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방 미분양 증가와 공사비 급등으로 자금난에 몰린 시행사와 시공사가 늘면서, 착공조차 하지 못하거나 공사 도중 멈춰버리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신축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 개발사업에 투자금을 넣은 분들 모두 사업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며 먼저 낸 계약금과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사업 진행 상황이 좋다고 해서 계약금 정도는 큰 부담 없이 냈다”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시행사 측은 “계약서에 사업이 무산돼도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고, 낸 돈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업이 무산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반환을 막는 특약이 실제로 공정한 내용인지를 사안별로 엄격하게 따져 반환 여부와 범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낸 돈을 전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사업이 무산되었을 때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반환 여부·범위를 가르는 기준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누구의 책임도 없이 사업이 무산됐다면 낸 돈은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쌍방 모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업이 무산되면, 이미 받은 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됩니다.
인허가가 끝내 나오지 않거나, 관련 법령·행정계획이 바뀌거나, 사업부지에 관한 권리관계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등 계약 당사자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유로 사업 자체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계약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원래 계약금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일이 아닙니다.
흔히 “계약금은 원래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라고 오해하지만, 이는 어느 한쪽이 단순히 마음이 바뀌어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하는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 해제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업 자체가 진행 불가능해진 경우는 이와 다른 법리, 즉 이행불능과 위험부담의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사업을 완성해 줄 의무를 진 시행사·시공사·사업주체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됐다면, 민법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에 따라 그 채무자는 상대방에게 대금 이행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사업을 완성해 줄 채무가 소멸한 이상 이미 받아 둔 계약금·분담금을 계속 보유할 법률상 원인도 함께 사라지므로, 그 돈은 민법 제741조가 정한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채무자는 민법 제537조에 따라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면함과 더불어 상대방의 이행도 청구하지 못한다. 쌍방 채무의 이행이 없었던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고 이미 이행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되어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54228 판결).
실제로 위 판례는 택지개발사업지구 생활대책용지를 분양받을 권리를 사들인 사람이, 조합이 그 용지를 제3자에게 넘겨버려 계약을 이행받을 수 없게 되자 이미 낸 매매대금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은 사안입니다. 사업 구조나 대상은 다르더라도, 쌍방 책임 없이 사업이 무산된 경우 이미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법리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업 무산에 쌍방 모두 책임이 없다면, 계약금·분담금을 계속 보유할 법률상 원인도 함께 사라져 반환 대상이 됩니다.
2. 시행사 측 잘못으로 사업이 엎어졌다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행불능이 시행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했다면, 원상회복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 무산의 원인이 시행사 쪽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애초에 인허가를 받을 수 없는 부지인 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했거나, 확보해야 할 시행 자금을 다른 사업에 돌려썼거나, 필요한 인허가 신청 자체를 게을리해 기한을 넘긴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채무자, 즉 시행사의 책임 있는 사유로 사업 완성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는 민법 제546조에 따라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을 해제하면 각 당사자는 민법 제548조 제1항에 따라 원상회복 의무를 지므로 이미 받은 계약금·분담금은 전액 반환 대상이 되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그 돈을 받은 날로부터의 이자까지 함께 가산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민법 제551조는 계약 해제가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원상회복으로 계약금·분담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것과 별개로 사업 지연·무산으로 실제 입은 손해, 예컨대 다른 곳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손해나 추가로 지출한 비용까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행사의 귀책사유로 사업이 무산됐다면, 원상회복(계약금·이자 반환)과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낸 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어도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깎아줍니다
계약금·분담금 몰취 조항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되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벽은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이미 받은 돈은 반환하지 않는다”는 특약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고 해서 항상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이런 몰취 조항을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감액이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손해가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선을 긋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하여 법원이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 함은 손해가 없다든가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46906 판결).
실제로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계약금이 인수대금의 10%로 거래관행에 부합하게 책정됐고 투자자가 경제적 약자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의 감액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다시 말해 낸 돈의 액수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감액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특약을 맺은 경위, 당사자 사이의 협상력 차이, 실제 발생한 손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감액 여부와 폭이 결정됩니다.
반환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어도,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그 금액을 깎아줄 수 있습니다.
4.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면 사기죄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 당시 이미 사업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민사 반환을 넘어 형사상 사기가 문제됩니다.
사업이 도중에 무산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계약 당시부터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돈을 받은 경우에 성립합니다.
대법원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계약금이나 투자금을 받을 당시에는 사업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 경기 악화나 자금 조달 실패로 사업이 좌초됐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고 형사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인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숨겼다거나, 실제로는 사업을 추진할 자금이나 능력이 전혀 없었음에도 있는 것처럼 속여 계약금을 받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도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사업 자금을 받는 경우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계약 체결 당시의 사업 추진 상황, 자금 조달 계획, 인허가 진행 경과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사기 고소의 성패를 가릅니다.
계약 당시 이미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사기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5. 고소·소송까지 가려면 이런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자료 정리부터 가압류까지, 초기 대응 순서가 돈을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합니다.
사업 무산으로 낸 돈을 돌려받으려면 통상 ①내용증명으로 반환을 먼저 최고 → ②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관할 법원(수원 지역 사업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계약해제 및 원상회복·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또는 지급명령 신청 → ③시행사 재산이 흩어지기 전에 부동산·예금 등에 대한 가압류 → ④처음부터 이행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형사 고소 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시행사가 이미 자금난에 빠진 상태라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제로 돈을 받아내지 못할 위험이 있으므로, 가압류 등 보전조치는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계약서·분양계약서 또는 조합 규약에 반환·몰취 관련 조항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업 진행 경과 자료(인허가 신청·처리 현황, 자금 조달 계획, 착공·공정 현황)를 시행사·조합·관할 관청을 통해 최대한 확보합니다.
시행사·시공사 명의의 부동산·예금 등 재산 상황을 파악해 가압류가 필요한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 무산 관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원상회복·부당이득반환 청구와 필요할 경우의 형사 고소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업이 무산되는 초기에는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사업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라는 기대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낸 수분양자·조합원·투자자 입장에서는 막연한 기대보다, 계약서와 사업 진행 경과 자료부터 정리해 반환받을 근거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자금난에 몰린 시행사·시공사 입장에서도, 사업이 무산된 것이 전적으로 불가항력이었는지, 아니면 자금 관리·인허가 절차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었는지에 따라 반환 범위와 형사책임 여부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무산되며 낸 돈을 돌려받으려는 쪽과, 반대로 사업 실패의 책임을 추궁받는 시행사·시공사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업 무산의 원인과 계약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사업 무산 시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으면 무조건 포기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그런 조항은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취급되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액 여부는 계약금 비율, 거래관행,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결정됩니다.
Q. 사업이 무산된 게 시행사 잘못인지 아닌지는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인허가 불허나 법령 변경처럼 쌍방 책임 없는 외부 요인인지, 자금 유용·인허가 신청 해태처럼 시행사가 관리·처리해야 할 사항을 소홀히 한 결과인지를 구체적 경위와 자료로 가려야 합니다. 전자는 위험부담(민법 537조)과 부당이득, 후자는 채무불이행 해제와 손해배상의 문제입니다.
Q. 계약금은 원래 돌려받을 수 없는 돈 아닌가요?
A. 어느 한쪽이 단순 변심으로 상대방의 이행 착수 전에 해제하는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 상황이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진행 불가능해진 경우는 이행불능·채무불이행의 문제로, 해약금 포기와는 다른 법리가 적용됩니다.
Q. 투자금을 넣은 지 오래됐는데 지금이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도 별도로 시효가 진행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사업 무산이 확인된 시점에 최대한 빨리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이행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형사 고소를 통해 확보되는 수사 자료가 민사상 원상회복·부당이득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시행사가 이미 부도 위기라는데, 소송해도 소용없지 않나요?
A.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에게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하기 전후로 시행사·시공사 명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조치를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조합원인데 조합 자체가 아니라 조합원 개인에게 산 권리라도 반환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조합원 사이의 권리 매매도 일반 매매계약과 같은 법리가 적용되므로, 조합의 사정으로 그 권리 이전이 이행불능에 이르렀다면 매도인인 조합원을 상대로 이미 낸 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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