없는 구두 약속을 둘러싼 분쟁에서 그 약속을 주장하는 쪽과 부인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자료를 얼마나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서면이 없다고 포기하기 전에, 그 약속을 뒷받침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로 한 매매계약도 법적으로 유효한가요?

A.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민법은 계약 성립에 특별한 방식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청약과 승낙이 합치되면 계약은 성립합니다. 다만 소유권이전 같은 물권변동은 등기를 해야 효력이 생긴다는 점(민법 제186조)은 별개로 구분해야 합니다.

Q. 보증도 말로 약속하면 효력이 있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428조의2에 따라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돼야 효력이 발생하고, 문자나 이메일 같은 전자적 형태의 보증 의사는 효력이 없습니다.

Q. 증여를 구두로 약속받았는데 상대방이 안 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서면이 없는 증여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각 당사자가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이 없고(민법 제558조), 조건이 붙은 증여에서 상대방이 그 조건을 이미 이행했다면 대법원은 철회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Q. 매매계약서에 완전합의조항이 있으면 구두 특약은 무조건 무효인가요?

A. 아닙니다. 완전합의조항이 있으면 구두 특약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더 까다로워질 뿐, 실제로 그 특약이 합의됐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Q. 카카오톡 대화만으로 구두 약속을 증명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금액·시기·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대화라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애매한 표현만 있다면 계좌이체 내역이나 이행 정황 같은 보강 증거가 함께 필요합니다.

Q. 상대방 몰래 녹음한 통화도 증거로 쓸 수 있나요?

A.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통화 녹음은 원칙적으로 적법하게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제3자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소송 전에 반드시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나요?

A. 법적으로 필수는 아니지만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이행을 요구한 시점을 명확히 남겨 지연손해금 기산점을 확보할 수 있고, 상대방의 반응을 미리 확인해 소송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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